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언어 능력자' DNA (3)

"내 이름은 요시끼 개시끼": '신숙주'에 빙의하다!

by 박프로


"요시끼 개시끼"


욕이 아니다. 일본인으로 분한 어느 개그우먼의 이름이다. 양악 수술의 성공으로 몰라보게 예쁘져, 섹시화보까지 찍은 강유미다. 강유미는 한본어 (한국어+일본어)의 "창시자" "패왕"으로 불린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절묘하게 버무려 웃음을 준다. 내가 보기에, "언어 능력자"를 넘어 "언어 천재" 수준이다. 작명의 센스가 넘사벽이다. "개시끼"는 한자 경색(景色: 경치)의 일본어 발음 "게시끼"를 개그적으로 비틀었다. "요시키"는 전설적인 일본 록 밴드 'X JAPAN'의 리더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하야시 요시끼"(林 佳樹)다.


여담이지만, 우리말 "개새끼"의 어원은 산스크리트 어 "가타카"(살인자)다. "가타카"는 백제로 건너가서 "개새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서 "카타끼"(원수/숙적)로 소리 변화를 겪는다. 일본으로 도피한 백제인은 신라인을 향해 망국의 한과 분노를 "개새끼"라는 욕설로 발산했다. "개새끼"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카타끼"로 소리 변화를 겪는다.


지금 일본에서는 일본 "꼰대" 세대가 기겁할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대들이 일한믹스어 (한본어)를 즐겨 쓰고, 이를 모르면, 왕따 되는 현실이다. "진짜+오이시이!"(진짜 맛있어!) "다이스키+이무니다"(좋아합니다) "초+멘나사이"(초면에 실례합니다) "다다이마+니다"(다녀왔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한국의 모든 것이 멋있고, 힙하다고 느꼈던 세대라 일한믹스어를 자연스레 구사한다. "꼰대" 세대와 차별화하고 싶은 그들만의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일본어는 한국어다"라는 주장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어의 뿌리는 고대 한국어"다. 고조선, 부여의 대륙한어가 삼한 (마한, 진한, 변한 -->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땅의 반도한어로 흐른다. 또다시 반도한어는 열도한어로 흐른다. 문화와 문명, 언어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그렇게 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언어 DNA가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나는 "K-언어 능력자 DNA (1)"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는 70%가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발음의 미세한 차이다. 그래서 이 차이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일본어의 뿌리는 고대 한국어"임을 증명하는 관건이 된다.



"K-언어 능력자 DNA (2)"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중국어 발음을 해결한 책은 '동국정운'이다. 세종대왕의 명을 받들어 편찬된 동국정운은 한자의 표준발음을 훈민정음으로 적는다. 서문을 작성한 '신숙주'한자의 중국어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리를 설명했다. "무릇 말이 같거나 다름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같거나 다름에 있고, 사람이 같거나 다름이 있는 게 아니라 지방이 같거나 다름에 있으니, 모두 지세가 달라 풍습이 다르고 풍습이 달라서 호흡이 다른 것이다."


신숙주는 일본어 능통자이기도 하다. 역관 없이 일본 관료, 승려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중국어, 만주어, 몽골어, 일본어... 4개 외국어에 능통한 "언어 천재"다. 그런 "언어 천재"가 안타깝게도 "변절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히는 건 아이러니하다.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 한다. 녹두나물은 "쉬 상하는" 나물이다.


"언어 천재" 신숙주는 문약한 "학삐리"가 아니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대한민국 역대 흥행 수익 1위를 달성한 "왕과 사는 남자"에 신숙주의 등장은 없다. 그러나 단종의 유배와 처형을 주도한, 세조 정권의 최고 실세가 신숙주였다. 신숙주는 한명회와 친구사이다. '계유정난'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세조 집권 시 "부통령" "소통령" 역할을 했다.


수양대군의 입장에서 정권 장악은 한명회의 지략이 필요했지만, 정권유지에는 신숙주의 천재적인 전략적 사고가 필요했다. 말하자면, "나라를 빼앗는 데는 한명회가 필요해도, 빼앗은 나라를 지키는 데는 신숙주가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외교나 군사 문제에서는 신숙주의 동의 없이 그 어떤 국가정책도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왕사남"에 신숙주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한명회와 캐릭터가 겹치는데 굳이 출연시킬 이유가 없다. 빌런은 한 인물로 족하다. 신숙주의 캐릭터까지 한명회에 "때려 박으면" 된다. 제작비를 아껴 써야 하는 장항준 감독이 이해된다. 고작 100억 원의 제작비로 사극 영화를 완성시켜야 한다. 매일매일 수천만 원이 제작비로 날아간다. 출연진 수와 제작일 수를 줄여야 한다.


만약 "왕사남"에 이정재가 수양대군으로 나왔다면, 천만 관객 영화가 못 됐을지도 모른다. 오징어 게임 찌질이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가 카메오로 나오기만 해도 블랙홀이 된다. 모든 걸 빨아들여 단종과 엄흥도의 캐릭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항준 감독은 궁녀 6명을 1명 (매화: 전미도 분)으로, 엄흥도의 아들 셋 을 하나 (엄태산: 김민 분)로 줄였다. 캐스팅이 기가 막힌다. 전미도는 그 시대 진짜 궁녀 같다. 단종의 누이 같은, 어머니 같은 역할 연기가 대단하다. 특히 김민은 유해진 아들 같다. 김민은 단종 역의 박지훈과는 달리 "막 그렇게 잘 생긴" 얼굴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청출어람" 느낌이 오는, 진화된 버전의 유해진이랄까...


신숙주가 "물건은 물건이다!" 신숙주는 조선 최고의 일본통이다. 그가 1471년 편찬한 '해동제국기' (海東諸國紀)는 임진왜란 때 유성룡이 제일 먼저 찾았던, 일본에 관한 최고의 지침서였다. 견문록 형식의 일본 종합(정치, 외교, 사회, 문화, 풍속, 언어) 연구서였다. 유성룡은 조선의 "못난" 임금 트리오 (선조, 인조, 고종) 중에서도 "제일 못난" 선조 밑에서 국정을 주도했고, 이순신 장군의 든든한 "뒷배"였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해동제국기' 말미에 수록된 '어음번역' (語音翻譯) 파트다. 일본말 발음을 '이두'와 '훈민정음' 그리고 '한자'로 표기한다. 당시 일본의 지명, 관직명, 풍토, 인사말 등이다. 실용적인 회화 중심의 일본어 습득과 통역에 큰 도움이 된다.



신숙주가 일본말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할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일본말 습득의 방법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무식한" 방법은 "언어 천재"와 어울리지 않는다. 조선말과 일본말이 비슷하다는 걸 직감했을 것이다. 발음의 미세한 차이만 빼면, "일본말은 조선말이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언어 천재"답다. 그래서 조선말이 일본말로 변화되는 일정한 법칙이나 패턴이 있을 것이니 찾아보자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


나는 "언어 천재" 신숙주에 빙의해서 말뿌리 (어근)의 발음 변화 패턴을 찾아보고자 한다. "고대 한국어가 일본어의 뿌리" 임을 증명하는 지름길이다. 유튜버 채널 "한일어근 탐정 ROOTS KJ"를 참조했다.


기본적으로 일본인은 구강 근육이 약하다. 역사적으로 불교문화에 따라 고기 섭취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야 고기맛을 봤다. 그래서 복모음 발음이 힘들다. 중국어 발음과 마찬가지로 받침도 없다. 중국어와 일본어의 "ㄴ,ㅇ,촉음(멈춤 소리)っ" 은 "받침인 듯, 받침 아닌, 받침 같은 " 소리다.


고대 한국어의 자음이 일본어 자음으로 변화될 때, 구강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쉽고 부드러운 소리로 변한다. 가령 'ㅅ'이 'ㅈ'로 변한다. ''신사'는 '진쟈,' '시간'은 '지깐,' '사고'는'지꼬,' '사무소'는 '지무쇼'로 바뀐다. 분명한 의사소통을 위해 초성이 강하게 변하기도 한다. 가령 '가꾸다'는 '카자루,' '짓다'는 '쯔쿠루,' '것'은 '코토,' '닦다'는 '타쿠미 (장인), ' '골(고을)'은 '코오리,' '긋다'는 '키즈' (생채기), '굴'은 '쿠라' (창고)로 변한다.


물론 구강 근육이 약한 일본인도 한국에서 발음 훈련을 받으면, 교정이 가능하다. 한일 커플 유튜버 같은 걸 보면, 한국에 사는 일본인 상당수가 복모음도, 받침 (종성)도, 강한 소리도 한국인처럼 발음한다.


기본적인 변화 패턴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일단 초성이 같으면, 같은 어근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맺다'는 '무스부' (맺-->마스-->무스), '눅지다'는 '누레루'(젖다), '곰'은 '고마', '' (싹트다) '우미' (바다), '우무' (낳다), '날' (가공되지 않은)은 '나마', '남았다'는 '노콧다'...


2. 구개음화 (입천장 소리로 변한다)가 나타난다. 뒤에 오는 모음이 'ㅣ'인 경우다. 한국말은 'ㄷ'과 'ㅌ'이 모음 'ㅣ' 와 만나면, 'ㅈ'과 'ㅊ'으로 변한다. 가령 '굳이'가 '구지,' '같이'가 '가치'로 발음된다. 'ㄱ'이 'ㅈ'으로 변하는 경우도 구개음화다. 사투리에 흔적이 남아있다. '김치'가 '짐치'로, '기름'이 '지름'으로 발음된다.


일본말의 경우, 일명 "타치쯔테토" 법칙이다. 'ㅌ'가 'ㅣ'와 'ㅜ'를 만나면, 'ㅊ'과 'ㅉ'으로 발음된다. 가령 '투어' (여행)은 '쯔아,' '트리' (나무)는 '쯔리,' '팁'은 '치푸,' '팀'은 '찌무'라 한다.


3. 'ㅂ'는 (1) '오' (2) 'ㅎ' (3) 'ㅁ'으로 변한다.

(1) 이바구--> 이와쿠, 밝히/기다-->와케 (이유). 훈민정음의 순경음 (ㅂ, ㅍ 밑에 ㅇ: 영어 v, f와 같은 발음)은 '우'로 변하지만, 경상도 사투리에 흔적이 남아있다. "추버라 (추워라), 더버라 (더워라), 무서버라 (무서워라), 차바라 (차거워라), 뜨거버라 (뜨거워라), 부끄러버라 (부끄러워라)..."

(2) 분-->히토(사람), 흥분-->고훈, 불-->히, 밭-->하타, 붙이다/펴다-->하루, 비밀-->히미쯔

(3) 보다-->미루 'ㅂ'과 'ㅁ'는 친한 소리라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민감-->빈깐, 미인-->비진, 무대-->부타이. '보다'와 '미루'는 그 쓰임이 같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시도한다는 뜻을 가진다. 먹어보다-->타베미루, 만져볼래?-->사와테 미요우카? 해보자!-->시테미요우!


4. 'ㄹ'(받침)은 (1) '쯔' (2) '라/리/루/레/로' (3) '케/키' (4) 'っ' (촉음: 멈춤 소리) (5) 탈락!

(1) 물리-->부쯔리, 교실-->쿄시쯔, 살인-->사쯔진, 출발-->슛파쯔, 법률-->호리쯔

(2) 벌(벌판)-->하라, 절-->테라. '테라' 어원은 산스크리트 어 '테라' (승려)이고, 백제로 넘어가서 '다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서 '테라'로 정착했다는 설이 있다. '절'은 (사)찰-->찰-->뎔-->절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3) 술-->사케, 달-->쯔키

(4) 결과-->켁카, 살기-->삭키 , 작가-->삭카, 학교-->각코, 잡지-->잣시, 책자-->삿시

(5) 말씀-->모우수


5. 'ㅇ' (받침)은 (1) 새로운 음절. 킹-->킨구 (2) 비음화. 멘붕-->멘분 (3) 장음화. 강-->코우, 동-->토우

6. '미' (고대 한국어 "흐르는 물")는 '미' 그대로 가져왔다. "미르(용), 미역, 미나리, 미세기(밀물과 썰물), 미사리, 미추홀(인천: 물이 흐르는 성/고을)"의 '미'는 흐르는 물이다. 반면, 고여있는 물은 '매'다. '매홀'은 '수원'의 옛 이름이다. 일본말로는 미즈 (물), 미나토(항구), 미나모(수면)가 있다.



나는 "사짜" 비교 언어학자다. 흑백요리사의 임성근 세프는 말투와 얼굴에서 "사짜 냄새"가 나지만, 실력은 진짜다. 난 그냥 사짜다. 얄팍한 언어 지식으로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불편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번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대단한 법칙과 패턴을 발견한 양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사짜는 원래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러나 사짜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나의 목표는 "일본어에 입문하고 싶은 한국인이 부담감을 내려놓도록" 하는 데 있다. "일본어는 한국어"이니까 일단 저지르고 봤으면 좋겠다. 한본어든 일한믹스어든, 그거라도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다.


요시끼 개시끼! 이름 한번 맛깔나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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