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ject One Aug 27. 2017

[Project One] 고객을 만나기 전 하는 일들

세일즈에 대한 나의 철학



세일즈 담당에게 고객과의 만남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엄밀히 말해서 세일즈맨에게 ‘일터’는 사무실보다는 고객과의 만남 장소에 더 가깝다.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고객과의 만남인 만큼, 고객 만남에 앞서서 생각할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일하는 회사의 특성상 내용이 B2B 세일즈에 특화되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분야의 세일즈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믿는다.


1. 마인드


영업은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다. 영업은 고객에게 도움을 '전달하는' 일이다.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살아남는다. 그들이 고객에게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의미가 꼭 영업에만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PM(Product Manager)이 고객에게 도움이 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마케팅이 이를 도움이 필요한 대상에게 '알리는' 일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면, 영업은 현장에서 직접 '건네는' 역할이다.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나는 고객에게 도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잘 수행해야 한다.

직무의 본질이 이러한 만큼, 고객과의 만남에서 항시 생각해야 할 질문이 있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팔지?’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판다'는 말과 '매출'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말자. 매출은 도움을 준 대가로 받는 결과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자.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고객의 상황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고객을 좋아하는 것이다.


2. 고객을 이해하는 준비: 사전조사와 질문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고객을 만났을 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무엇일까? 바로 고객이 어떤 사업을 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제프리 지토머는 [레드 세일즈 북]에서 “지금 하시는 사업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를 고객에게 하는 가장 멍청한 말 중 하나로 꼽았다. 이런 기초적인 조사는 고객을 만나기 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회사의 역사, 비전, 주요 제품, 최근 이슈들에 대해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좋지만, 시간이 없다면 회사 홈페이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팅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고 이를 위해 실제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얼마 전 회사에 놓을 정수기를 샀다. 인터넷에서 조건을 비교해 2개의 회사를 추려냈다. 두 회사의 세일즈 담당이 회사에 찾아와 조건을 협의하고 왜 자기 회사의 제품을 써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고 갔다. 미팅 자리에서 A사 세일즈 담당은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몇 명이 근무하는 회사인지 물어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지, 갓 출시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추천해주고 갔다. 연이어 만난 B사의 세일즈 담당은 우리 회사를 알고 있는 듯했다. 미리 홈페이지나 기사를 찾아봤는지 회사에 대해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초창기의 성장 중인 회사이니 가성비가 좋은 저렴한 제품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제안을 했다. 많은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지인이 모 기업의 품질담당으로 있다며 기회가 되면 지인에게 우리 제품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누구에게 정수기를 구매했을까?



출처: salesqb.com


미팅을 미리 준비하면 고객에게 폭넓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데에도 더 유리하다. 핵심에 집중하게 되면 고객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덤으로 고객 입장에서 나는 상황을 잘 이해하는 똑똑한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고객은 당연히 열심히 미팅을 준비해온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과 함께 또 한 가지 준비할 것이 질문이다. 질문은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통해서만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제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 "제품에 대해서 얼마나 만족하세요?"라고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혹은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이 제품을 얼마나 추천해주시겠어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본인에게 물었을 때 어떤 질문에 더 답변하기 편한가? 특정 질문이 더 낫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이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태의 질문이 있다. 좋은 질문을 할 때 고객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들을 수 있다. 고객만남에 앞서 좋은 질문 세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고객과의 미팅을 앞두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나만의 질문 세트를 가지고 있는가? 오늘 나는 고객에게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3. 고객을 좋아하기 위한 준비: 감정관리


“힘들어도 웃어라. 절대자도 웃는 사람을 좋아한다”

– 이건희


대부분의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진심으로 호의적이다. 하지만 모든 영업사원이 모든 고객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고객과의 만남 전에는 긍정적인 감정이 유지된다. 고대했던 만남이 성사되어서 한껏 고양된 상태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도 매우 좋다. 하지만 고객과의 만남이 늘 생각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고객은 갑작스럽게 미팅 시간을 바꾸자는 요청을 한다. 때로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잘 집중하지 않는다. 이때 고객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생각하면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한다. 부정적인 감정상태로는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세일즈맨은 상황을 객관화하면서 좋은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고객과 전화로 만나는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콜드 콜을 하면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나는 심한 경우에는 감정을 터뜨리고 전화기 너머 상대와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일이 잘 처리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추후에 다시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회의 중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겠지만 용기 내서 전화를 받았다. 홍보성 전화였다. 짧게 거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끊는다. 왜 그랬을까? 그 상품이 나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나는 단지 상황적으로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을 뿐 어떠한 악의도 가지지 않았다.

영업사원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야만 한다. 상대에게 도움을 전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싫어하는 고객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감정을 긍정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사람에 따라서 천성적으로 뛰어난 감정 회복성을 가진 이들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금세 회복돼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내가 하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고객의 거절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고 내 일에 대한 거절이다. 나에게 하는 말과 태도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고객과의 만남에 앞서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고객도 사랑해. 고객은 그에게 필요한 일에 더 집중하니까, 간혹 내가 하려는 일을 소홀하게 대할 수 있어.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하고, 고객도 사랑해”

내가 고객에게 품는 생각과 감정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된다. 내 눈빛, 제스처, 목소리의 톤을 통해서 그는 내 마음을 느낀다. 진심으로 좋은 감정적인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영화 '라라랜드' 대사 중


누군가에게 공짜로 도움을 주는 일은 쉽다. 하지만 도움의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세일즈는 어렵다. 다행히 이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도움의 총합을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보다 훨씬 크게 만드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은 고객에 대한 이해 해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 이해를 바탕으로 그에게 필요한 도움을 기분 좋게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세일즈를 하고 있는 의미와 목적도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Written by 김왕수

Edited by 조경상


Proejct One 소개 보기


Project One Facebook

작가의 이전글 [Project One] 읽는 만큼 성장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