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다. 소개팅에서 누군가 마음에 든 일이. 에프터를 잡은 것도 처음이었다.
답답한 영화관이 아닌 공원에서 만나 산책을 했다. 날씨가 좋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을 정했다. 세 번째는 만나지 않기로.
주변 상황이 시끄러웠다. 둘의 만남에 수저를 얹고 참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롯이 그 사람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고, 소개팅 원칙에 준수하여 세 번째 만남 전에 관계를 정리했다. 깊이 사랑한 것도 아니고, 오래 만난 건 더욱이 아닌데도 가끔 그 사람이 생각난다. 참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만약 그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마음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비겁한 겁쟁이에게 주어지는 벌이 있다면 '아마도', '만약에'라는 가능성 속에 빚어지는 희망찬 상상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해영'이 떠오른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주변에서 날 두고 뭐라고 할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가끔 그 모습이 과해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이 많은 내겐 부족함보다 과함이 낫다. 그렇다고 상대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음에 든 그를 놓친 당시 나의 선택은 그를 위한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부족한 나를 보여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해영이 힘들까 봐 자신의 상황을 숨기고 이별을 고한 해영의 전 남자 친구처럼. 그래서 그녀의 행동이 용기였다고 느꼈나 보다. 2016년도에 첫 리뷰를 쓰면서 올해 나의 테마는 용기라고 적었는데, 4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테마가 동일하다.
미친 듯이 설레고 싶을 때, 가끔 꺼내보는 #또오해영
그녀처럼 마침내 달려 나갈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