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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진 Dec 10. 2021

kcjkim1님과 yoosunkyong2 님에 대하여


오랜만에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 수진이한테 연락 좀 해봐."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가 웬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아빠가 내게 연락한 이유는, 아무래도 프로젝트158을 따라 하는 계정이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메시지는 "인스타에 짝퉁 158이 있는 것 같네"로 시작됐다. project158이라는 영문 계정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project158에 언더바 하나를 더 달았다. 아마도 기존에 있는 그 아이디를 말하는 것 같아서 말했다. "프로젝트158 인스타계정은 하단에 작대기 하나 더 붙였어." 하지만 아빠 말로는 이 계정도 똑같이 작대기가 하나 더 있고, 분위기까지 비슷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프로젝트158을 따라 하거나 비슷하게 사칭하는 것 같다며 스크린샷을 해서 보내줬는데 apartment158_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계정이었다. "어, 아빠, 이것도 나야..."


아파트먼트158은 작업실 생활과 기타 일상에서 받는 영감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계정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구독 중인 프로젝트158 계정에서 하기 어려운 속 얘기를 적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계정을 여러 개 만들면서까지 그렇게 할 말이 많냐고 물으신다면, 해도 해도 부족한 걸 어떻게 합니까.라는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말이 많고 수다스럽다. 어쨌든 프로젝트158 계정도, 아파트먼트158 계정도 모두 수수진이 관리하고 있는 계정이고, 그걸 몰랐던 아빠는 누군가 나를 따라 한다고 생각해 놀란 마음에 연락을 한 거다. 아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kcjkim1, 엄마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yoosunkyong2. 이 두 사람의 계정으로 말할 것 같으면 팔로잉 숫자는 오로지 숫자 1, 단 하나의 계정 project158_ 만 팔로우하고 있다. 하루 종일 프로젝트158 계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다가 댓글이 너무 없다 싶으면 "작가님 늘 응원하고 있어요." 같은 댓글을 달기도 하고, "작가님, 초심을 잃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길 때도 있다. 예전 게시글을 처음부터 다시 보면서 혹시라도 빼먹은 좋아요는 없는지 살피며 게시물 연속 100개 좋아요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라고 강조해도 늘 좋아요를 챙겨서 눌러주는 아이디 kcjkim1, yoosunkyong2,님. 여러 팔로워 중 가장 돋보이게 열심히 활동하는 두 계정 덕분에 프로젝트158은 혼자가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을 구체화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인터넷 얼짱이라는 이름으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유명해진 일반인이 많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어쩌다 인플루언서라는 직함을 얻어 종종 광고 협찬을 받고 있는데, 좋은 관계를 맺는 클라이언트와는 더 발전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웬만한 협찬 광고는 받는 편이다. 동시에 광고가 너무 많아지면 팔로워가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러다 보니 광고를 하면서도 눈치가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있겠느냐만, 어쨌든 이 채널을 통해 일을 하고, 관계를 맺는 나로서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고민거리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낳고, 인스타그램이 삶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해서 내가 이러려고 시작했나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많다.


하지만 kcjkim1님과 yoosunkyong2님의 좋아요, 댓글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실생활 홍보로 덩달아 프로젝트158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엄마, 아빠 친구들의 댓글을 볼 때면, 그런 고민은 사라지고, 그저 즐거운 소통만 남는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도 바꿀 줄 모르는 엄마지만, 어딜 가나 내 계정을 보여주며 팔로우 영업하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 그저 웃기고, 그저 뭉클하다. 자립해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딸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라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이 채널을 진솔한 소통의 채널로 활용하고 싶다. 비단 엄마, 아빠와의 소통뿐이겠나, 이 세상과 그렇게 오래도록 소통하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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