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청에 당첨되셨습니다."
기대 없이 신청한 공개방송에 당첨이 되었다.
될까 안 될까? 고민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었다. 함께 보러 간 동생은 2년 동안 신청했는데 한 번도 안 됐다며 내게 운이 좋다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안 될 텐데, 해서 뭐해.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된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비용이라면 안정적인 선택을 통해 중박 이상의 결과를 얻자고 생각했다. 이런 내가 똑똑한 줄 알고 오래 살았다.
안정적으로 스텝을 밞아왔지만 삶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고민하고 계산해서 이직한 회사는 간신히 1년을 다녔다. 그것도 엉망진창으로. 계산기를 두드릴 때 포함시키지 않은 사회 짬밥이 이 곳에선 중요했으나 내겐 없었고, 큰 점수로 매겼던 3년간의 경력은 별 도움이 못 됐다.
야근과 박봉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생각하는 어떠한 수준 아래에 놓인 '정도'였다. 배려 없는 회사의 문화를 견디지 못했다. 안정적인 스텝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나 자신을 내가 몰랐다. 믿었던 나 자신에게도 발등이 찍힌 셈이다.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분석하고 따져보았지만 계산 미스는 줄어들지 않았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지레짐작 아는 척 한 벌을 받는 것 같았다. 작정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 일이 꼬였다. 오히려 기대 없이 나간 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산책길이 계획을 세워 떠난 여행보다 더 큰 쉼을 주었다. 그저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 문학잡지에 실렸다.
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기차인지 아닌지는 가봐야 안다. 선택의 순간 미스란 생각이 들었어도 그 끝에 바라던 곳보다 더 황홀한 곳에 도착할 수도 있다. 선택은 대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선택을 불러오며 길을 만들어가게 해 주기에.
지레짐작으로 놓친 나의 숱한 길을 생각해본다. 걸어봤어도 좋았을 길이란 생각이 들면 실패했을 때 기억보다 더 쓰다. 실패는 무엇이라도 내게 가르쳐 남기지만, 포기한 일든은 후회 외엔 그 무엇도 내게 남겨주지 않았으니.
잘못된 선택인 것처럼 보여도, 또 어떻겠냐. 마지막에 어디에 도착할지 모르니 매일을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지레짐작하며 포기하는 것보단 무엇을 함으로 만들어가는 길이 더 재미있을 것도 같고.
오늘 이 글을 다듬으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건넨다.
지레짐작 포기하기보다 잘못된 기차라도 한번 타고 나가보자고.
오랜만에 푹 빠진 책이었습니다. 작년에 출간되었을 땐 시큰둥했는데 반하는 순간은 역시 따로 있나 봐요. 특히 "선택" "후회" "도전" "용기" 이런 것들에 생각이 엉켜있는데, 참 좋은 글들이 많았네요.
"거기, 우리가 있었다, 정현주 저자, 중앙북스"
/수정 2019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