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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2. 2021

삼락 생태공원, 나비 사냥 차박

조카들과 차크닉

차박의 기본 배경

     캠핑 꿈나무 조카들과 추석 성묘 후 차크닉을 잡았지만, 비가 와 한차례 불발되고 조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염려되어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그리고 나의 휴직이 끝나기 전에 가자며 오늘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다소 빠듯한 일정 중 무리해서 날을 잡았다. 차박의 기본 배경 글에서도 언급했던 어린 시절 느꼈던 캠핑에 대한 좋은 추억과 감성을 조카들에게도 선물해 주고 싶어 차박 키트를 받은 후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바로 조카들이었다. 어렵게 잡은 일정에 조카들의 첫 차박을 격려하기라도 하듯 날씨는 완벽하다.

   조카들을 위해 평소에는 반쯤 꺼내들던 인형을 이번에는 죄다 꺼내놓는다. 차 간 간격이 다소 좁았던 터라, 옆 텐트 아이들 목소리가 자연스레 들여온다. "엄마 우리도 저렇게 해줘." "이쁘지? 엄만 저렇게 못해 너희들 셋 데리고 오는 것도 힘들어. 담에는 우리도 집에서 인형 들고 오자." "엄마 우리 캠핑 온 거 맞지? 근데 왜 난 꼭 먹으러 온 거  같지?" 한참 점심 식사 중 대화로 짐작되는 현실감 넘치는 찐 대화들이 귀엽기만 해 속으로 긋 웃음이 난다.

   기다리던 꼬마 손님들의 등장에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꼬마 손님들은 취향에 맞춰 꾸며놓은 핑크로 무장된 차 안부터 올라선다. 돌고래음을 한차례 내뿜으며 차 안 구경을 마친 꼬마 손님들은 차례로 차 주변을 한차례 훑어보는 것도 마치자, 벌써 허기가 진다며 먹을 걸 내놓아라 성화시다. 언니가 테이블 위로 음료와 베스킨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자 입이 분주해지며 한차례 조용해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줄어드는 아이스크림을 두고 한 스푼 쟁취를 위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 

    배가 좀 차오르자, 준비해 온 연으로 한바탕 날리기도 하고, 잠자리채를 꺼내 들고 이번엔 나비 사냥에 나선다. "나비다" 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통에 도대체 나비를 잡는 건지 쫓아내 버리는 건지 도무지   없지만, 조카보다 훨씬 잽싼 나비를 짧은 두 다리를 바쁘게 놀려가며 뒤를 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카가 나비를 잡는 것보다 나비가 조카를 잡는 게 훨씬 빠르겠다 생각이 든다. 나비도 쫓았다가, 비눗방울도 쫓았다가, 메뚜기와 잠자리까지, 눈에 보이는 건 다 잡아들이여는 욕심 많고도 다채로운 곤충 사냥이다.

   2개밖에 없었던 잠자리채의 쟁탈전에 힘이 제일 약한 막내가 밀려나며 억울함과 분함에 눈물이 그만 터져 나온다. 눈물이 그렁한 막내 손을 붙잡고 이모표 요트 투어를 나섰다. 바로 앞 요트 선착장과 갈대밭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흘리던 눈물이 쏙 들어가고 물을 무서워하는 겁 많은 막내 조카지만 머리까지 내밀어 가며 개구리밥과 요트 구경에 한창이다. 비록 무서워서 엉덩이는 뒤로 한차례 물러섰지만...

   다들 나비 사냥으로 한참을 뛰어다녀 피곤해졌는지 어느새 해가 뉘엿해 그늘이 지고 시원해진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눕는다. 누워서 때론 의자에 앉아서 과자도 집어 먹고 펼쳐진 잔디와 갈대의 경치도 구경하자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어른들에게 내 차는 높이가 낮은 편이라 앉아 있기보다 누워야 사이즈가 맞는데 조카들에게는 앉아 있기도 딱이라 차박은 온전히 조카들 차지가 되었다. 얼마 전 다리를 삐끗해 뛰어다니는 게 예전같이 앉았던 첫째 조카는 일찌감치 차박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배가 출출해져 올 시간이 되자, 언니가 준비해온 음식들을 풀어놓는다. 찐계란에 바나나 우유 하나, 햄 볶음밥 한 그릇 비워내니, 어느새 해질 녘 노을로, 하늘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빛깔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모표 노을 투어의 지원자 첫째 조카를 앞세워 언니와 갈대밭 산책길에 나선다. 여기저기 막 찍어도 작품 샷 각이다.

노을 질 무렵 포토존인 이곳!
애국자와 애모자

   조카들이 좋아하자 잠깐 2~3시간만 머무려던 차박을 좀 더 느주기로 했지만, 5시 반이면 근처 공원 화장실 문이 잠겨버렸다. 둘째 조카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자, 어쩔 수 없이 오늘의 차박은 그냥 원래 계획대로 여기서 접기로 한다. 아쉬워서 입이 뾰족 튀어나온 조카들에게 다음에 또 놀러 오자 달래며 언니가 급하게 짐 정리를 조금 도와주는데, 조카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 돕겠다고 성화들이다. 집에서는 장난감 정리도 당근과 채찍, 칭찬과 협박을 적절히 가미해야 겨우 등 떠밀리듯 시작하는데, 차박 나오니 정리도 놀이처럼 보이나 보다. 손이 다칠까 염려되어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제가 도와줄게요 하며 도움인지 훼방인지 알 수 없는 손길을 자꾸만 건넨다.


베뉴 두 대가 나란히 차박 중이에요. 동지를 만난 느낌입니다.

   화장실이 급한 언니네를 먼저 보낸 후 혼자 나머지 짐을 정리하는데, 나란히 옆에 댄 차도 마침 친구 베뉴다. 여자 두 분이 오셔서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차크닉 중이시라서 역시 요즘 차박이 대세임을 실감했다. 혼자 왔다 갔다 하며 정리하기 시작하자 이불 밑 원목 키트가 비로소 드러나 실체가 보이니, 다가오셔서는 차박 평탄화 키트를 제작한 거냐 물으신다. 열심히 나름의 장, 단점을 설명드리고 구매한 출처를 묻길래, 시제품이라 설명하고 받은 회사 이름을 알려드렸는데, 집에 돌아와 혹시나 검색해 보니, 인터넷으로는 검색이 안되어 당황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베뉴 친구님, 

방법은 다시 알아보아, 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 장점:  같은 베뉴 친구를 만날 수 있어 더 반가웠던 삼락 생태공원 차박. 다들 비슷한 캠핑의 감성 코드를 가진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주차장에서도 실컷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넓게 펼쳐진 초원과 코스모스 및 갈대밭 그리고 노을 뷰,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넓은 평지, 수상레포츠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과 가까운 화장실, 부산 시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접근성 등의 장점으로 앞으로 자주 애용할 것 같다. 가족 단위 이용객들이 많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강추하는 곳!


 ▪ 단점: 다만, 근처에 다른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몰라, 5시 반 마지막인 바로 옆 화장실 시간이 살짝 아쉬웠다. 여기에서 그늘막은 허용되지만, 취사, 골프, 텐트는 금지라, 5시쯤 되면 텐트를 접으라고 말하는 관리 아저씨가 돌아다니시니, 텐트나 취사를 원한다면 (예약이 치열하긴 하지만) 편하게 바로 옆 오토캠핑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생태 공원답게 벌과 뱀 주의란 현수막도 보이니 너무 놀라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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