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백 매니저 고금숙 활동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카카오프로젝트100입니다.
새로 시작한 플백 베타 시즌 2에 많이 신청하고 계신가요? 나를 위한 변화의 100일도 좋지만, 나도 좋고 지구도 좋아할 변화의 100일은 어떠신가요?
환경을 위한 일에는 항상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요. 그만큼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더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라 그렇겠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라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활동가가 있습니다. 뭐든 풍요롭게 넘쳐나고 플라스틱 역시 넘쳐나는 이 시기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이 세상의 룰을 바꿔버리자고 말하는 사람,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 씨를 만났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건네받은 명함에 활동명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본명은 고금숙, 활동명은 금자. 13년간 여성환경연대에서 일하며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 생리대 유해 물질 이슈화 등을 이끌어낸 활동가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이죠. 차갑게 복수를 실행하는 영화 속 '친절한 금자씨'보다는 '친근한 우리동네 금자씨'에 가깝다는 첫인상입니다.
현재 그는 일주일 중 사흘은 ‘발암물질없사회만들기 국민행동’에 나가 일하고, 나머지 날에는 플라스틱 프리와 제로 웨이스트를 외치는 1인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활동의 하나로 카카오 플백 베타 시즌2에도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우리는 매일매일'이라는 프로젝트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Q. 처음 전화드렸을 때 ‘회사에 가는 요일이 따로 있다’고 하셨죠. ‘1인 독립 활동가 겸 반상근 활동가’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인지, 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는 여성환경연대에서 10년 넘게 일했어요. 그러다가 2년 전쯤 조직에서 나와 지금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죠. 퇴사를 결정한 데에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오랜 기간 한 조직에 몸 담다 보니, 운동 최전선에 서는 게 아니라 조직원들을 서포트하는 위치에 서야 할 때가 왔고, 그 역할이 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오랜 기간 몸 담았던 곳에서 나오니까 방황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일주일에 2~3일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이라는 직장에 나가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플라스틱 프리’나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활동을 하는 삶을 시작하게 됐어요.
직장을 옮기고 일하는 형태도 달라졌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쉽고, 절박하게 환경 문제를 전달하고 행동하게 할 것인가란 점에서요.
Q. 쓰레기 덕질이나 알맹 프로젝트처럼 소위 ‘힙’한 느낌의 활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A. 일을 그만둔 뒤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나온 활동이에요. 우선 ‘쓰레기 덕질’은 일회용 컵 보증금 문제를 비롯해서 각종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이에요.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모아 판매 상점에 되돌려 준 ‘플라스틱 컵 어택’ 활동이 대표적이죠. 이밖에도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비닐 없이 구매가 가능한 빵집이나 원두를 자기 용기에 가져갈 수 있는 카페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해요.
그리고 ‘알맹 프로젝트’는 망원시장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하고 있어요. 비닐봉지를 쓰지 않도록 장바구니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 ‘카페M’이라는 곳의 한편에 세제 소분 숍을 열기도 했죠. 실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고,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Q. 처음부터 동네 주민들이 활동을 참여하도록 유도하거나, 지역 상인들이 활동에 동참하도록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각자 맡은 역할이 있고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조직과 달리, 환경에 대한 한 가지 관심으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죠.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소통에 들여야 해요. 각자 생계도 해결해야 하니 야근도 잦고요. 처음에는 이런 일들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2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느낌이 들어요. 나 스스로 일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조금은 알게 되었달까요?(웃음)
Q. 지난해에는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라는 책도 내셨어요.
A. 쓰레기에 관한 여러 생각을 담은 일종의 ‘이론서’예요. 쓰레기 없는 사회를 위해 실천 가능한 행동 요령을 알려주는 ‘실용서’이기도 하고요. 일반지보다 비싼 재생지를 썼고, 표지는 코팅도 안 했어요. 띠지도 만들지 않았죠. 사실 한국 출판시장에서 환경 분야는 ‘안 팔리는’ 책 중 하나예요. 그런 상황에서 가치를 지키면서 책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출판사 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
Q. 플라스틱 제품이나 일회용품 없는 삶을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그렇고요.
A. 쓰레기 문제나 기후변화를 개인의 행동만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봐요. 기업의 변화, 그리고 국가와 제도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 내 일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개개인의 다짐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마련이에요. 이것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나아갈 때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플백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그 생각의 연장선인가요? 어떤 프로젝트인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보다는 훨씬 가벼운 느낌의 프로젝트예요.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환경 문제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을 던질 거예요. 실천을 유도하기도 할 거고요. 최근 들어 환경문제나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분들이 많기도 하죠.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환경문제의 심각성 혹은 필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미리 100일 동안의 활동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잠자는 시간 제외한 두 시간 동안 휴대폰 꺼놓고 그 느낌을 한 줄로 적기’, ‘좋아하는 사람과 밥 먹고 시간 보내기’처럼 얼핏 보기에는 환경과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들도 있더라고요. 이런 활동들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A. 저는 플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자기 삶을 재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SNS 좋아하고, 스마트폰 만지작 거리는 걸 좋아해요. 그런 삶은 압축적이고, 스펙터클할 수밖에 없어요. 수 십 년의 시간이 짧게 요약되고, 마치 내가 지금 아부다비에 가서 쇼핑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니까요.
플백을 통해 저자극으로 현실에 발 디디며 사는 삶을 살아보기를 바라요. 그런 삶을 살 때, 기후 위기도 더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다고 봐요.
Q. ‘꼭 플백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유형(?)의 사람이 있을까요?
A. 음…(웃음)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실천을 못 하셨던 분들이요. 환경책 한 권쯤 읽어봤지만 ‘난 못해’라고 생각했던 분들, 환경문제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봤지만 실천을 망설였던 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알아가셨으면 좋겠네요.
Q. 100일이 지난 뒤, 참여한 분들이 어떤 변화 혹은 생각을 가져가길 바라시나요?
A. 100가지 미션 중에서 딱 한 가지라도 습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막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려는 분들이 처음부터 100가지를 다 실천하는 건 무리라고 봐요. 우선 100일이 지난 뒤, 내 맘에 쏙 드는 1~2개의 미션을 습관으로 만들고, 이후에 하나씩 개수를 늘려가면 좋을 것 같아요.
진흙투성이 남극 펭귄과 굶주린 북극곰이 괜히 내가 마시고 버린 플라스틱 콜라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죄책감이 든다면, 또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다음 세대에게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일단 시작해봐요.
모든 위대한 변화의 시작도, 한 개인의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것 알고 계시죠?
자, 지구를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아래 링크로 지금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