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아몬드

by 블라이
Almond by Sohn Wonpyung


요새 네덜란드 책방에서 한국 작가들의 책이 자주 눈에 띈다. 한국 작가의 책은 원어로 읽어야 그 맛이 더 살아날 텐데, 이번에는 굳이 영어 번역본을 골랐다. 한국의 감성이 영어로 표현되는 느낌이 신선했고, 다른 언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 그리고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나같이 아이가 없는 일반인이 읽어도 충분히 감동받을 만한 책이다.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alexithymia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지고 있다. 윤재는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린 윤재는 엄마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윤재의 엄마는 어릴 적부터 기쁨, 슬픔, 공포 등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조금 무딘가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픔에 빠진다. 약으로 고칠 수도 없기에, 엄마는 윤재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비슷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여러 감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그런 엄마 덕분에 윤재는 학교에서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엄마는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를 ‘아몬드’에 비유하며, 아몬드를 먹으면 뇌가 커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윤재에게 아몬드를 챙겨준다. 윤재는 아몬드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엄마를 위해 먹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윤재는 엄마를 사랑했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게 윤재의 보호막이자 사랑이었던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묻지마 살인을 당하는 참변을 겪는다. 그것도 윤재 앞에서.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고, 엄마는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참변 이후 윤재는 식물인간이 된 채 병원에 누워있는 엄마를 매일 찾아간다. 사람들은 큰 사건을 겪은 윤재를 걱정하지만,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기에 묵묵히 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엄마를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낮에는 학교에 가고, 하교 후에는 엄마가 운영하던 중고 서점을 지킨다.


이제 더 이상 엄마처럼 감정을 가르쳐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도 그런 윤재에게 두 명의 친구가 생긴다. 한 명은 엄마의 친구이자 중고 서점 건물주인 빵집 아저씨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윤재를 괴롭히기도 하고 아프게 하기도 하는 친구, 곤이다.


곤이는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미아가 된 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다 결국 소년원까지 간다.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간신히 찾아냈지만, 문제아가 된 아들을 보고 당황스러워한다. 그의 아내는 죽을 병에 걸렸고, 죽기 전 잃어버린 아들을 보고 싶어 했다. 그는 결국 아들 대신, 윤재를 아들처럼 꾸며 아내에게 소개한다. 윤재는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이를 알게 된 곤이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윤재까지 미워하게 된다.


이후 곤이는 윤재와 같은 중학교로 전학을 오고, 처음에는 집요하게 괴롭히지만 윤재가 아무리 괴롭혀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처럼 불우한 상황을 겪은 것을 알고 괴롭히기를 멈춘다. 또 윤재는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는다고 느낀다. 곤이는 가끔 윤재네 서점에 와서 혼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가는데, 윤재에게는 특이한 친구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곤이는 학교에서도, 아버지에게도 사랑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점점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수학여행에서 돈이 사라지자 범인으로 몰리고,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모두 그를 의심한다. 아버지도, 윤재도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상처받은 곤이는 결국 가출해 나쁜 패밀리에 들어간다.


곤이를 떠나보낸 뒤 윤재는 곤이를 다시 생각하며 미안함을 느낀다.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감정이 생긴 것이다. 윤재는 겁도 없이 혼자 곤이를 찾으러 다니는데, 불량 패밀리 대장에게 곤이를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곤이는 윤재를 뿌리치지만,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는 윤재를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


결국 큰 부상을 입고 기절한 윤재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곁에는 빵집 아저씨가 있다. 아저씨는 윤재에게 곤이가 남긴 짧지만 진심 어린 편지를 건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물을 보여준다. 바로 의식을 되찾은 엄마다. 윤재는 깨어난 엄마를 껴안고, 엄마는 윤재를 보며 벅찬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윤재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항상 말썽을 일으키고 열등감이 가득한 소년. 특히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의 메시지가 더 분명해졌다.


Would I be able to give this child unconditional ove no matter what it looked like? Even if the child grew to be someone completely different from my expectations?... (생략). I have come to think that love is what makes a person human, as well as what makes a monster.


윤재는 감정을 알지 못했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감정을 가르쳐준 엄마와 어른들이 있었기에 큰 문제없이 자랄 수 있었다. 곤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아버지와 문제아로 낙인찍는 사회로부터 상처받았지만, 자신을 믿고 지켜준 한 명의 친구가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기에 곤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무서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나쁜 길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윤재는 곤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알아갔고, 곤이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친구 윤재 덕분에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곤이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그의 아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포기했었지만, 이내 곤이를 위해 일까지 쉬며 그를 돌보는데 집중하며 사랑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렇게 사랑하고 교육할 때 아이들은 ‘몬스터’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바쁜 부모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길을 잃거나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고, 제대로 된 지도와 교육 속에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