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2023)
암사자를 뜻하는 '라이어니스(Lioness)'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CIA에 실제 존재했던 미군 여성 부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작전 중 현지 여성에 대한 수색이 필요한 경우 현지 관습에 따라 남성이 여성을 만질 수 없어 작전팀에 배속되었던 여군으로 이루어진 부대로서, 현재는 현지 여성과 가족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FETs(Female Engagement Teams)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은 이 실존했던 비밀 프로그램을 소재로 하여 남성 서사로 익숙했던 첩보물을 여성 중심의 서사로 풀어가며 기존 첩보물과의 차이점을 만들었다.
‘라이어니스’ 팀의 팀장인 ‘조’는 영화 <아바타>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키모라로 유명한 ‘조 샐다나’가 맡아 10년 만에 맨 얼굴을 드러냈다. ‘라이어니스’에 새롭게 합류한 위장 잠입 요원 ‘크루즈’ 역에는 신예 '레이슬라 데 올리베이'가, CIA감독관으로서 '라이어니스'를 지원하는 ‘케이틀린 미드’ 역에는 믿고 보는 배우 ‘니콜 키드먼’이 맡아 여성이 주측이 되는 강인한 '라이어니스'팀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무게감 있는 국무부 장관역에는 할리우드의 대배우 '모건 프리먼'이, 깐깐한 CIA특수활동부 수장에는 영화 <나우 유 씨미>의 '마이클 켈리'가 출연하는데,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와 또 다른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털사킹>, <1923> 등 탄탄한 각본 실력을 인정받아온 테일러 셰리던 감독의 연출이 화려한 배우진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면서 극에 몰입을 높인다.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에는 ‘라이어니스’ 팀이 수행하는 작전과 요원들의 삶,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흐른다. 1화에서 '라이어니스' 팀은 현장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잠입 요원으로부터 신분이 발각되어 도망 중이란 연락을 받는다. 팀장인 ‘조’는 요원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지만 그 사이 요원은 테러 조직원들에게 잡히고 만다. 그를 구하러 가는 시간 동안 요원이 겪게 될 여러 일들은 참혹했다. 살아있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었다. 결국 ‘조’는 요원이 잡혀 있는 곳에 폭격 명령을 내린다. 힘겹게 작전이 마무리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된 ‘조’는 가족의 따뜻한 환대를 기대했지만 연락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엄마로 인해 가족은 당황했고, 사춘기 딸의 반항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조’의 마음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운 현장과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되는 가정 안에서 ‘조’가 겪는 긴장과 불안, 염려는 그 모양이 닮았다. CIA 요원으로 국가의 명령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팀장으로 팀원을 지키는 일과 두 딸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게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가정을 지키는 일이 갖는 책임감과 부담감의 성질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가 팀장으로 있을 때는 몸과 머리를 쓰고 엄마로 있을 때는 마음만 쓰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한 사람의 삶에서 일과 개인의 삶을 그렇게 쉽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음을 우린 매일같이 느낀다. 그렇기에 ‘조’가 각각의 상황에서 갖게 되는 고민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지키고자 하는 마음-로 이어져 ‘조’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라이어니스’의 타깃이 된 서아시아 정유재벌의 딸인 ‘알리야’의 친구가 되어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크루즈’ 또한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이 엿보인다. 이들의 작전은 타깃의 주변 인물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는 것으로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깃의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야만 한다. '크루즈'의 위장 잠입과 그러면서 맞게 되는 위기에 대처해 가는 과정은 첩보 액션물다운 긴장감을 주며 극의 재미를 북돋는다. 동시에 ‘알리야’와 가까워질수록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는 ‘크루즈’의 모습 속에서는 ‘크루즈’라는 인물이 가진 고뇌가 보인다. '알리야'는 부유했지만 친구를 사귀는 것마저 가족의 뜻대로 해야 하는 사실상 자유가 없는 삶
을 살고 있었다. 폭력으로 물들었던 삶에서 자기답게 살기 위해 해군으로 도망치듯 입대한 '크루즈'는 '알리야'에게서 자신이 원했던 자유라는 갈망이 겹쳐 보였을 것이다. 거짓된 관계지만 신뢰를 얻기 위해 진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잠입 요원인 '크루즈'가 가진 딜레마이자, 전쟁 같은 삶을 피해 진짜 전쟁터로 오게 된 아이러니한 그녀의 삶을 담고 있다.
이렇듯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는 이들이 순간순간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한다. 인물에 대한 이해는 첩보 작전에 흐르는 긴박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감정선 또한 잃지 않게 돕는다. 개인적으로는 ‘조’가 딸과 병원에서 나눈 대화와 ‘크루즈’가 ‘알리야’와 바다에서 헤엄치며 나눈 짧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자칫 화려한 볼거리로 가볍게 즐기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액션 장르의 약점이 이러한 지점을 통해 이야기에 좋은 균형감을 형성하게 된 듯하다. 티빙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통해 공개되자마자 TOP20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공개 첫날 가장 많은 글로벌 시청자수를 기록한 파라마운트+ 시리즈에 등극해서 3일 만에 전 세계 600만 시청자 수를 돌파한 힘은 기존 첩보물과 다른 여성 투톱 첩보물이라는 차이점과 회차가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인물들의 서사 덕분이 아닐까 싶다.
매주 일요일에 1 화차씩 공개되는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은 총 8회로 현재 6화까지 공개되었다. 작전의 끝이 눈앞까지 온 상황. 국가와 가정이라는 내 삶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신뢰를 쌓은 타깃의 평화를 깨야하는 어떻게 보면 불의하고 잔인해 보이는 일 앞에서 이제 이들은 무엇을 위해 싸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이번 작전은 이들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 흔들리던 눈빛과 감정을 숨기기 위해 삼키던 말, 침묵을 선택하던 순간, 맞잡은 두 손과 마주친 눈빛 속에서 이들이 가진 고뇌를 떠올려 본다.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지만 결정의 순간 이로인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뿐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든 결코 쉽지 않으리라. 그게 요원으로서의 삶이든, 엄마로서의 삶이든, 설령 나처럼 평범한 회사원으로서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러니 더더욱 이들처럼 매순간 마음을 쓰게 된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그렇게 본다면 '특수 작전'은 살아내고 살아가는 동안 마음을 쏟아내어 선택한 일들에 책임져가는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목: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출연: 조 샐다나, 레이슬라 데 올리베이라, 마이클 켈리, 모건 프리먼, 니콜 키드먼 등
제공: 파라마운트+
공개: 티빙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공개(8부작)
+ 해당 게시물은 파라마운트+ 로부터 협찬 및 제공받아 작성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