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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플백 Mar 02. 2020

누구나 예술, 수어로 함께

플백 매니저 핸드스피크 정정윤 대표

안녕하세요. 카카오프로젝트100입니다. 


오늘은 '농인 아티스트와 함께 수어라차차!'라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개설한 핸드스피크의 정정윤 대표를 만나 핸드스피크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핸드스피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핸드스피크는 농청년들의 문화예술 참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입니다. 현재는 예비합격자를 포함해서 19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이들이 주체적으로 예술을 기획하고,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핸드스피크 소개 영상  ⓒhandspeak


재능만 있다면 농인이든 청인이든 
누구나 끼를 발산하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우리가 그 기회를 만들어보자


Q. 1년이 조금 지난 시간 동안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더라고요. 

A. 회사를 설립한지는 1년 되었지만, 초창기 핸드스피크 멤버인 희화와 지연이, 혜진이, 그리고 제가 만난 건 10년 전 일이에요. 


제가 공연기획사에 다닐 때였는데요. 어느 날 이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춤을 너무 추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면서요. 알아보니 농청년들이 문화 예술 분야에 참여할 기회가 정말 없더라고요. 그래서 회사가 이 친구들과 함께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했고, 그때 담당자가 저였죠. 


막상 맡고 보니 이 친구들의 춤 실력이... 춤을 너무 못 추는 거예요.(웃음) 춤을 추고 싶고, 배우고는 싶은데 제대로 배우거나 연습한 적이 없었던 거죠. 1년 동안 합숙하면서 연기, 춤 등을 가르치며 준비를 시켰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엄청난 연습량을 감당할 준비가 안되어 있던 거죠. 결국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이 친구들이 춤추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더라고요. 그때 인연으로 10년 동안 함께 했어요. 담당자와 연습생 관계가 아니라 선후배 관계로요. 춤출 기회를 찾아서 비용이나 지역 생각 안 하고 무대를 찾아서 열심히 다녔어요.


그러다가 2016년에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농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게 됐죠. 그때 ‘한국 사회에서 농인 예술가들이 활동할 기회가 너무나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일본은 농인이라고 하더라도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춤출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더라고요. 


심지어 2017년에 간 홍콩 페스티벌 현장에는 엄청나게 큰 무대에 기자회견까지 준비되어 있었어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세 친구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들이 더 잘 추나?’, ‘그래서 우리가 기회를 못 얻었던 건 아닐까?’


공연이 끝난 뒤 우리 팀이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어요. 다시 한국에 와서 우리가 그동안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던 이유를 묻기 시작했어요. 끼 있는 농청년들이 많아도 그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기회나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죠. 누구나 끼를 발산하고, 무대에 서는 어려움이 없도록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향해서 네 사람이 자연스럽게 뭉치게 됐던 것 같아요.


2019년 프레스 자격으로 참가한 프랑스 세계 농인 축제 현장 영상 ⓒhandspeak


Q. 핸드스피크 설립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A. 2018년에 희화, 지연이, 혜진이, 저 이렇게 의기투합해서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지원했어요. 기대치 않게 덜컥 합격했죠.(웃음) 회사를, 특히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에요.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지원받기 위해 들어야 할 교육이나 프로그램도 엄청나게 많거든요. 창업을 통해 농인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수어 지원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도 그 순간들이 즐겁고 소중했어요. 


Q.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긴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제일 힘든 점은 한국에 저희가 따라갈 만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가 없다는 거예요. 사회 진출이 쉽지 않은 농청년들이, 돈 벌기 쉽지 않은 예술을 한다고 모여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요. 하지만 사업하면서 생기는 돈에 대한 부담을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주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돈 때문에 각자가 가진 꿈을 펼칠 생각보다 현실과 타협하게 될까 봐요. 지금 당장 돈을 조금 덜 벌고, 조금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모두가 가진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핸드스피크의 뮤지컬 공연 모습 ⓒhandspeak


Q. 사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미리 질문지를 보내주셔서 뭐가 기억에 남는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다들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2019년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함께 워크숍을 다녀왔을 때의 일인데요. 그날따라 친구들이 쭈뼛쭈뼛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마무리할 때쯤 제게 영상을 줬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저에게 한 해 동안 고생했다면서 응원 메시지를 보낸 영상이었죠. 그날 같이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들과 함께라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기회였고요. 


핸드스피크 구성원들이 정정윤 대표에게 보낸 영상 편지


Q. 이야기하는 내내 구성원들의 끈끈함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 핸드스피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일단 매출을 늘리긴 해야겠죠?(웃음) 사실 2019년에는 저희가 준비한 분야를 모두 보여주진 못했어요. 인력이나 역량의 한계가 분명했으니까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고 봐요. 수어랩과 뮤지컬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올해는 여러 분야로 핸드스피크의 영역을 확장해 볼 계획입니다. 플백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런 계획 실현의 일환이고요.


핸드스피크의 소중한 아티스트들 ⓒhandspeak


Q. 플백과 진행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어떤 건가요?

A. 그동안 저희한테 수어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꽤 많이 들어왔어요. 저희 소속 아티스트 중에 농통역사, 수어 구연가, 특수학교 교사 등의 수어 전문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핸드스피크가 수어 교육 전문기관은 아니니까 잘 가르쳐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중하게 요청을 거절해 왔죠. 


카카오프로젝트100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문득 생각이 든 게, ‘우리가 수어를 잘 가르쳐줄 수는 없어도 재밌게 가르쳐 줄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거였어요. 실제로 저희 영상이나 공연을 보는 분들의 대부분이 수어를 배우고 싶어서 콘텐츠를 찾아본 게 아니라, 콘텐츠를 즐기다 보니 수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경우였거든요.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통해 수어를 가르쳐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0일 동안 수어랩과 수어발라드를 배우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에요. 요즘 열심히, 즐겁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Q. ‘핸드스피크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A. 수어를 재밌게 배우고 싶은 사람, 수어랩과 노래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이요. 저희가 기획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게 ‘농인과 청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수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농인과 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무엇보다 청인들도
수어와 농인에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Q. 100일이 지난 뒤, 참여한 분들이 어떤 변화 혹은 생각을 가져갔으면 싶으신가요?

A. 우선 농인과 청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경험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농인 아티스트의 교육을 통해서 ‘이들이 이렇게 멋진 일을 하는구나’, ‘우리가 친해질 기회가 이렇게 많구나’라는 걸 느꼈으면 싶어요.


그리고 수어와 농인에 모두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가끔 공연이 끝나고 토크를 할 때 주변에 농인이 있거나, 본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달라고 부탁해요. 그러면 몇 명 정도는 늘 손을 드는 편이죠. 그런데 질문이 ‘농인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바뀌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농인들에 대한 시각이 조금이나마 바뀌고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서는 수어가 공용어라는 사실과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동등한 정보를 제공받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는 분들이 좀 더 늘어나길 희망해요.


Q. 마지막으로 핸드스피크가 가지고 있는 비전 혹은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제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한데요. 사회적으로 농인 예술가와 농인 리더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단적으로 저희 핸드스피크의 구성원 친구들도 기업 혹은 단체에서 농인 리더가 세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잘하지 않아요. 


저는 지금은 제가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지만, 나중에는 제가 아니라 농인 친구들 중 누군가가 이 자리를 맡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핸드스피크 뿐만 아니라 청인들이 더 많은 구성원을 차지하는 회사에서도 능력 있는 농인 친구들이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요. 그런 가능성과 가치를 저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에 게재된 핸드스피크 아티스트 인터뷰 영상 ⓒ경향




핸드스피크와 함께 수어랩, 수어발라드를 배워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지치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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