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짜" 비교언어학자다!
"문화로 배우는 이야기 일본어"
나를 비교언어학에 다가 가게 만든 책이다. 1998년에 출간됐다. 내가 마흔 살 언저리에 "정치 낭인"으로 갑갑하게 지내던 시절이었다. 고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는 일본에서 태어난 수학자이자 언어학자이다. "일본어는 한국어"라는 그의 학자적 소신에 매료됐다. 수십 번 읽었다. 집 옆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에 매일 출퇴근하면서 몇 년을 관련 서적, 비디오, 논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섭렵했다. "정치 낭인"이라 가진 게 시간밖에 없어 가능했다. 원래 대학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아 10개 국어를 흉내 내며, 겉멋에 우쭐했다. 김용운의 책을 계기로 겉멋이 비교언어학에 대한 진지함으로 탈바꿈했다.
내 나름의 결론이 나왔다.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는 70%가 같다!" 한자를 기반으로 하기에 가능하다. 한자의 중국어 발음, 일본어 발음, 한국어 발음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한국인이 중국어, 일본어 배우기가 "식은 죽먹기"다. 마치 유럽인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익히는 게 "누워서 떡먹기"인 것과 매일반이다. 그 언어의 조상이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중국말은 시끄럽다"는 말이 있다.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가지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정확하게 발음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니 "크게, 탁하게, 세게, 때로는 혀를 말아서" 발음한다. 파열음과 된소리, 권설음이 많은 이유다. 가령, 중국 미사일 '동풍' (동쪽 바람)은 "뚱펑"으로 발음된다. 'ㅗ'보다 'ㅜ'와 'ㅓ'가 "세고, 큰" 발음이다. 거친 발음을 희석하고자 언어적 기제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모음이 늘어지고, 받침이 없어진다. 'ㄴ'과 'ㅇ'은 받침의 반열에 끼지 못한다. 일본어 발음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스미마셍"의 받침 'ㅇ'은 'ㅇ'발음도 아니고, 'ㄴ' 발음도 아니다. 훈민정음에는 있었지만, 사라진 4 글자 중 하나인 '옛 이응'과 같은 음가다. 옛 이응은 받침이라기보다 '여린 기역'과 같은 음가다. 'ㄱ'을 약하게 소리 내면 된다. 그에 반해, 한자의 한국어 발음은 "작고, 빠르다."
가령 "까오리 빵즈'의 한국어 발음은 "고려 봉자"다. '고'를 '까오'로 "세게, 모음을 늘어지기" 발음한다. 뜻은 "한국 놈 좆"이다. 한국을 싫어하는 중국 놈들이 한국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욕이다. '조선'을 "차오시엔"이라 한다. '중국몽'은 '쭝구어멍'이다. 얼마든지 예를 들 수 있다. 한국어 자음 발음은 중국어 발음으로 다음과 같이 변한다. "ㄱ>ㅋ, ㄲ, ㅉ ㄷ>ㄸ ㅌ ㅅ>ㅆ, ㅊ ㅈ>ㅊ, ㅉ, ㅌ ㅎ>ㅆ ㅁ>ㅇ" 한국어 모음 발음은 다음과 같이 변한다. "애>아이 오>우 오>아오 여>이 아>으 "
중국어는 '성조' (4 성과 경성) 때문에 배우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원래 중국어에는 성조가 없다. 중국어 발음은 한 글자 한 글자를 뚝뚝 끊어서 내뱉는다. 말이 "존나" 빠르고, 거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배우기엔 엄청난 절벽이다. 성조는 중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을 배려해 만든 인위적인 장치다. 성조를 넣으면, 말이 느려지고, 덜 거칠게 들린다. 중국 사람 어느 누구도 어릴 적 자기 말을 배울 때 성조 따윈 의식하지 않는다. 만약에 중국 아이들이 성조를 넣어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으면 조롱거리가 된다. '성조' 대신 '어조'가 있을 뿐이다. 기분이 업되면, 톤이 높아지고, 다운되면 처지는 그런 '어조'다.
"취판러마?"는 "밥 먹었냐?"는 뜻이다. 외국인을 위한 중국어 교본에는"1성, 4성, 경성, 경성"으로 나온다. 실제 중국인은 건성으로 물을 때 쭉 1 성이다. 텐션이 높을 때는 하이톤의 1성, 저기압일 때는 낮은 톤의 1 성이다. '성조' 대신 '어조'가 있을 뿐이다. 중국인이 "까오리 빵즈!"로 도발하면, "씨팔러마?"로 응수하면 된다. "머리 떡진" 중국 놈한테는 딱이다. "머리 감았냐?"는 뜻이다. "3성, 4성, 경성, 경성"이 아니라, 하이톤 1성으로 빠르게 쏘면 된다.
한자의 일본어 발음도 약간의 규칙만 알면,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일본인은 구강 근육이 약하다. 역사적으로 불교문화에 따라 고기 섭취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야 고기맛을 봤다. 우선 복모음 발음이 힘들다. '의미'는 '이미'로, '유적'은 '이세끼'로, '분위기'는 '훈이기'로, '관광'은 '간꼬'로, '관통'은 '간쯔'로 발음된다. 중국어 발음과 마찬가지로 받침은 없다. 'ㄴ'과 'ㅇ'은 받침 축에 끼지 못한다. 일본어 자음도 구강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쉽게 소리 낼 수 있는 발음으로 된다. '학교'는 '가꼬'로, '쿨러'는 '구라'로, '초심자'는 '쇼신샤'로, '머플러'는 '마후라'다. 사람 헷갈리게 가끔씩 한국어 자음 발음 'ㅅ'과 'ㅈ'이 바뀌기도 한다. ''신사'는 '진쟈', '시간'은 '지깐', '지시'는 '시지', '사고'는 '지꼬'다. 너무 쉽게 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인지 된소리는 고수한다. 포인트를 준다. "조또 마떼!"
바닷가 사는 경상도 사람도 구강 근육이 약하다. 따라서 복모음이 힘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상도말 억양은 유명하다. "이대한 거제 도민 여러분! 오늘 가라산을 간통하는 질을 학대하고, 안공 시켜 거제도를 국제적인 강간도시로 만들게 씹미더!" 대통령의 발음을 지적하는 외무부 장관에게는 "애무부 장간은 애무나 잘 하시요!" "우리도 배나와 개헥을 해 나갑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만만치 않다. "기제 안하를 통해 강간 자언을 학대하고, 겡제를 학시리 살리겠습니다!"
"사짜" 비교 언어학자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한국인이 중국어, 일본어를 익히는 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 배우는 데 들이는 시간과 정성, 돈의 10분의 1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