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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r 03. 2016

그리워질

퇴근하고 침대로 빠져들기 바빴다.

잠에 대한 애착이 집착 수준이라  잠을 청하러 서둘러 이불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엄마 나 잘게-

왜 이렇게 일찍 자. 엄만 하루 종일 너네만 기다렸는데......


그 대화 이후 나는 퇴근하고 엄마와 거실 바닥에 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는 텔레비전을 보는 거고 나는 그 옆에서 자는 것이지만...

그렇게 자고 있으면 엄마는 들어가 자라며.. 방까지 따라와 이부자리를 정돈해주신다.


너는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긴장을 한다. 이어질 말이 뭔지 아니까-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지구 반대편에 있다고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 거야.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요즘 자꾸 불러.


엄마의 엄마,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삼절 정도 이어지면, 나는 꼭 말을 끊는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니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그리움이 옅어지는 건가?

먼저 간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웃어넘기시는 할머니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닐 것이다.

엄마가 없다는 걸 상상만 해도, 그 상상을 3초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미어지는데,

그 상황이 몇 년, 몇십 년이 계속된다고 옅어질까, 잊어질까.

가슴 한편에 있던 그 그리움이 삶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 잠시 가려졌을 뿐,

그러다 올라온 그리움은 더 짙어지고 선명해지니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슬픔일 테다.


생각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떨리는 가슴을 두 입술을 꾹- 깨물어 눌렀다.

그렇게 엄마 곁에 꼭 붙었다. 웬 어리광이냐고 하시겠지만 곧 등을 다독다독 거려 주실 테니-

주말에 올라올 아빠에게도 문자 하나 남겨야지, 생각했다.


1991年, 찬바람이 불던 밤, 박효신 부름, 양보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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