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Dec 27. 2022

카지노, 이런 세상도 존재한다.

시리즈 <카지노(2022, 디즈니플러스)> 시사 및 감독인터뷰 후기

지난 수요일,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1-2회를 시사 후 영화 <범죄도시>의 감독이자 이번 시리즈에서도 각본과 연출을 맡으신 강윤성 감독님을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에 다녀왔다. 시리즈를 볼 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기획 의도부터 등장 인물의 상세 설명은 물론 기자간담회 기사나 감독, 작가님의 인터뷰를 찾아본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만든 유난이라면 유난이다. 그런데 1, 2회를 시청 후 바로 감독님으로부터 제작 스토리와 비하인드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니!! 뜻깊은 자리를 통해 알게 된 <카지노>는 단단한 매력을 잔뜩 가지고 있는 시리즈였다!


강윤성 감독님과의 인터뷰!


"<카지노>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
 저런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게 하고 싶었어요."


작품이 쓰이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감독님은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하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던 중 이야기에 관심이 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취재를 통해 <카지노> 시리즈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저런 세상이 존재한다고 믿게 하고 싶었고, 리얼리티함을 목표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시리즈는 1화에서부터 공을 들여 차무식(최민식 분)이란 인물을 그려낸다. 불우한 어린 시절로 돈을 버는 일에 빨리 눈을 뜰 수밖에 없었고, 고아원, 교도소, 특수부대 등 파란만장한 과거를 딛고 영어 강사로 성공함에도 더 큰돈을 벌고 싶은 욕망에 도박 사업에 뛰어들어 180억이란 큰 돈을 벌지만,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필리핀으로 도망을 가버리는 차무식. 결국 그는 필리핀에서 가져온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만다. 여기까지가 내가 본 2화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끝이 여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건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이 아니라, 섬세하게 쌓은 차무식이란 인물에 대한 서사가 보는 이로하여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했으며 이는 감독님의 바람대로, <카지노> 시리즈 속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으로 다가오게 했다. 

 

"<카지노> 시리즈에서 감독님의 기억에 남는 대사는
 권무십일홍"


시리즈 속 대사를 곱씹어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극본까지 쓰신 감독님의 기억에 남는 대사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했다. 나의 질문에 감독님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쓰기 때문에 대사 하나, 하나에 집중하진 않지만, 시리즈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양정팔(이동휘 분)의 대사 "권무십일홍"이라 기억난다고 말해주셨다.


이야기는 필리핀 한 가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지만 곧바로 장면은 차무식(최민식 분)의 오른팔인 양정팔이 운전하는 차 안으로 옮겨진다. 양정팔은 꽃이 진 필리핀 도로를 달리면서 형님께 '권무십일홍'을 아십니까? 묻는다. '권무십일홍'은 '화무십일홍'을 잘못 알고 말한 것이었다. 무식은 정팔에게 꽃이 지고 난 풍경이 아닌, 권력과 부귀영화가 금방 사라지는 걸 꽃이 지는 것에 비유한 '화무십일홍'에 대해 설명해 준다. 감독님은 이런 위트 있는 대사나 연출을 선호하는 듯했다. 뒤에 나오는 과거 회상씬에서 갑자기 시리즈 속 인물이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듯하는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위트 있는 연출들이 돋보였다. 그래서 감독님의 기억에 남았던 걸까?


비록 2화까지 밖에 보지 못했지만 내가 픽한 대사는 2화 엔딩의 차무식 대사다. 차무식은 가진 걸 모두 잃고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너 나 감당할 수 있겠냐?” 라고 말한다. 감독님도 예고편에서 이 대사를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가는 대사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최민식 배우님의 아우라로 대사는 그 자체로 압도하는 힘이 있었고, 차무식이란 인물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상황에서도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인지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고 보니 내가 선택한 대사가 '차무식'이란 인물을 생각하게 한다면, 감독님이 픽한 ‘화무십일홍’은 '차무식'의 삶을 대변해주는 대사란 생각이 들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필리핀 최고의 호텔 카지노까지 사업을 확장, 정재계를 장악하며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쥐고 승승장구하게 되는 인물.


필리핀에서 그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으나, 양정팔과 화무십일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도착한 호텔에서 그는 필리핀 경찰에 의해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를 둘러싸고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과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는 차무식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단번에 떨어질, 벼랑 끝에 놓이게 된다. 영원한 권력도 부귀영화도 없다는 듯. 열흘 붉은 꽃, 그건 차무식의 인생과 닮았다.


그리고 이 고사성어는 시리즈의 중심 배경이 되는 ‘카지노’로 또 한 번 이어진다. 욕망과 탐욕의 현장. 한 순간에 몇십억을 벌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온 생애를 바쳐 벌은 모든 것-돈뿐만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 카지노. 최민식 배우는 그가 연기한 차무식이란 인물이 “욕망의 집합체 같은 인물”이라 밝혔다. 차무식이란 인물이 그의 생애와 닮은 '카지노'란 공간을 만난 건 운명 같기도 하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는 올로케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는데 현장 분위기!

배우들 같은 경우 모두가 연구진처럼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카지노, 욕망과 탐욕이 응축된 치열한 현장. 그곳은 우리 삶을 대변하는 공간적 느낌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을 이루는 수많은 군상들은 화려해 보이고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 안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각 각의 모습의 조각이 보일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는 참 많은 배우분들이 출연하는데 모두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고민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는 현장 분위기를 들려주셨다. 올로케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길었던 현지 촬영에서 배우들은 3개월간 합숙을 하며 연구진처럼 캐릭터를 연구하였고, 특히 손석구 배우는 직접 대본을 써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처음엔 직업적으로 필리핀에 왔던 한 경찰이 차무식을 쫓으며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치열한 과정을 보여주려 애를 썼다고 한다. 탄탄히 쌓은 차무식의 서사가 그를 쫓아 오승훈 형사와 마주하는 순간 폭발할 거라는 감독님의 스포(!)는 뒤에 펼쳐질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첫 시리즈 도전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쓰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압축과 생략 속에 포기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인물 하나, 하나를 더 깊이 그려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공들여 그린 차무식이란 인물에 대한 서사가 시리즈를 보는 내내 그를 자꾸만 생각하게 했고, 한 사람이 가진 모습은 복합적이기에 수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심도 있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렇게 한 인물, 한 인물을 애정을 갖고 면밀히 그려낸 작품이라면 앞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자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카지노>의 매력!
 우리 삶을 대변하는 공간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진짜로 다가오는, 리얼리티"


인물에 대한 애정 어린 표현, 치밀한 취재, 출연진들의 노력은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카지노>의 매력인 '리얼리티'를 단단히 해 나갈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시리즈가 시작하면서 들려준 "화무십일홍"을 떠올랐다. 이 이야기 끝에 어떤 꽃이 남아있을까, 꽃이 지는 과정도 아름다우려면 어떡해야 하는 것일까. 디즈니+에 공개되는 <카지노>는 총 16부작으로 시즌 1 1화부터 8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마다 공개된 후  2023년에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다. 시리즈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나에게 <카지노>는 이런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리얼리티가 존재했고 지금을 살고 있는 현재에 충분히 닿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BIG BET) 16부작 플랫폼  디즈니+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작 아크미디어, 씨제스엔터테인먼트, BA엔터테인먼트

각본/감독 <범죄도시> 강윤성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홍기준, 김주령, 손은서, 김홍파, 이해우 등 출연

공개 디즈니+,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매거진의 이전글 성탄전야에는 외계지구침공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