선생님은 제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물을 주신 분

꽃이라 불러줄 진정한 어른

by 행복스쿨 윤정현

울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꽃이라 불러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어서 몸부림치던 인간에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 그리고 그를 꽃처럼 아름답다고 불러주는 것, 이것처럼 삶의 희열을 느끼는 것은 없으리라!


여기에서의 불러줌은 존재감이다. 단순히 이름만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존귀하고, 숭고한 삶을 살아갈 존재인지 발견하도록 돕고, 스스로 소중하게 안아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동안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와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였고, 성인반 책쓰기 수업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가슴에 남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21년도부터 고등학교 책쓰기 수업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1학년 3명, 2학년 2명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17명이다. 시와 에세이, 단편 소설과 편지글을 쓴다. 시에는 감상평을 스스로 해석하여 첨부하고, 마지막에 모든 글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수업이다. 시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 글을 처음 써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하여 느낀 감정을 노래하듯, 이야기하듯 쓰도록 알려주었을 때 점점 자신감을 찾아갔다. 글이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또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다.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통하여 미처 다 사랑해 주지 못한 자신을 만나 위로하고, 사랑한다고 말함으로 힐링하는 시간이다. 또한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으로 인사를 나누는 기회다. 실제 당사자와 상관없이 글 속에서는 마음껏 하고 싶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감상평을 쓰는 이유는 글의 내면 읽기다. 스스로 내면을 거울처럼 마주 보면서 읽는 연습은 겉으로 표현된 감정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려준다. 되새기면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이 성찰과 치유의 과정은 스스로 철학적 사유를 통하여 성장할 수 있는 단단함을 제공한다.


수업시간은 2시간인데, 시작 시간은 조금 자유롭다. 두 번째 날 수업시간에 조금 늦게 왔던 학생이 있었다. 먼저 왔던 친구들에게 수업을 진행하고, 실습을 하고 있는 시간에 들어왔기에 다시 그 친구만을 위해 칠판에 강의를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다른 친구에게 방해가 될까 미안했던지 칠판 바로 앞에 와서 듣는다. 모를 때는 질문까지 하며 들었다. 상당히 열정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모두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해준다. 그때 그 학생에게 그렇게 말했다.


“너의 강점은 적극적이고, 열정이 있다. 2번째 수업인데 그렇게 칠판 앞까지 나와서 듣는 사람은 처음 봤다. 또 질문하는 모습에서 몰입력이나 담대함, 자신감을 보았다. 네 눈빛에는 그런 강인함이 서려 있다.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도전해 봐!”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때 그 학생은 자신을 알아봐 주고, 그런 칭찬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본다고 하였다. 감동을 받았던 그 학생의 시(詩) 일부를 첨부한다.

『아이야

나는 너가 너무나 강해서 더 마음이 아프구나

조금은 약했으면 했는데

너가 무너져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는데


차가운 겨울바람을 혼자서 맞고

심장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모두 얼어붙은 네가

따뜻하게 해주기엔 너무 늦어버린 네가

원망스럽기도 하는구나


아이야

조금은 무너져도 괜찮아

아니 더 많이 무너져도 괜찮아


나에겐 너가 무너지는 순간보다

너가 혼자 그 순간을

견디는 모습이 더 가슴 아프구나


아이야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왜 그렇게 빨리 자랐을까

조금은 천천히 아니 아주 천천히 자라도 좋은데...』


그렇게 5명이 공저로 한 권의 책을 출판했다. 출판 후기에 그 학생은 이렇게 썼다.


내가 책을? 처음에 학교에서 책을 내보자고 하셨을 때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부정적인 면이 있었다. 책은 글을 잘 쓰고, 제대로 배운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시집도 읽기 싫어하는 내가 시를 쓴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감이라는 것을 받아보다.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적은 것 같다. 누군가의 노래, 누군가의 글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즐거웠다. 또 그렇게 완성된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이 조금은 기특했다. 가장 성장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이 책을 함께 제작하게 되면서 만나 뵙게 된 윤정현 선생님께서 끊임없는 칭찬과 피드백을 해주셨다. 더욱 자신감을 얻고 글을 쓰는 재미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책을 만들며 가장 성장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맘껏 쓴 것 같다. 나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꼈다.』


2학년이었던 이 학생은 내신 6등급으로 대학은 포기하였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고, 출판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글쓰기 공모전에 나가서 장려상까지 받았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나에게 가장 먼저 자랑하고 싶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 논술 학원까지 다니며 공부했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3등급까지 올리고 논술로 대학에 응시하였다. 그리고 논술로 100명 중 3명을 뽑는 곳에 합격하였다. 사람이 꽃처럼 피어났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환경이나 조건이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 불러줌으로 할 수 있는 곳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불러줄 의무를 가진 존재다.


합격 축하 기념으로 식사 초대를 했다. 사브사브를 먹고, 카페에서 책을 선물하였다. 그리고 “난 네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정말 훌륭하다. 네가 꿈꾸는 미래를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라고 응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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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후배들을 위해 선배와의 만남 시간을 가져주었다. 2번이나 와서 또 다른 희망의 사다리로 이어졌다. 후배들에게 나누어준 이야기 가운데 2가지를 말하였다. 하나는 학교에서 공부 이외에 자신과 만나는 시간, 곧 글쓰기를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감으로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였다. 두 번째는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다. 누구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 노력할 수 있을 때,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졌고, 공모전에 도전하였고, 내신 등급을 올렸고, 논술 학원을 다녔고, 스스로 논술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으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 것 같다. 이 학생을 보고 많이 깨닫게 되었다. 주변에서 필요한 것은 물을 주는 것이다. 지지와 응원, 격려와 칭찬 그리고 부수적인 피드백을 조금만 하면, 결국 자가발전에 의해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 또 그것만이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도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렇게 단단하게 성장한 어느 날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선생님은 제가 꽃을 피울 수 있게 물을 주시고 사랑을 주신 분이세요. 선생님 덕분에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이상 나만 꽃을 피우지 못했던 것 같은 과거의 제가 아닌 현재는 예쁘게 꽃을 피운 제가 이 자리에 있네요.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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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그 마음이 어떠한지 아는 사람만이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 어떠한 것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을 해낸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학에 들어가서 논술을 가르쳤다. 공부도 싫어하고, 논술도 해본 적 없는 고등학생을 가르쳐서 대학 3곳에 합격시켰다. 그 제자도 감사하였지만, 아버님이 자신의 딸을 합격시켜 주어서 감사하다고 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이었던 제자가 어느덧 선생님이 되어 또 다른 제자를 훌륭하게 가르치고, 그 부모님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는 것, 이것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이 경험을 통하여 그 학생은 선생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 그 상대방이 잘되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볼 때, 스스로 대견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자존감은 이럴 때 올라간다. 살아있음의 맛, 곧 존재감은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주변에는 불러줄 수 있는 존재가 많다. 그런 기회도 많다. 우리는 지금 외로움에 흔들리면서 몸짓을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김춘수 시인은 우리를 꽃이라 불러주었다. 진정한 어른을 부르고 있다. 누군가 나타나 꽃이라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마음이 시려서...


당신이 그곳에 물을 주면 그는 꽃으로 피어난다.


예쁜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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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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