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리모델링 (2) 순조로운 공기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자존감이라는 기반이 꽤 단단해졌다.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다. 8개월간 내 몸에 흐른 호르몬은 거친 굴곡을 부드럽게 다듬어주었다. 체중을 감량하고,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제법 근사해졌다. 에스트라디올이 나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시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나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봐 주었다. 그녀들은 "예뻐졌다", "고와졌다", "단아하다"는 말로 달라진 나를 반겨주었다. 특히 "손이 참 곱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투박했던 내 손끝까지 변화가 스며들었음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마음의 평화다. 보이는 모습과 내가 느끼는 모습이 일치하기 시작하자, 평생 나를 괴롭히던 디스포리아가 잦아들었다. '들키면 어떡하지?'라며 전전긍긍하던 불안은 옅어졌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그 자리를 채웠다. 누군가는 "인생은 불행 속에서 순간순간 행복한 기억을 줍는 것"이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나에겐 숨 쉬는 매 순간이 행복이라고.


가장 걱정했던 내부 설비, 즉 목소리 훈련도 순항 중이다. 최근 들어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대여섯 번은 들었다. "차분하고 듣기 좋다",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안정감을 줄 톤이다"….

피를 토하듯 연습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 이제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나의 성별을 의심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조차 나의 목소리를 듣고도 나를 자연스럽게 대한다.


올해의 절반이 흘렀다. 연초의 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저 멀리서 여명이 밝아온다. 출구의 빛이 보인다. 오늘 나는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 향상 소식을 들었고, 5km를 30분 이내에 주파했으며, 호르몬 투여 직전임에도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았다.


이대로 살아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든다. 목표 체중에 도달하고 머리카락이 어깨선에 닿을 즈음이면, 나는 더 이상 공사 중인 건물이 아닌, 온전한 '나의 집'으로 세상에 서게 될 것이다.


삶은 유한하다. 그러나 내 손으로 다시 지은 이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무한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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