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라이프 1
미스코리아 단골 멘트로 나오던 세계평화와 '환경보호'.
'환경보호'를 위한 잔반에 대해 맹목적인 비판을 일삼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고 입으론 외치면서, 외려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거나 정작 디젤차를 몰고 다니는 등 행동적 모순.
물론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진정성 없어 보이는 말투와 행동에 그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하거나 혹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멘트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부터 먼저 들었다. 텅 빈 껍질뿐인 듯한 이런 말들이 당연히 가슴에 와닿을 리 만무했고, 왠지 모를 거부감마저 들었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로 재활용이 되므로 처리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를 제외하면 쓰레기 자체가 오염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동물사료로 분쇄할 수 없는 비닐 등 일반쓰레기나 딱딱한 계란, 견과류 껍질, 바나나 꼭지 (바나나 껍질은 수분이 많아 재활용 가능), 뼈, 조개껍데기, 야채 뿌리, 한약재/커피/녹차 찌꺼기 등과 혼합되어 버려져서, 실제 재활용 가능한 음식물 쓰레기는 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0% 이상의 음식물쓰레기가 잘못된 분류로 인해 재활용이 불가능하게 되어 환경오염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도 물론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90%의 재활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음식물 쓰레기의 분류나 처리과정이 더 큰 이슈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농산물의 공급과 농부들의 수확량은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 음식물로 버리게 되든 팔리지 않아 그 자체로 폐기 처분하든, 혹은 농부의 일거리를 빼앗는 꼴이 되든, 어차피 버려지거나 사라질 농산물의 양은 정해진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나는 환경을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 분류에 신경 써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고 의문을 가져보았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보호 실천에 대한 의지와 생각은 있지만, 의외로 단순히 이 분류 기준을 명확히 모르고 있어 의도치 않게 잘못 버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원시생활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우리 모두가 100% 친환경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혼자서만 환경보호를 하고 있는 양 고결한 태도로 무조건적 비판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단 기준이나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 방법을 정확히 일깨워 주는 게 환경보호를 하나라도 더 전파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물 쓰레기 관리 팁]
1. 수분 제거 후 버리기: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이 너무 귀찮고 싫었던 나는 건조기를 구입했다. 수분이 제거되어 부피가 줄어들어 한 달에 1번 정도만 음식물을 버리러 가면 되기에 무척 편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굳이 건조기가 아니더라도 음식물 쓰레기는 햇빛에 말리거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해 버리는 것이 좋다.
2. 재활용 하기: 원두커피 찌꺼기나 귤껍질은 말려서 화분 퇴비로 재활용. 과일 껍질은 차로 재활용 가능.
3. 과일은 껍질 채 먹기 : 사과와 같은 과일은 식초 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후 껍질 채 먹으면 건강에도 좋다.
4. 냉동 혹은 텃밭 활용: 1인 가구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대용량이나 묶음 판매되는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채소의 경우 냉장보관을 해도 버려지는 음식물이 많았다. 파, 마늘, 버섯, 두부 등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얼려서 사용한다. 미나리와 파의 뿌리 부분은 화분이나 수경으로 길러 먹으면 굳이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먹을 양만큼을 잘라먹을 수 있다. 전시회에 갔다 사온 새싹 키우기 캔은 청경채, 케일, 브로콜리 등의 영양분을 갖춘 새싹을 골라 키워 먹을 수 있다. 자라나는 데에는 7일 정도 걸리고 한 캔으로 4~8회 정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5. 멸치, 다시마, 새우 가루: 배우 이장우는 철두절미한 환경론자였다. 나도 아직 도전 전이긴 하나, 가루로 국물을 내면 편리하고 보관도 용이하며 무엇보다 다시 국물 낸 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6. 그 밖: 장 볼 때는 먹을 만큼만, 외식할 땐 남은 음식 테이크 아웃 등
7. 음식물 쓰레기 분류 기준
'환경보호'란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음을 느껴본 것은 캐나다로 교환학생으로 1년간 머물면서, 캐나다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을 때이다. 이 사람들은 정말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샴푸는 적게 써야 한다는 상투적이고 틀에 박힌 듯한 교과서적인 말도, 몇 백 년 된 나무를 베겠다고 하면 온 몸으로 막아서는 다소 과격한 행동들도 그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진심이란 그렇게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고, 마음이 닿아 움직여야 비로소 행동도 움직여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캐나다는 자연이 준 선물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답고 풍족한 자연을 가졌다. 당장 캐나다의 모든 산업을 멈춰도 석탄, 목재, 각종 금속광물 등 자연 광물만으로도 10년간 먹고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 자원인 동시에 GDP의 5%를 차지하는 광물산업으로 산업 동력이 될 자연을 가지고 있다. 사계절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록키 산맥과 나이아가라 폭포, 휘슬러 등을 가보면 자연이 주는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축복이란 말이 감탄사 마냥 절로 나온다. 빅토리아 섬에 있을 때에도 잔디깎이 기계 대신 들여놓은 토끼가 뛰노는 캠퍼스와 차를 조그만 타고 나가도 보이는 그림엽서 같은 호수, 공원과 정원들, 맑은 공기, 캠퍼스 안 산림이 우거진 조깅 트레일... 삶 자체가 힐링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캐나다에 있을 때가 아니라 한국에 돌아와서 향수병이 걸렸을 정도다.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란 실로 대단한 것 같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스트레스도 자연히 적고 그에 따라 사람들 성향도 친절하고 여유가 생긴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때 처음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봤고, 캐나다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외침에도 비로소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지키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캐나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 리스트, 둘로 굳이 나누자면 맥시멀 리스트에 가까운 나. 뭐든 시도해보길 좋아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깝다고 잘 버리지 못해 무작정 쟁여두다 보니, 어느새 맥시멀 한 삶이 되어 버렸지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원칙)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다 보면 버리는 것에 좀 더 수월해지고 덜 소유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맥시멀 리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본다.
세상을 만약 환경론자와 개발론자로 이분화시킨다면, 그래도 나는 왠지 환경론자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러나 나를 오롯이 환경론자라 치부하기에는 귀차니즘이 그 앞을 막아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환경을 위한 발걸음은 제품을 바꾸는 정도의 정말 작은 노력 정도만을 기울이는 게 다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에 환경보호는 그저 덤으로 껴왔던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알기에 그 혜택을 계속 누리고자, 환경까지 생각하게 된 귀차니즘이 다소 강한 이기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 예쁘게 포장된 위선이나 가식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작은 노력으로 나와 환경을 모두 지키는 길에 다가설 수 있다면, 나름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지 않냐는 질문은 한번 던져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답은 질문받은 사람이 내리는 결론으로 정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