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후 5시는 지났고 오늘도 아침 해는 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메일은 안 왔다. 오후 4시 반 정도에 두 사람에게 메시지가 왔다. 팀 보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고. 그리고 우리 팀원 중 내 직속 보스를 포함해 총 네 명이 메일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2.
그 상황에서 안도하는게 맞는지, 슬퍼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는 게 맞는지, 충격받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메일을 받았다면 눈물이 터졌을테지만 당장 눈물은 나지 않았다.
3.
오늘 아침, 같은 팀 유일한 한국 동료분이 인사 메시지를 주었고, 아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계속 일을 할 수도 없고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도 않다.
조금 전에는 팀의 실질적인 리더인 두 분이 메시지로 마지막 인사를 보내왔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내일부터 모든 계정이 삭제되고 액세스 권한이 없어질 거라고. 나와는 1년 반, 학교와는 8년 가까운 시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4.
이 상황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눈물 이모티콘 하나 더 추가하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비현실도 아니다, 초현실적이다.
5.
지금 내가 가장 의아한 것은 해고 메일이 인사팀으로 오지 않고 팀 대장 보스에게 왔다는 점이다. 사실 그는 모두가 공공연히 추측한 가장 유력한 정리 대상이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팀원들을 정리하고 (그의 밑에 있던 세 명의 디렉터 모두 떠나게 됐다) 조금 더 라이트한 인력으로 (결과적으로 근속연수가 가장 적고 직급이 낮은 사람들만 남았다) 다른 팀을 흡수 합병하여 새로운 팀을 꾸릴 계획이지 않나 추측된다.
그리고 다른 팀이라면 이번에 떠나는 우리 팀의 실질적인 두 리더와 사이가 안 좋았고 결이 안 맞았던,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큰 프로젝트를 계속 맡고 있는 그 사람의 팀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6.
이런 예측으로 미래의 내 향방과 포지셔닝을 점치는 일은 생존을 모색하는 나약한 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대기업에서 수 많은 조직 개편을 겪어 봤고 한 제품의 전략을 구상하는 기획자적 마인드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 모든 것이 아직은 한 없이 가볍고 무정하고 비열하게 느껴진다.
지금으로서는 한동안 충격과 슬픔에 잠식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7.
하나님은 그에게 평안을 주시며 지탱해 주시나 그들의 길을 살피시도다 (욥기 24:23)
He gives them security, and they are supported, and his eyes are upon their ways. (Job 2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