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 Happy Life with Money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했던 비트코인 사태, 닷컴 버블, 튤립 버블 그 이면에는 언제나 돈이 있었다.
도대체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재화를 팔고 사기 위한 도구라고 하기엔 돈이 지닌 사회적, 경제적인 의미가 크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어린 시절, 대변이 큰 관심사 중 하나였고, 좀 더 크고 나선 진흙과 돌을 거쳐 돈으로 관심이 대상이 옮겨 간다고 말했다. 아이가 재미있게 가지고 놀던 대변을 누군가가 치워버린다면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성인이 된 지금 우리의 주 관심사는 돈이라는 물건이 되었고, 이 존재의 유무에 의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게 되었다. 결국, 돈이라는 것은 하나의 사회 경제적 약속으로 정해진 의미론적 존재이다.
그럼, 우리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과연 돈이 여전히 관심의 대상으로 유지되고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이유와 목적을 계속해서 생각해야 삶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돈을 벌고, 쫓는 이유이자 목적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의 추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돈과 함께 가치 있는 삶, 행복한 삶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왔다. GDP가 높아질수록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봐왔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국가 내에서 바라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지는 것이 맞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스털린의 역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소득
과 행복이 지속해서 비례하지 않는다. 즉 GDP가 일정 값을 넘어가면 더는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 않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행복에도 도달할 수 있는 포화 선이 있다는 것은 잘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지금 내가 까마득한 억만장자 재벌 친척의 유일한 상속자라면, 재미 삼아 샀던 자동 로또가 1등에 당첨됐다면, 평생 쓰고 남을 돈이 수중에 들어올 것이다. 아마도 나는 집을, 차를, 좋은 옷을 구매하며 다양한 소비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물건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 물건에 익숙해지면서, 처음 구매했을 때의 기쁨만큼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질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을 이루고 나면 더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일까? 물론 사람의 특성은 다양하다. 행복을 느끼는 요소 또한 다양할 것이다.
35년 동안 9조 원을 기부했다는 미국의 부호 Charles F. Feeney는 기부 이유에 대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지 두 벌을 입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재산의 사회 환원이 인생의 목표였고, 행복의 요소였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탐욕스러운 인물로 꼽히는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는 굉장한 명품 수집가였다. 자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대한 질문에 "탐욕은 자선. 자선을 위해선 탐욕스러워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멜다에겐 물질에 대한 소비 그 자체가 행복의 요소였을 것이다.
기부해서 Charles F. Feeney가 행복했고, 소비해서 이멜다가 행복했다면 개인의 행복 차원에서는 그 옳고 그름은 따질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의 자유가 주어진다. 소득이 생기는 순간, 개인의 행복을 위한 소비의 선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의 10~30대까지의 사망 이유 1위는 자살, 40~70대는 암이다. 한국은 버티지 못하면 자살하고, 버티면 암이 걸리는 사회라고 한다. 이런 한국사회의 2030 세대에겐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의 결여가 크다. 앞서 말했다시피 사람의 가치관은 다양하며, 그것에는 옮고 그름이 없다. 하지만 다양성 속에서의 큰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괜히 YOLO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에 집중하면 인생을 즐길 수 있다.
경제학 용어 중에 '마이너스 할인율'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이 아닌 미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키스를 지금 당장보다 3일 후에 받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평가한다고 한다(3년 후, 10년 후에 받는 키스는 지금 당장의 키스보다 더 낮은 가치로 평가됨). 사람들은 3일 동안 키스를 상상하며 두근두근 하는 그 경험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같은 값의 소비를 했을 때, 옷이나 가방보다는 맛있는 음식, 여행에 투자한 경우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으며,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새로 산 물건은 언제나 새 물건으로 남아 있지 않는다. 사실 물건을 살 때 제일 기쁜 순간은 택배를 기다리고, 받고 뜯어보는 그 순간이다.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물건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된다. 이물 건은 언제 샀고, 정말 잘 샀다는 지속적인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반면 음식이나 여행은 요리의 맛과 그곳의 경관뿐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한 사람과의 대화, 분위기 등이 머릿속에 오감으로 오래도록 남아있으며, 지속해서 꺼내 곱씹을 수도, 창의적인 일을 할 때 경험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 '경험의 소비'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행복은 많은 사람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이러한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돈이라는 존재는 필수적이다. 물론 돈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많은 돈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돈을 지배할 수 있어야, 즉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비로소 돈은 바람직한 삶의 도구가 된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가질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내가 가진 돈으로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소비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돈을 좇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그 타이밍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지, 또한 나에게 지속적인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을 위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경험의 소비이던, 절약의 기쁨이던, 명품 쇼핑이던 나의 행복을 위한 현명한 소비라고 판단이 되는 일을 하도록 해보자.
물론 흥청망청 소비하란 의미는 아니다. 나의 소득 수준에 맞는 가치 집중형 소비를 추구하길...
Written by 오서빈
Edited by 조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