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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진 Dec 17. 2021

방구를 크게 뀌고


라디오를 크게 켜고라는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롤러코스터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인데, 나는 이 아름다운 노래 제목을 '방구를 크게 뀌고'로 바꿔보았다. 오늘의 글이 롤러코스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게 말이야 방구야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글 한 편을 쓰고자 한다. 그렇다. 오늘의 주제는 방구다. 도대체 방구로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이렇게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방구를 가지고 이야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집과 작업실의 경계 없이 독립해 혼자 사는 나는 늘 원 없이 방구를 뀐다. 소리가 크든 작든 상관이 없다. 뀌고 싶을 때 마음껏 방구를 뀌면 기분이 상쾌할 뿐만 아니라 묘한 쾌감이 있다. 가끔은 소리가 굉장히 커서 스스로 놀랄 때가 있는데, 옆집에 다 들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흠칫할 때도 있다. 뭐 어쩌면 방구 소리 큰 걸로 유명한 604호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나는 큰 소리로 방구를 뀔 때마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컷 방구를 뀌는 삶. 자유인의 삶.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는 절대 큰 소리로 방구를 뀌어서는 안 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거라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은, 가족, 혹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 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방구를 크게 뀌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아니, 애인 사이에서도 방구를 트는 것이야말로 진실된 관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것이 아닌가. 그만큼 방구라는 건 모두가 가졌지만 모두가 가진 것 같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미묘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방구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방", "구". 방이라는 음절도, 이어 나오는 구라는 음절도 뭐 하나 귀엽지 않은 게 없다. 그리고 이 말을 함과 동시에 크게 웃는다. 이상하게도 방구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참 희한하지. 어릴 때도 방구라는 단어 하나 가지고 하루 종일 놀면서 자지러지게 웃더니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방구라는 단어는 나를 깔깔 웃게 만든다. 방구는 영어로 Fart. 가뜩이나 발음하기 어려운 F에다가 끝에 R까지 있어서 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다. 방구는 어느 나라, 어느 문화에서도 이상하리만큼 귀여운 음절로 이루어져 있다. 뱃속의 가스가 항문을 통해 새어 나오는 그 소리가 마냥 기분 나쁘지 않고, 나름 귀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었을 거다. 방구는 참으로 귀엽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경우 방구는 더욱 그 역할을 다 한다. 방구를 제대로 뀌지 않으면 내장 기관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뜻인데, 장염에 자주 걸린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건강한 방구 한 번 뀌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일인지 한 번의 방구에 진심을 다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다. 아무 냄새 없이 깔끔하고, 뽀-옹 정도의 경쾌한 소리가 나면, 음식을 잘 먹었고, 모든 내장 기관이 잘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영양소가 골고루 몸에 흡수되었구나를 알 수 있다. 방구는 귀여울 뿐만 아니라, 늘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든든하기까지 하다. 내가 내는 소리지만, 내가 내는 것 같지 않은 소리. 정확하게는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소리. 우리는 그 소리를 통해 나의 몸속 장기와 대화를 나눈다.


늘 편하게 방구를 뀔 수 있는 건 정말이지 행운을 타고난 거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소리 나지 않게끔 엉덩이 한 쪽을 들었다 놨다 하는 특수 기술을 써가며 방구를 겨우겨우 뀌면 시원하지도 않고, 여러모로 불편하다. 거기다 만약 냄새까지 더한다면, 티는 못 내도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냥 방구에만 한하는 일일까? 나는 삶의 전반이 이 눈치 방구와 비슷하다고 본다. 시원하게 방구를 뀌는 삶, 이게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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