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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1. 2021

다대포 해수욕장, 세 모녀 차박

꿀잠 차박

   삼락 생태 공원의 차박이 좋았던 탓인지, 그때 엄마의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 탓인지, 자연스럽게 전부터 봐 둔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세 모녀의 차박 일정이 잡혔다. 나는 조카들을 모두 데려가고 싶었으나, 언니는 조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을 간 여유로운 시간에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아니라, 이번에는 제대로 본인의 힐링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홀홀 단신으로 가기를 희망했다. 어차피 조카들과 함께 하는 주말은 휴직이 아니라도 충분히 갈 수 있으므로 우리는 평일 한가로운 시간에 세 모녀의 차크닉을 한번 즐겨보기로 한다. 

  차를 먼저 세팅해 놓은 뒤, 바다 산책로를 가기 위해 소나무길을 따라 세 모녀가 걷는다. 

   건강을 위해 요즘 부쩍 산책에 열을 올리신 엄마는 제주도 여행에서 이제 사진 찍기의 달인이 되어 산책길에서 찰칵찰칵 연신 사진을 찍어 주신다. 잘 마련된 공원 산책로를 한차례 크게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점심 메뉴를 정하다, 갑자기 가덕도가 여기서 멀지 않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가덕도를 가기에는 오늘 시간은 빠듯해서 다음 여정으로 가덕도를 한번 잡아보기로 하고 오늘 점심 메뉴는 해물 칼국수로 정했다.

산책 및 점심 식사 후 차로 돌아와 보니 마침 옆에 레이 차량이 그 사이 주차하여 차박 중이다.

 차박 두대가 나란히 대 져 있으니 지나가는 산책 나온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차박이다' 하고 다들 한 마디씩 아는 체를 하며 지나간다. 캠핑카나 텐트의 주인은 남자분들이 주로 많아 보였는데, 차박은 오히려 여자분들로 추측되는 차들이 많이 보였다. 동지처럼 차박 할 때 옆자리에 만난 베뉴, 레이, 모닝 등. 아마도 텐트를 치는 부담보다 트렁크 문을 열고 뒷좌석을 눕히기만 해도 되는 별다른 기술 없이 캠핑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오히려 여성 분들이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혹은 나. 혼. 산의 경수진의 영향일 수도... 옆자리에서 같은 차박 카를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갑다.

제주도에서 사온 돌고래 풍경과 드림캡처로 새롭게 꾸며본 세 모녀 차박

   따스한 햇볕에도 불구하고 바닷가 바람이 제법 불어 쌀쌀함이 느껴지는 가을 날씨이다.

바람이 강해 날아갈 수 있을까 봐 차 앞에 의자는 펼치지 않고 차문을 닫고 누워있으니 트렁크 문만 열어두고 있어도 따뜻하다. 차박의 좋은 점을 또 하나 찾았다. 바람에 무척 강하다는 것!

차박지 바로 앞 펼쳐진 풍경

 

  차문을 닫아 바람을 모두 막아주니 한결 고요해진 차 안과 칼국수의 뜨끈한 국물에 든든해진 배 그리고 살짝 삐져나온 발에 따스한 햇살이 비춰 나른함에 그만 졸음이 몰려온다. 깜박 잠이 들었다. 휴직의 끝자락에서 발버둥 치던 나는 아직 제주도 여행에서의 여독이 미처 풀리지 않은 채 연이은 여행을 떠나느라 미뤄둔 브런치를 몰아서 작성하느라 요즈음 백수의 과로사란 말을 실감하고 있던 차였다. 차박으로 한숨 자고 나니 무척 개운하다. 꿀 낮잠을 자고 조카들 어린이집 시간이 다 되어가자 아쉽지만 짧았던 차크닉을 뒤로 하고 가는 길 동선에 있는 부네치아에 잠깐 들려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 장점:  다대포 해수욕장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고, 탁 트인 풍경과 산책로가 꽤 잘되어 있어 산책과 차박을 동시에 즐기기 좋은 곳이다. 또 주차장에 차를 바다 풍경 가까이 바짝 대면 앞에 단이 받침이 되어 트렁크로 차에 오르내리기 한층 편하고, 바로 앞 벤치들이 많아 굳이 의자를 펼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또 멀지 않은 곳 10분 거리 장림포구 부네치아, 20분 거리 을숙도, 30분 거리 가덕도 등 함께 묶어 돌아볼 코스들도 꽤 있다. 


 ▪ 단점: 다만, 부산 서쪽 제일 바깥에 위치한 위치 특성상 서구 주민이 아니라면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장이 유료라 오래 머물기는 부담스럽다는 점과 산책로가 워낙 잘 되어있어 산책을 즐기는 일반 행인들도 많이 지나다니므로 커튼과 같은 약간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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