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Jan 12. 2016

이웃집꽃미남

도심속 라푼젤

그는 그녀를 도심 속에 사는 라푼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라푼젤을 가둔 마녀라고 했다.


그 여자는 한 순간에 인기인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가 눈덩이처럼 매일 매일 불어났고 깊이와 크기를 알 수 없는 수근거림들은 더 이상 진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과거의 일이 그녀를 집 안에 가두었다.


드라마 _ 이웃집꽃미남, 양보 손글씨


"내가 위로해줘야 하니? 내가 미안하다고 해야하니? 전학? 졸업만 기다리며 겨우 버티시는 할머니 앞에서 전학 이야기를 어떻게 하니. 매일 커져만 가는 소문. 거짓말- 날 싸구려로 보는 시선 그건 독이야. 난 매일 독을 먹었어! 몰랐니! "


처음 그 여자를 보면서 언제까지 과거의 일에 발목 잡혀서 그러고 있을거냐, 이제 그만 상처를 이겨낼 때가 된거 아니냐며 답답했다.


그런데 내 안에도 벗어나지 못한 올무가 있었다. 잊어버린 탓에 오히려 더 깊게 묻혀버린 상처가 어떤 뒤척인 움직임에 벌어지고 찢겨져 다시 덧나버린 상처가 있었다. 어떤 상처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였고, 어떤 상처는 누군가에게 준 상처로부터 생긴 상처였다.



"전 진락씨가 그린 주인공처럼 순수하고 착하고 맑지 않아요. 반대에요. 전 어둡고 칙칙하고 뾰족해요.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갇혀버렸고 나갈 생각도 없었어요."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서 어렸을때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있으면 나는 행복을 줄 수 없는 사람이구나.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다 나 때문이구나 .. 슬펐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꽤 오랜시간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노력중입니다."


그 여자가 용기를 낸건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한 한 사람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아무런 슬픔도 아픔도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남들보다 더 어린 나이에 미움과 상처에 대해 생각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회복하는 법을 알게 된거 같다.


상처가 났을 때 바로 치료해주면 좋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힘들며 상처를 돌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종종 그 남자, 깨금이가 생각난다.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금 어둡고 습해지지만,

자신의 감정만을 밀어대며 상대를 휘두르고 빠르게만 흘러가는 요즘 드라마들 속에서

찬찬히 감정의 깊이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겨울에 볼만한 지난 드라마인 듯 싶다.




드라마 _ 이웃집꽃미남, 양보 손글씨




#덧붙이기

사랑은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가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짝사랑에 대해선 누가 먼저였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사랑은 타이밍이고 용기있는 자가 쟁취하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풍선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