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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Sep 18. 2021

차박 예지 능력자

차박의 세 번째 준비물 - 차박과 찰떡궁합 (패들 요가+차박 2)


[전편] 힐링의 대명사, 패들 요가 체험기



   패들 요가를 한바탕 하고 났더니 체력이 바닥났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복을 입은 채로만 야외 샤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캠핑용품도 챙겨 갈 겸 동생네에서 샤워하고 곧장 송정으로 향한다. 간만의 물놀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러.


   씻고 준비하다 보니 식사시간을 넘겨 도착했더니 가려던 태국 맛집은 이미 웨이팅 조차 마감되어 버렸고, 아쉬운 대로 옆집으로 가본다. 나름 여러 도시에 지점이 있는 대구 갔을 때도 본 맛집이긴 했지만, 이미 품절된 시그니처 메뉴로 주문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물놀이 뒤의 타이밍 탓인지, 맛은 우리들 스타일이 아니었다. 분명 물놀이로 허기졌는데, 몇 젓가락 먹지 않아도 느끼함에 왠지 배가 부른 느낌이라 흔치 않게도 음식을 절반쯤 남겼다. 차라리 근처 담백한 멸치 국물의 자가제면 국수와 마치 쌀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자가 도정 밥에 매콤한 양념이 깃든 김밥이나 먹을걸. 물놀이 뒤에는 따뜻하고 칼칼한 국물이 제격인데...

 

   그렇지만 여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뷰 맛집이다. 카페 마냥 음식은 뒷전에 두고 아예 의자를 바다 앞으로 가져다 놓고 뷰를 감상하며 수다를 떤다.

대창 덮밥과 바질소바의 뷰 맛집에서 본 정국 탄신일 축하 기차

   방탄소년단 정국이 생일이 오늘인가 보다. 펼쳐진 바다 뷰를 뚫고 지나다니는 색색깔 기차마다 오늘이 탄신일임을 알리는 생일 축하 메시지를 선물한 소녀들의 팬덤이 귀여워 미소 짓다 사진에 담았다.


   식당 브레이크 타임이 되어 손님이 우리만 남을 때까지 카페인 양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껏 뷰를 즐기다가 해가 한창 뜨거울 시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차박 스팟을 찾아 떠난다. 차박 여행지로 제일 처음 떠올린 기장에 자리 잡았다.


   차박으로 꾸밀 아이템을 준비할 시간이 미처 없었던 터라, 그냥 집에 걸어두거나 짱 박혀있던 아이템들을 하나 둘 긁어 모아 들고 와봤는데 별거 아닌 데코 하나에도 차박 감성이 솔솔 묻어나기 시작한다.


짠! 완성. 


의자만 남동생 협찬품. 막상 켜보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색색깔 알전구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알록달록 색이 이뻐서 가렌트 대용으로 사용 예정이다.




  저는 소름 돋게도 차박을 몇 년 전부터 예견하고 미리 준비했나 봐요... 맥시멀 리스트인 저조차도 집을 뒤적거리다 보니 '이런 게 왜 우리 집에...?' 하고 의아했던 소품들이 많더라고요. 집안에서는 그저 천덕꾸러기였던 아이템도 막상 차에 가져다 놓으면 제대로 빛을 바란답니다. 이런 아이들인 줄 모르고 집 안에만 고이 모셔 두었던 차박과 찰떡궁합인 아이템들을 소개합니다! 집콕 아이템의 재발견!


1. 블루투스 스피커: 스피커 상단을 터치하면 전등불이 들어오고, 색이 바뀐다. 집에서는 티브이로 그냥 블루투스를 연결해 스피커로 주로 사용하느라 지금은 별로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고, 스피커를 우연히 스치기만 해도 한낮에도 불이 계속 켜지면 탭을 여러 번 눌러 꺼줘야 하는 귀찮음에 (전등을 끄려면 여러 번 눌러 색이 모두 다 바뀐 뒤 마지막 탭에야 꺼진다.) 집에선 그저 성가시기만 하고 자리만 차지하던 천박 꾸러기 아이템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어디 콕해뒀는지도 모르고 있던 아이인데, 막상 차박을 떠나오니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다. 감성 가득한 음악을 한층 깊은 울림으로 들을 수 있고, 밤이 되면 색색별 조명이 되어 주는 분위기 카멜레온의 감성 만능 템. 일어나기 조차 귀찮아 누워서 발로 탭탭해 색을 바꿔도 그저 감각적이기만 한 색색별 블루투스 조명 비교샷.


2. 이동식 조명: 밤에는 필수. 원래는 스탠드는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렌지대 안 천장에 달려고 사둔 충전식 무선 조명인데, 철에 붙는 자석이 부착되어 있다. 그래서 앉아서 집에서는 책 읽는 위치에 따라 렌지대 쪽에 붙였다가 책상에도 옮겨 붙이다가, 메뚜기 마냥 옮겨다니기만 하던 스탠드 대용 조명이다. 지금은 아예 거실 조명을 큰 걸로 바꾸면서 필요 없어져서 기억에서조차 사라졌던 아이인데, 랜턴을 찾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철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자석이 달려 있어 차량에 여기저기 옮겨 붙여 놓을 수 있어 차박시 편하다.


3. 컵 홀더: 차박 평탄화 키트 본제품은 컵홀더 구멍이 뚫릴 예정이지만, 시제품에는 컵홀더가 없었다. 누워 있자니 컵을 올려 둘 곳이 필요했던 나는 집에다 달려고 사둔 다이소 선반이 갑자기 생각났다. 좌식 테이블은 크기를 너무 차지해서 고이 접어두었고, 이 날씬한 아이를 사람 둘 사이에 나 두고 컵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핸드폰 등을 올려두거나 아래 공간에 놔두면 딱 적당했다.


4. 구름 조명: 감성 아이템. 하나만 걸어도 차박 느낌이 물씬 묻어 나온다. 원래 베란다에 걸어둔 아이템인데, 막상 켜본 적은 거의 없어 몇 년 전 넣어둔 건전지가 아직 작동했다. 구름 조명은 기존 차박 사진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느낌이 있고, 밤이 되면 빛을 발하는 최강 아이템이었다. 말풍선 구름 조명은 베란다에 하나, 옷방에 하나 인테리어 용으로 나두었던 건데, 베란다에 둔 것은 그만 칠판 색이 햇빛에 누렇게 변해버려 옷방에 있던 조명 하나만 들고 왔다. 손글씨를 마음대로 썼다 지웠다 할 수 있고, 밤에는 불이 들어와 이제야 좀 제자리를 찾은 듯한 아이템.


5. 집에서 텀블러에 들고 온  한잔: 눈에 좋을 메리골드와 노화방지에 좋을 구절초, 염증에 좋은 당아욱 차를 섞어 만든 저녁 후 입가심으로 그만이었던 꽃 차.

티백형 보다 꽃 형태가 보이는 차를 더 좋아해요! 예쁘기도 하고, 마신 후 남은 찌꺼기는 그냥 화단에 올려두면 거름이 돼서 쓰레기통에 따로 버릴 일도 없답니다.


6. 식탁과 식탁보: 막상 써보니 사실 생각보다 차체가 낮아 앉아 있기란 불편해 좌식 테이블보다는 차량 종류에 따라 야외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올 것을 더 추천. 나무 테이블을 더럽히는 것도 막고, 사진도 이쁘게 찍고 싶다면 식탁보까지 챙겨 오는 센스! 사둔 식탁보가 없어 쿠션과 커튼을 만들려고 예전에 사뒀던 유럽풍 천을 하나를 테이블 위에 놔뒀더니, 좀 더 감각적이 된다. 맥시멀 리스트답게 유럽풍 천도 다양하게 있는데, 그날그날 차박 컨셉에 따라 혹은 기분에 따라 식탁보 대용 천을 바꿔 들고 가서 꾸며볼 예정이다.


7. 테이프이나 고리, 끈 혹은 테이프: 장식물들을 걸만한 곳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 보고 필요하면 챙겨두면 좋다. 나는 막상 구름 조명을 걸려고 보니 차량 부분에 걸만한 고리가 없어 급한 데로 충전기 줄로 묶어 매달았다.


8. 담요와 쿠션: 쿠션을 놔두면 귀엽기도 한 장식용이고, 누울 때면 베개 대용으로 사용했다. 낮에는 더웠지만, 밤이 되자 제법 쌀쌀해져 요즈음과 같은 계절에 담요는 필수.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집에 무릎담요만 8개가량 있었는데, 일단 제일 큰 아이들로만 골라 3개 데려왔다.

토토로 쿠션과 강아지 쿠션, 직접 뜨게질로 뜬 담요를 포함해 색깔별 다양한 무릎담요




   세팅이 끝나자 사진을 찍고 일단 둘 다 바로 눕고 본다. 같이 온 동생은 전날 워크숍으로 밤을 새운 후 패들 요가로 직행했고, 하는 것 없이 이미 패들 요가 만으로 저질 체질인 나는 방전되어 이 누추한 한 몸 누울 곳이 간절했다. 옆에서 밤샘 투혼 한 동생은 벌써 한 숨 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나는 누워 블루투스로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를 다시 연다. 조회수가 8천을 돌파했다. 습관적인 조회수 확인 후, 나날이 예전 같지 않은 기억력에, 오늘의 감흥과 이 온도 그대로 잊지 않기 위해,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누워서 충분한 휴식 뒤, 노을을 볼 때까지 기다렸다 저녁을 먹자 했던 우리는 6시가 훌쩍 넘어도 전혀 붉어지지 않는 하늘에 그제야 여기가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에 가까운 정동쪽 바다임을 눈치챈다. 붉은 노을 대신 검은 어둠 결에 밝아온 노란 트렁크 불이 눈에 들어오며, 바테리 방전 걱정에 차량 매뉴얼과 인터넷 폭풍 검색해본다. 마땅한 아이템을 미처 준비 못해 온 나는 차량 닫히는 부분에 무언가 끼워넣기를 시도해보다 혹여 차가 망가질까 걱정돼 그냥 포기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기로 한다. 까짓것 방전되면 애니카 한번 부르지머.


   저녁으로 바로 앞 횟집에서 신선한 해산물 세트와 점심때부터 고팠던 얼큰한 국물의 해산물 라면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차로 다시 돌아오니, 하늘은 어느새 완연한 검은빛이다.

메인은 역시 얼큰한 해물 라면! 조개찜과 전복회, 산낙지는 그저 거들 뿐!


밤의 어두움이 내려오면 차박은 더욱 감성 터진다.

간단한 조명 세팅 후, 소소한 점등식만으로, 감성은 이미 폭발한다.


   저녁 식사 후 핸드폰 바테리가 많이 남지 않은 나는, 음악 DJ 바통을 동생에게 넘겨줬다. 블루투스로 그녀가 선곡한 곡들,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곡들이 조용한 바다 위로 퍼지며 마치 밤바다의 고요함이 서라운드 스피커가 된 것처럼 더 깊고 웅장하게 바다와 우리의 감성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의자에 기대어 앉은 채 적막한 암흑 속 불 켜진 등대로 밝혀진 바다 멍을 때리며, 꽃 차 한 잔과 그날의 등대 불빛 밤 분위기 한 모금으로 오랜 시간 차박에 메말랐던 목을 축인다.



차박의 묘미는 역시 밤이 되면 밤바다처럼 깊고 촉촉해지는 감성이다.




패들 요가 뒤 노곤해진 몸을 바로 누워 즐길 수 있는 패들 요가와 차박의 조화! 추천해봅니다.


차박의 첫 번째 준비물 바로가기 (차박의 필요조건)  

차박의 두 번째 준비물 바로가기 (차박의 충분조건)

초보차박러를 위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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