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기분에 빠져버릴 때 나는 기도한다. 어릴 적 교회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꼭 모은 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곧게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머리는 비스듬히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기도한다. 대부분 이런 태도로 하는 기도는 하나님, 이게 뭡니까로 시작해서 하나님, 정말 답답합니다로 마무리된다. 신에게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화풀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좀 풀려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무런 효과가 없는 데도 나는 기도한다. 왜냐면 어찌 되었든 간에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특히 구약서는 이스라엘의 전쟁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전쟁과 전투가 나온다. 이스라엘 국민은 전쟁에 승리하기도 하고, 패배해 포로가 되기도 하며, 식민 지배를 받기도 한다. 독립을 이루고 얼마 안 되어 또 새로운 전쟁을 치르는 고된 여정이 그들의 삶이다. 영광은 짧고 수난은 긴 그들의 역사를 보면, 신이 선택한 민족이라도 고된 삶은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신에게 기도하면서도, 어쩌면 신이라는 존재는 나보다, 그리고 이스라엘보다 훨씬 더 피곤한 삶을 살았고, 여전히 그런 생을 영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복잡한 인간계에 꾸준히 개입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삶은 물리적인 삶보다 한 차원 높은 치열함으로 살아내야 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하나님은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그리고 맹렬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신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 살고 있기 때문에, 신의 우직한 그 성실함을 믿기 때문에 나는 기도한다. 오늘의 해가 뜬 것처럼 내일의 해도 아무렇지 않게 띄워줄 그 신실함을 붙들고 기도하는 것이다. 신의 처절한 노력이 아직 우리에게 닿지 않았을 뿐이다. 그게 우리의 살갗에 극렬히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직 기도라는 도구뿐이라 오늘도 두 손 가득 기도를 붙잡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한다. 그들을 태초부터 지은 신이 과연 그들을 잊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니, 이 세상 그 누구도 하나님만큼 그들을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사랑으로 모든 걸 이겨달라고, 오직 사랑만이 모든 걸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 높여 외친다. 158센티 밖에 안 되는 동양인 여자의 기도가 러시아의 군대를, 지도자를, 핵 무기를 이길 힘은 오직 여기에서 나온다.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믿음. 너무 순진해 가치가 떨어져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 하나뿐인 진리. 우리는 이미 수년간의 역사를 통해 보았다. 제아무리 힘이 센 제국이라도 지금까지 여태껏 유지된 나라는 없었다. 로마는 망했고 소비에트연방공화국도 망했다. 결국 살아남는 건 국가가 아닌 사람으로 대변되는 민족이다. 강대국의 핍박을 이겨내고 우크라이나 민족이 끝까지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오직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