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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03. 2022

투닥거리는 감성과 이성이 이끈 곳엔 애틋한 내가 있었다

<뇌 멋대로 한다(Wavve, 2022)>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맑은 날씨에도 빗소리 ASMR을 들으며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지금도 빗소리가 들리는 영상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빼고, 조금 더 걷는 코스로 집에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침에 어렴풋이 잠에서 깰 때, 빗소리가 들리면 두 가지 생각이 부딪친다. 조금만 더 누워 이불속에서 부스럭 거리며 빗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과 비 오는 날 막히는 도로를 떠올리며 오분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의 두 갈래.


감성과 이성이 충돌하는 순간은 더 있다. 갈등 상황에서 이성적으로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감정이 솟구쳐 눈물부터 왈칵 쏟아진다. 하.. 감성을 집에 두고 왔어야 했는데… 너무 갖고 싶은 물건을 앞에 두고 지갑 사정을 생각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때 놓지 않은 이성의 끈!,  밤에 옆 집에서 풍겨오는 라면 냄새 유혹을 참고 괴롭게 잠을 청하거나, 라면을 먹고 기분 좋아진 상태로 자서 후회로 아침을 맞거나.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며 일상에 순간, 순간 생각의 파장을 만든다.


평소에 ‘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고 말한 하덕규 시인의 구절을 곱씹으면서 사는 나는 이럴 때마다 나의  뇌와  뇌가 격렬히 싸우고 있음을 느낀다. 가끔은  안에서 만드는 셀프 갈등 때문에 지칠 때도 있다. 차라리 한쪽의 힘이 우세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주변에 이성적이기만  사람도 감성적이기만  사람도 없다.  우리에겐 이성과 감성이 있어 이런 갈등을 겪는 걸까?  



투닥투닥, 하루의 감정을 외사랑이라 정확히 구분하는 좌연과 그냥 사랑이라고 하자는 우연



웨이브(Wavve)에서 시청 가능한 드라마 <뇌 멋대로 한다>에는 하루(김성현 분)라는 사람의 우 뇌(솔빈 분)와 좌 뇌(김시은 분)가 등장한다. 감전 사고로 하루의 몸에서 튀어나온 우 뇌와 좌 뇌는, 우연과 좌연이란 이름으로 하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여기서 ‘함께’는 모든 순간이다. 뇌를 집에 두고 다닐 순 없지 않은가. 하루는 자신 앞에서 생각의 차이로 열심히 싸우며, 자주 “너랑 나랑은 안 맞아!” 하는 우연과 좌연을 보며 혼란스러워하지만, 두 사람이 하는 말은 전부 하루의 생각이다. 소심했던 하루는 우연과 좌연의 도움으로 당당해지면서 첫사랑과 가까워진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 우연과 좌연이 무언가 확실히 도와주는 것 같진 않다. 그보단 둘은 계속 의견 차이로 다툰다. 어느 다툼에선 우연이가 이기고, 어느 다툼에선 좌연이가 이기고 그게 매 순간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기도 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뇌는 다음에 우연에게 기회를 주거나 좌연이의 생각에 따르면서 호흡을 맞춰나간다. 그렇게 ‘하루’는 조금씩 자신을 만들어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성과 감성이 있고, 두 뇌가 매일같이 생각의 차이로 갈등을 빚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tvN)>에서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어떤 부분은 다 안다고도 생각했지만,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세포들은 유미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과거보다 성장한, 보다 뚜렷해진 유미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 것처럼 말이다.


<뇌 멋대로 한다>는 2017년에 제작된 <뇌 맘대로 로맨스>의 시즌 2다. <뇌 맘대로 로맨스>에선 좌 뇌로 공명 배우가, 우 뇌로 김재영 배우가 출연하면서 결정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 미오(이정민 분)의 내면을 공감되게 그려내며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았다. 시즌 1에서도 좌 뇌와 우 뇌는 미오가 행복해지길 바랬는데, 이번 시즌에서도 좌 뇌와 우 뇌가 하루 곁에 온건, 하루가 더 행복하길 바라 서다.


그러니까 나는 자주 나를 무심히 대하고, 바쁘고 분주한 생활 속에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 반응을 최소화하는데, 나의 이성과 감성은 나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치열한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생각과 생각이 부딪칠 때, 마음이 마음처럼 안 되는 그런 순간에 괴로운 마음이 컸는데, 나를 위해 치열히 싸우고 있을 감성과 이성을 생각하니 또 한번 내가 애틋해진다. 투닥거리는 감성과 이성이 이끈 곳엔 애틋한 내가 있었다.


평소 생각이 많다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시즌1도 재미있었는데, 11부작 전부를 시청해도 부담되지 않은 분량이라 두 시즌을 이어봐도 좋을 것 같다. 아! 이 드라마를 본 문과생의 시선은 이랬는데, 이과생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했다는! <뇌 멋대로 한다>는 Wavve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뇌 멋대로 한다 총 11부작 [드라마 바로가기]

채널 Wavve

연출 이재진 작가 이재진, 류승우

솔빈, 김성현, 김시은, 문주연, 테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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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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