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마법의 주문
사부작사부작
부사)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 (표준국어대사전)
지난 팔일 동안 매일 요가 수련을 했다. 햇수로 육 년 동안 요가를 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연속으로 팔일을 수련하긴 처음이다. 한창 요가 수련을 열심히 할 때에도 주중 5일에 토요일까지 6일 동안 수련을 한 적은 있어도 한 주를 넘겨 꾸준히 수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쯤 되면 ‘요가를 대충해왔구나, 성실성이 부족했어.’ 라고 비판하는 내면의 울림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요가를 팬(fan)으로서 좋아해 왔지, 작정하고 매일 수련하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던 나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도 같다. (웃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매일 같은 시간대에 꾸준히 요가 수련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요가 인스트럭터분들 외에도 매일매일 돌멩이 하나씩을 쌓아 올려 돌탑을 만들어가듯 그렇게 정진하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직접적인 질문에서 시작해서 ‘나는 왜 끈기가 없을까?’ 하는 회의적인 자탄에 이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내 책장엔 유난히 ‘습관’을 주제로 하는 책들이 여러 권 있다. ‘습관의 힘’, ‘습관의 발견’, ‘해빗(Habit)’,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 고민의 서사를 엿볼 수 있다고 누군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오랜 시간 내 관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습관’이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생님들은 늘 그런 말씀을 하셨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버려라.’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선언적인 방향 제시 이후에 어떻게(How)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굳은 결심’을 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며칠간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곤 했지만 이내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다. (작심삼일을 삼일마다 반복하면 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말씀이 떠올라 살포시 웃어본다.) 그 이후에 몰려오는 ‘나는 안돼.’라는 회의적인 후폭풍은 처음의 내 선한 ‘의지와 결심’을 뒤덮고도 남았다. 매번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좋은 습관 만들기’를 떠올리면 난 회의적이 되었고 무기력함을 느끼곤 했다.
2014년,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오는 작은 습관의 힘’이란 부제에 이끌려 주문해서 읽게 된 ‘습관의 재발견’이란 책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저자 스티븐 기즈는 이렇게 말한다. ‘작게, 사소하게, 가볍게 시작하라!’
매년 연말, 연초가 되면 책상에 꼿꼿이 앉아서 사무라이가 칼을 갈듯 결연한 자세로 새해 계획을 세우곤 했다. 계획만 보면 새해 내 삶은 완벽하게 바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는 사과처럼, 곧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고 늘 제자리를 맴돌기만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작게, 사소하게, 가볍게 시작하기의 힘과 비밀’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안 하던 팔굽혀펴기를 매일 30개씩 해야지 결심하는 것보단 매일 한 개씩만 하자고 ‘가볍게’ 생각하고 하다 보면 팔굽혀펴기 한 개 하던 것을 어느 날 두 개 하게 되고 그러다가 세 개 하게 되고, 나중엔 습관이 붙어 매일 30개 이상을 하게 되는 원리이다.
식단 바꾸기도 마찬가지다. 결연하게 이제부터 탄수화물 안 먹고 지방과 단백질 중심의 ‘키토식(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할꺼야 라고 했다면 난 식단 바꾸기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처음 시작은 ‘사소했다’. 키토식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 괜찮아 보이네. 한번 해볼까?’ 라고 생각을 했고 다음날 아침식사할 때 ‘어제 본 다큐멘터리 내용을 한번 따라해볼까?’ 하고 처음으로 키토 식단 식사를 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고 그렇게 백일을 했다. 그 사이 몸무게는 8 킬로그램이 빠졌고, 한창 요가 수련을 열심히 했던 시절 내 몸무게가 되었다.
작게 시작해서 삶을 하나씩 하나씩 바꿔가는 힌트를 많이 얻었던 또 다른 책은 ‘해빗(Habit)’이다. 북클럽 오리진을 리드하고 계시는 전병근 님이 추천해주신 책인데, ‘자동화된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1단계) 늘 동일하게 유지되기는 안정적인 상황을 조성하라
2단계) 좋은 습관을 향하는 마찰력은 줄이고 나쁜 습관으로 향하는 마찰력은 높여라
3단계) 행동(반응)을 자동으로 유발하는 자신만의 신호를 찾아라
4단계)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신속하고 불확실하게 보상하라
5단계)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반복하라
- 해빗(Habbit), 웬디 우드 -
이 책에서 저자는 삶을 바꾸는 습관의 작동 원리를 여러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여전히 인상적이고 내게 유효했던 점들을 나의 문장들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목표와 의지만으로는 삶이 바뀌지 않는다. 마치 의지는 자동차 엔진에서 불꽃을 만들어주는 점화장치 같은 것이다. 점화장치가 없으면 자동차의 심장이 뛸 수 없겠지만 그 불꽃만으로는 부족하다. 흡입, 압축, 폭발, 배기라는 연소 행정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와 반복적인 피스톤 운동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바로 그 구조와 피스톤 운동이 습관이다. 좋은 습관이 내 삶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습관을 설계하고 습관의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한편, 잘못된 습관이 삶을 갉아먹고 있다면 습관 단절(Habit Discontinuity)을 활용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책의 일부분을 직접 인용해보겠다.
행동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은 습관 단절의 기회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들은 멀리 떠나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엉뚱한 곳으로 이사를 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놓은 상황을 변화시켰다.
기존의 잘못된 습관 신호를 제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를 부여했다.
반대로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절한 변화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잘못된 습관을 끌어안은 채 아주 천천히 수면 아래로 침잠했다.
그렇다. 좋은 습관을 들이려고 하든지, 나쁜 습관을 버리려고 하든지,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습관을 적극적으로 설계하여 구조를 만들고 나를 그 안에 살포시 넣어놓아야 한다.
카페인에 민감하지만 커피 향과 맛을 즐겨오던 나는 한 달 전 저녁시간에 마신 커피 한 잔에 밤잠을 설쳤다. 그런 일이 두 번 연속 반복되다 보니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커피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하더라도 단잠을 자고 싶다.’
하지만 매일 한두 잔씩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인데다가 커피라는 기호식품 자체가 중독성이 강해서 쉽게 끊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내 ‘습관의 재발견’과 ‘해빗(Habbit)’에서 알려준 습관의 비밀을 떠올렸고 ‘작게, 가볍게’ 시작했다.
‘일단 오늘만 커피 안 마셔봐야지.’
저항감을 줄이려고 마시는 습관의 대체재로 오전에 차 한잔, 오후에 과일 주스 한잔을 마셨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고 오늘로서 한 달이 되었다.
역시나 초반 열흘은 힘들었다. 커피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나고 커피를 마시곤 했던 오전 열 시경, 오후 두 시경이 되면 머리가 멍하고 심하게 졸리기까지 했다. ‘카페인 금단 증상’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습관으로 가는 길의 마찰력을 높이고, 커피를 안 마시는 나에게 내면의 보상을 높이고, 무엇보다 ‘거창단 결단보다는 작게, 사소하게, 가볍게’ 하루하루 시도했던 것이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를 붙잡아줬다. 물론, ‘커피 마시기’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숙면을 취하고 싶었고 중독성이 있는 카페인에서 벗어나 ‘마신다는 행위’를 내 통제 범위 안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한 달은 꽤나 성공적이었고 큰 성취감을 주었다. 이제는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다시 마실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내게 남겨놓으니 마음에 여유도 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지난 토요일, 요가 수련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일도 이 기분을 가져가고 싶다.’
평소 눈여겨봤던 ‘글쓰기와 요가’ 일요일 수업을 바로 신청했고 그다음 날 수업을 참여하며 ‘참 좋다, 이 느낌을 내일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롭게 맞이한 월요일 저녁엔 미리 신청해둔 요가 수업이 있었다. 길이 많이 밀린 탓에 두 시간 걸려 요가 스튜디오에 도착했고, 정전 탓에 진행되지 못할 뻔했던 수업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내일도 이 느낌을 가져가고 싶어.’ 라는 마음이 내 안에 가득했다.
그렇게 해서 화, 수, 목, 금 연이어 Zoom 온라인 요가 수업과 셀프 요가 수련을 지속했다. 정성을 다해 수업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서로 교감하며 하루하루 수련을 해나갈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시 토요일, 요가 수련을 하러 가기 전 아침, 이 글을 쓴다. 평소 같으면 주중에 바빴다는 핑계로, 요가 매트 펴고 준비하고 유튜브 영상 보며 요가하기까지가 너무 먼 길 같이 느껴져 귀찮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미루다가 다시 토요일을 맞이했을 거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은 달랐다.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되짚어본다.
1. 나 혼자, 내 의지만으로 매일 요가 수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평소 듣고 싶었던 선생님들의 수업을 신청해서 수련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적극적으로 나를 데려갔다. 징검다리처럼 연결해갈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었다.
2. 선생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 명의 참여자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요가 수련에 참여했다.
3. 요가 수련에 이르기까지의 마찰력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오프라인 수업을 갈 때 쓸 매트 한 장은 차 트렁크에 넣어놓고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게 준비해놓았고, 매트 한 장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할 때 쓸 수 있게 거실에 꺼내놓고 바로 요가 수련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었다.
4. 매일매일 요가 수련을 마치고 나면 오늘 느꼈던 기분과 몸의 가벼움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5. 수련의 경험과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어내려가며 아카이브 했다.
요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로 흔히 ‘아도 무카 스바나 아사나’를 꼽는다. 다운독 자세 또는 견상 자세라고도 불리는 아사나인데, 매번 할 때마다 어렵다.
정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채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팔과 다리와 허리를 뻗어낼 때의 느낌이 매번 다르다. 어느 날은 왼쪽 허벅지가 타이트하게 느껴지고 어느 날은 오른쪽 어깨가, 또 어떤 날은 양 발목이 부드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자세를 취할 때마다 ‘나는 요린이(요가 어린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꽤 오래 수련을 한 것 같은데도 띄엄띄엄하다 보니 이 기본자세도 제대로 못하는구나 하는 자조적인 내면의 목소리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매일 수련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날마다 수련을 하다 보니 몸이 한결 유연해졌고 수업을 시작할 때 몸을 푸는 시간이 한층 짧아졌다.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 매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독 자세를 할 때마다 늘 생소했다. 어제의 몸과 다른 오늘의 몸이구나 새삼 느꼈다. 어제는 유연했던 것 같은 나의 몸이 오늘 다시 뻣뻣하게 느껴졌다. 어제는 부드러웠던 허벅지가 오늘은 타이트했다. 절망적인 느낌으로 살짝 빠져들 것 같은 그 순간 알아챘다.
‘아, 나의 몸은 매일 다르구나. 이 다른 몸을 매일 바라보며 그날그날 나만의 수련을 해가면 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날마다 수련을 안 해서 못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매일 수련을 하다 보니 그 이유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은 매일 다르고 거기에 맞춰 여유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수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알아챘다. 사부작사부작 시도하며 습관을 들이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지난 한 주, 매일 요가 수련을 통해 좋은 습관을 들이는 비법을 새삼 다시 경험했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을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여유롭게 수련해갈 수 있는 마음의 힘도 얻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바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기록을 남긴다.
* 이 글에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은 애정하는 LIDA 작가님의 작품으로, 본 글의 취지에 공감해주셔서 사용을 허락해주셨어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려요. :)
글 | 인생여행자 황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