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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윤 Jul 27. 2019

나의 돈에 이름 짓기

자녀 경제교육

나의 돈에 이름 짓기      

 배 속에 아기가 있을 때부터 우리는 ‘태명’을 지어줍니다. 태명도 부부가 의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여 예쁘게 지어주지요. 갓 태어난 아기는 손목과 발목에 “산모000의 자녀”란 이름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셋인데, 각각의 이름을 지어줄 때 한자 사전도 찾아보고 예비 후보 이름 10가지를 쭉 써놓고 여러 번 불러보며 결정하였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이름을 짓는 일에 신중합니다. 아이 인생에 큰 가치를 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이름은 우리가 계속 부르는 것이고 이름의 뜻대로 커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한글을 배우는 자녀들을 떠올려 보세요. 가장 먼저 배우는 글자가 자기 이름입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이름은 평생토록 수 천 번 수 만 번 적게 된답니다.    

  

 이름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동네에 강아지 한 마리가 그냥 돌아다니면 그냥 ‘개’입니다. 하지만 목걸이에 “오향이”라고 적혀있으면 그건 주인이 있는 강아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름이 있다는 건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자! 이제 돈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면 보통은 ‘대략...’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돈을 씁니다. 어른도 월급을 받으면 ‘대략...’이라는 생각으로 쓸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분명 지갑에 돈이 있었는데 돌아보면 순식간에 사라져 허탈함에 쌓이곤 합니다. 요즘 사람들 말로 ‘순삭’(순식간에 사라짐)입니다. 없어진 돈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돈이 없나!’ 혹은 ‘나는 역시 돈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에게도 우린 이름을 지어주어야 합니다. 


돈도 누군가가 땀 흘려 번 가치입니다. 설날에 할아버지가 주시는 세뱃돈도 열심히 일하여 벌고 모은 돈을 주시는 것이지요. 우린 그 가치를 만났을 때 제일 먼저 이름 짓는 일을 해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나누어 “기부, 저축, 소비, 투자, 비상금” 등으로 최대한 더 많은 이름을 정해주세요. 이름을 정해준 돈들은 그 이름의 용도대로 쓰게 되어 있습니다. 기부라고 이름이 정해진 돈은 아무리 내가 장난감을 더 사고 싶어도 기부의 용도로 사용하게 되고, 비상금이라고 쓰인 돈은 동생이 빌려달라고 해도 과감히 거절하고 비상시에 써야 하는 나의 돈이 되는 것입니다.      


 돈에 이름을 지어주면, “나는 대체 어디에 이 돈을 다 썼지?”라고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즉, 돈에 대한 계획이 생기는 것입니다. 계획은 기록으로 이어져야 실천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 용돈기입장에는 자녀들이 지어준 ‘돈의 이름’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돈에 이름을 짓고 계획하면 아이들은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지혜의 눈이 생깁니다.       


 매년 아이들과 함께 ‘돈 이름 짓기’ 시간을 가져보세요. 


가족의 일 년 혹은 한 달의 예산도 함께 회의하고 돈 이름을 짓는 것입니다. 또 아이들에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이름을 지어줄 것인지 연습해보세요. 매년 돈의 단위를 높여가며 연습하면 우리 자녀들은 기록을 통해 돈의 목적을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경제교육은 부모님 머릿속에 깨닫고 끝나는 교육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바로 실천하며 부딪히는 것이 경제교육입니다. 부모님도 자녀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제공부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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