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일상을 축제처럼

어쩌면 축제가 일상처럼

by 삼디

"축제 너무 좋았는데 매일 하면 안 되나요? 하루만 하니까 너무 아쉬워요", "아니면 며칠만 더 늘려주시면 안 되나요?" 등등 축제가 끝난 뒤에 만족도 조사나 관련한 설문조사를 하면 늘 나오는 피드백 중에 하나입니다.(*피드백 주신 내용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잘 들어보시면 이게 다 여러분들의 일상생활을 지켜드리려고 하는 거예요.)


담당자로서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 피드백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렇다 할 속 시원한 답변을 못 드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주민 분들 뿐 아니라 상위 기관에서도 축제를 매일 하자고 까지는 얘기를 못하지만 시간을 늘리거나 일정을 늘리면 어떻겠냐는 요청은 숱하게들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담당자로서 드리는 말씀은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가 아니라서..."(*양심 있으면 예산을 마련하고 나서 얘기하세요) 또는 "일정을 길게 하거나 날짜를 늘리게 되면 재미가 훨씬 반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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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예산 부족으로 인해 어렵다는 답변이 가장 현실적으로 확실히 안된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 보면 축제의 특징 중 하나인 '비일상성'에서 축제를 매일 열지 못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살아가던 것을 축제처럼 즐긴다면 무척이나 재미나겠죠. 하지만 그것이 며칠, 몇 년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면? 거리 퍼레이드로 잠시 막았던 도로가 영구적인 차 없는 도로가 되어 집까지 차를 못 가져간다면? 저 멀리서 들리던 음악소리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계속 들린다면? 늘 한산했던 우리 동네가 강남역 마냥 계속 북적인다면?

질립니다. 질려요. 그리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요.(*절레절레. 담당자도 1년에 적으면 1~2개, 많으면 4~5개의 크고 작은 축제들을 열어왔지만 좀 질리긴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만합니다 하하)


축제는 본래 그 뿌리가 종교적인 의례에서 왔다고 하는데요, 그런 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생산적인 활동이거나, 내 삶의 큰 효용을 당장은 느낄 수가 없어요. 실용적인 것보다는 놀이로서 기능하는 부분,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고 공동체로 활동하는 부분, 그리고 일시적으로 일상성을 깨뜨리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탈성을 해소하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역할까지 하고 있죠.(*여기에 순간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공동체의 정서적 공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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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그중에서도 성북구에서 다양한 축제를 열면서 느꼈던 특징 중의 하나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성북구에는 접근성이 좋거나, 넓은 광장이나 공원이 도심에 있지 않고 보통 지대가 높아서 큰 축제의 경우에는 도로를 통제하고 거기서 할 때가 많거든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성북로 일대에서 성북거리문화축제 다다페스타는 석관초등학교 앞 거리와 운동장에서 했었죠. 이렇게 일상적인 거리에서 축제를 진행하면 평소에 내가 자주 걸어 다니거나, 차로 다니던 길에서 축제의 현장으로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고 생각이 드네요.(*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방문객 71,029명 / 제2회 성북거리문화축제 다다페스타 방문객 8,630명)


그 외에 좋아해 주시는 다른 요소를 생각해 보면, 평소에는 다른 동네에 찾아가야 먹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이 축제라는 한 자리에 모아놓고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담당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축제는 특히 지역축제의 경우엔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한순간에 모두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서 지속적으로 운영이 된다고 생각도 해보네요. 먹거리를 파는 지역상인들, 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작가들과 대학생들, 주민참여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단체와 기관들, 무대에서 공연을 보여주는 예술가, 이걸 즐기는 많은 사람들... 이렇게 모두의 욕망을 해소한다고 할까요? 그 욕망들의 틈바구니 사이에 저 같은 사람들이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씨실과 날실을 엮고 축제를 여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지루한 일상 속의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축제를 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눠보려고 해요. 일상에서 축제를 매일 열 수는 없겠지만, 기분만큼은 일상을 축제처럼 즐겨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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