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쁜 시간들이 있었다. 산 더미 같이 쌓여있는 일들에 화장실 한번 제대로 못 가고 점심은 샌드위치나 김밥으로 때우며 해치우듯 일을 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자고 일어나서 또 같은 시간을 반복하며 살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느끼는 감정들-힘들다, 지친다, 불공평하다, 불합리하다 등-은 힘을 더해주긴커녕 슬프고 외롭고 초라하게 만들었기에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몸만 움직였다.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다 잠깐 쉬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뱉고 있던 말.
"아-휴,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정신이 없지?"
반복적인 행동은 습관을 만들던데, 나의 뇌는 이런 습관이 들었나 보다.
뭐 한 것 없다, 생각하는 습관
내가 하는 행동들,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습관
이 습관들은 분명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했고, 성공적이었으며, 기쁘고, 감사하며, 뿌듯했을 부분까지도 싹둑, 잘라내 버렸다. 잘라진 감정들은 또다시 많은 것들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도록 만들었다.
겨울이 지나고 당연하게 오는 봄.
반복되어 찾아오는 봄 앞에서는 언제나 설레면서,
밤이 지나고 당연하게 오는 아침.
반복되어 찾아오는 하루 하루 일상은 왜 그리도 무감각하게 흘려보는 건지..
습관이 들어버린 겨울의 무심함을 봄 햇살에 녹여 없애고 싶다.
포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