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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Mar 05. 2020

백수가 다니는 이상한 회사

플백 매니저 니트생활자 대표 박은미 

여기 백수들이 출근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분들 중에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겠죠.


백수가 출근을? 뭔가 이상한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회사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그들, 백수인지도 모릅니다. 조직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할 과업도,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죠. 아무도 강제하지 않다 보니 쉽게 삶의 리듬을 잃기도 하고, 또 불안이나 고립감에 시달리기 쉬운 사람도 바로 그들일 테니까요.


오늘은 카카오프로젝트100 베타 시즌2에서 '무업 청년들의 랜선 회사놀이 니트컴퍼니''니트족들의 100일 출근 루틴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개설한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 박은미 대표를 만나 ‘가짜 회사’를 세운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볼까 합니다.




Q. 니트생활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니트생활자는 무업 기간 동안 사회와의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업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작년 1월에 시작된 신생 단체예요. 그러다 보니 니트생활자라고 소개하면 뜨개질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웃음) 사실 이 말은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에서 착안한 말이에요.



아무래도 니트족이라고 하면 놀고먹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학생이나 직장인도 아니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명명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그 고민의 결과가 ‘니트생활자’라는 이름이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니트족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니트생활자



Q.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이 아닌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산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A. 사회가 요구하는 일종의 통념이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또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취업을 하고, 차근차근 승진을 하고, 소위 ‘더 좋은’ 회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그런 거요. 그런 삶의 모습도 있지만 나에게 맞는 삶이라는 게 따로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요. 


가령 직장 생활보다는 프리랜서의 삶이 편한 사람도 있을 거고, 창업자로서의 삶이 더 성향에 맞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하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해요.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는 그런 사회적인 시각을 바꾸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니트생활자가 청년 니트들과 함께 진행한 전시회 '니트컴퍼니'


Q. 본인의 무업생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셨다고 들었어요. 

A. 사실 저는 직장생활을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기 위해 이직도 여러 번 했고, 매일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죠. 개인 생활이란 게 없을 정도로 일만 했어요. 일이 주는 성취감이나 매달 나오는 급여가 주는 안정감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 일 없었다면 지금도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마지막 회사에서 부당한 사건이 생겼고, 그걸 참을 수 없어서 동료와 함께 예정에 없던 동반퇴사를 하게 됐어요. 백수가 되면서 둘 다 많이 좌절했죠. 하지만 퇴사 동기와 함께 무업기간을 보내보니 혼자 집에 있을 때랑은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활력이 생겼고 든든했어요. 


우리처럼 무업인 사람들을 만나
활력을 주면 좋겠다 생각했고,
니트생활자라는 단체를 만들게 됐어요.



Q. 시행착오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작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당사자들이다 보니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도 잘 알겠더라고요. 우선 니트생활자란 이름을 정하고, 블로그를 개설한 뒤에 우리 둘이 무업기간동안 하고 싶었던 것부터 시작했어요. 한양도성 함께 걷기, 한강에서 치맥하기 같이 소소하지만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죠. 둘이 프로그램 기획부터 홍보, 현장운영까지 다 했는데, 그 일이 또 잘 맞는 성향들이라 오히려 즐겁게만 느꼈던 것 같아요.


Q6. 지난 1년 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우선 월 액티비티 활동을 10회 정도 진행했어요. 그리고 니트컴퍼니라는 가짜 회사놀이 프로젝트도 운영했죠.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협력자들도 만나게 됐어요. 덕분에 올해는 프로젝트를 함께 한 분들과 책도 쓰고, 커뮤니티도 꾸준히 운영하게 될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이렇게 카카오임팩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것도 성과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Q. ‘가짜 회사’ 니트컴퍼니라니, 어떤 프로젝트인지 궁금해요.

A. 니트컴퍼니는 말 그대로 니트생활자들끼리 가상의 회사를 세운 거예요. 저도 회사가 싫어서 나왔지만, 회사가 개인에게 주는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이겠지만, 그 외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도와주기도 하죠. 


니트컴퍼니는 조직 없이 생활하는 개인들이 아쉬웠던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매주 한 번씩 만나 각자가 목표로 한 바를 달성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자기가 정한 직책과 부서명에 맞춰 명함과 목걸이 명찰도 만들어 드렸어요. 그중 한 분은 니트컴퍼니 명함과 목걸이 명찰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당당히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자랑하셨던 기억도 나네요.(웃음)


지난해 진행한 니트컴퍼니 프로젝트의 임직원들이 청계천에서 찍은 콘셉트 화보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참여자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A. 니트컴퍼니에 입사(?)한 사원분들과 일과 관련된 전시를 열었어요. 전시를 잘해보겠다고 대관한 곳 벽에 양면테이프를 엄청 붙였거든요. 전시는 너무 잘 끝났는데, 그 벽에 붙인 양면테이프를 일주일간 제거하느라 어깨가 너덜너덜 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사보 찍는다고 같이 정장 입고 청계천에 가서 발 담그고 일하는 콘셉트의 사진을 찍었던 것도 재밌는 기억 중 하나예요.


Q. 이번에 카카오프로젝트100(이하 플백)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프로그램인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청년 니트들을 위한 두 가지 플백을 기획했어요. 하나는 <무업 청년들의 랜선 회사놀이, 니트컴퍼니>란 플백인데요. 100일 동안 랜선 회사놀이를 통해 리얼한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아까 소개드린 니트컴퍼니의 랜선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회사의 관리 하에 각자의 업무(프로젝트)를 100% 완수할 수 있도록 ‘귀찮게’ 만들어 드릴 예정입니다.(웃음)



또 하나는 <무업 청년 니트의 출근 100일 루틴 만들기>예요. 말 그대로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출근을 인증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아무래도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 보면 규칙적인 생활이 참 힘들어요. 늦게 일어나면 하루가 자책으로 시작되고 그 여파로 하루 종일 다운된 기분으로 지내기도 하고요. 참여한 분들이 아침 루틴을 만들어 일상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해요.


Q. ‘이런 사람은 꼭 플백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인재상(?)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무업 상태에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다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집 밖을 잘 나가지 않거나, 낮과 밤이 바뀌었거나, 늘 불안한 마음이거나, 뭔가 시작을 하는데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거나, 백수 동지들과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 모두모두 환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지지감, 연대감을 느끼길 바랍니다.
또 그것을 기반으로 작은 성취와
새로 도전할 힘을 얻기를요. 


"저희 세 사람이 각각 핸드, 바디, 브레인 부서를 맡을 예정이에요. 많이 참여해 주세요!"


Q. 100일이 지난 뒤, 참여한 분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갔으면 싶으신가요?

A. 우선 ‘난 혼자가 아니구나’, ‘내 옆에는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동지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플백을 완수하며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새로운 일들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니트생활자의 박은미 대표에게 '니트생활자의 비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가치는 퇴사해도 안전한 사회예요. 무업기간이 더 이상 두려움의 기간이 아니라 가능성의 기간이 되도록 바꿔보고 싶어요. 우선 그 시작은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 연대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첫 단추가 잘 꿰어졌다면, 전직이 쉽고 어떤 일을 선택하더라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어요."


니트생활자라면 이 특별한 백일에 도전해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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