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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03. 2023

한계를 넘어 새계절을 맞이할 당신에게

JTBC 금토 드라마 <대행사>

요즘 고아인 상무를 자주 떠올린다.


PT 성공률, 연봉상승률, 성과급, TV CF 평가점수, 판매상승률 등 모든 수치에서 업계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VC그룹에서 첫 여성 임원이 된 인물. 이렇게 말하고 있자니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 같지만, 고아인(이보영)은 JTBC 토·일 드라마 <대행사> 속 주인공이다.


광고업계에서 1등 자리를 지켜온 VC기획의 고아인은 이제 1년짜리 시한부 상무 자리를 지키기 위해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신경안정제 없이 잠이 들지 못하는 고아인의 텅 빈 삶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과욕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아인의 삶은 매일이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실력으로는 임원이 되고도 남았지만, 지방대 출신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VC기획에서 그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제작 2팀의 팀장까지였다.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는 현실 앞에 그가 할 수 있던 건 독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한계를 남들이 단정 짓는 현실은 임원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수치가 그의 실력을 입증했으나, VC그룹은 고아인에게 임원직을 수행할 역량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에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고 언론을 상대할 여성 임원 정도의 역할만 기대했기에 1년짜리 얼굴마담용 임원 자리도 그에게 과분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현실을 사는 고아인에게 강한나 상무(손나은)는 이상을 좇다 현실이 시궁창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그때 고아인은 현실에 타협하는 습관을 들이면 인생이 진짜 시궁창이 된다고 응수를 놓았었다. 그제야 고아인의 싸움 상대가 사사건건 고아인을 방해하는 최상수 상무(조성하)도, VC그룹의 부사장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아인은 자신의 한계를 함부로 평가하는 시선과 상황과 싸우고 있었다. 1년짜리 시한부 임원이란 사실을 알고도 기꺼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건 그의 한계를 멋대로 정한 이들에게 VC그룹 내 그이만큼 임원으로서 실력을 갖춘 이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상무가 되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세차게 싸우는 과정 속에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혼자 외롭게 감당하던 몫을 팀원들과 나누면서 효율과 성과만 중요시하던 스스로가 만든 ‘고아인다움’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든든한 우군들의 지원 속에 상무라는 자리의 무게를 견디며 보인 그의 책임 있는 모습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그룹 내에서 고아인의 성장을 주목하며 기대하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대행사>는 광고대행사 VC기획을 배경으로 하는 오피스 드라마지만, 한계를 짓는 시선과 상황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고아인의 성장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어느덧 2023년도 4월에 접어들었다. 더 나은 한 해를 위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하나둘 시행하면서 이미 여러 번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지 모른다. 애를 쓰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라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과연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걸까? 그렇지 않다.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인생이 무르익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히려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되는 지금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 스스로가 정한 굴레에 갇히지 않기 위해 열심을 넘어선 치열함이 필요한 순간일지 모른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용기를 내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당신의 갓생을 응원하는 바다.


위 글은 고려대학교 학보사 고대 신문 ‘타이거쌀롱 1972호’에 게지한 글입니다(타이거쌀롱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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