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바라기

놀아도 괜찮아요

by 양보

"넌 사십살이 넘으면 사랑과 전쟁 찍고 있을 것 같아"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밞고 있는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회사가 힘들었어도, 일을 좋아하는 나로써 극복 못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친구의 말이 회사를 그만두게한 결정적 한방이 된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이 모여서 사표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막상 그만두려고 사표란걸 쓰려니, 쓸 말이 하나 밖에 없었다.


그냥- 놀고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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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까진 공부를 못했는데, 대학교에 들어가서 4년동안 한번도 성적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다.

그 뒤로 일중독적인 성격이 부각되었다. 정확히는 성취중독자가 된 듯 했다.


성적과 기타 생활들, 모두 놓칠 수 없어 밥도 거르고 타임테이블까지 짜가면서 생활했다.

길가다 우연히 친구를 만나도 웃으면서 반갑게 이야기하기 보단,

짜여진 타임테이블에서 벗어날까 초조해하며 성급히 지나가버리거나 모르는 척 지나가버리기도 했다.


계획대로 일이 안되면 짜증이나고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렸다.

예민함으로인해 신경성 위염은 달고 살았고,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믿음으로 모든 일을 혼자하는 바람에 만성피로와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면 왠지모를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 기쁨에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학교 집 교회 동아리

이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렇게 거즌 9년을 살았다.

과거의 특별한 일상이 떠오르지 않을정도로, 아무런 에피소드 없이, 평범하게 살았다.

스타카토라디오, 정현주 저자, 양보 손글씨

그러다가 무서워졌다.

그 나이 먹도록 사춘기 다운 사춘기 한번 지나지 않은 내가

온실 속에 있는 화초는 아닌지.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도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듯, 결혼하고 아이 둘 낳은 사십 넘은 나이에

해야할 것도 책임질 것도 더 많은 그 시간에-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어 일탈을 해댈까봐 무서워졌다.


그런고로 일을 그만두었다. 놀려고-

그런데 나는 노는법을 몰랐다.


일이 없으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시간은 정처 없이 흐르는게 불안하게 만들었다.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을 극복하지 못해 병이 났다.


그러고 삼개월을 주에 한권씩 책을 읽거나,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전시회 보러다녔다.

그 순간을 즐기고 여유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밖으로 내 몰았다.

성취감을 맛보았다.

이후 큰 피곤함이 찾아왔다. 그렇게 나갔다오면 기절한 듯 낮잠을 잤다.

성취감이 주는 기쁨이 오래가지 못하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또 나를 채근했다.


움직여- 생산적인 것을 해내!

만들어내지 못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하듯이.


전전긍긍 살아가는 나를 보며 엄마는 자주 말했다.


너가 아무것도 안해도 지구는 굴러가-

숨은 쉬어 죽으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니가 지금 해야할 일은 숨쉬는 일이야.


스트레스로 잠을 못 이룰 땐,


니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자는 일 밖에 없어

그렇게 걱정하고 초조해한다고 해서 내일 아침 달라질건 크게 없어

차라리 잘 자고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렴


그 스트레스가 자야하는데 잠이 안오는 것 때문일 땐,


자야한다고 생각하지마- 그냥 눈을 감고 있어

숨쉬어 안그럼 죽으니까

니가 지금 해야할 일은 눈감고 숨쉬는거야


재미나게도 이 말들을 들으면 이내 곧 마음이 편해지고, 잠이 잘 왔다.

내가 아무것도 안해도 지구가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좀 아쉽지만,

그 덕분에 나는 좀 쉬었다 가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우리의취향, 고연주 저자, 북노마드 출판사, 양보 손글씨

우린 여유를 사치라고 생각한다.

노는건 불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여유가 없으면 될 것도 안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유는 사치가 아니라 투자가 되는 건 아닐까?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틈도 없이

미친 듯이 일하고 성적 올려서 우리가 얻으려는건 과연 무엇일까?

결론이 행복을 추구함이라면,

지금 미래의 행복을 앞당겨 커피를 마시거나 여행을 감으로

현재가 행복하다면, 이것이 결과적인 목적에 그렇게 위배되는 행동일까?


무언가에 몰두한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고 멋있다는 말은,

쉬는 '일'에도 몰두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


물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전제된 이야기임을 잊지말것!


여러분,

쉬는 것에 투자하세요.

:-)





제 글이 조회수 만을 넘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왠지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잘- 하려곤 하지 않을거에요 >_<


그럼 싫어질것 같으니까 ....




지금처럼 제가 고민하는 것들, 생각했던 것들이 그저,

여러분들과 공감되으면 하네요.

:)


공감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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