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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Nov 03. 2016

달의 연인 - 보보경심

"이제 더 이상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지 못하겠어."



말에는 힘이 있다고 했다.  

생각이 머리 속에 있을 때는 두리뭉실 한 모습이지만

입으로 뱉어져 세상 속에 내 던져지면 형태가 되어 버린다.

누군가 들었고 나도 들었다.

끼어야 보배가 된다는 말은 이처럼 내뱉어지는 순간 끼어지나 보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나 또한 가장 잘 아는 그 사람에 대해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에 의심이 돋았다.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될까?

괴로움에 몸부림치겠지만 죽진 않을 거다. 살겠지. 누구 좋으라고 죽을까.

다만 다시 사랑을 하기도 누군가를 믿기도 어려울 것 같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괜찮은 척 살겠지.

잠깐, 생각해보니 그건 전혀 괜찮지 않은 삶이다. 살아있어도 죽은 삶일 것이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우울하고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믿는다는 건 멋지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출연진들과 연출진에 대해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때문에 연기력 논란에 가슴 아펐고 초반에는 #타임슬립 #퓨전사극 마니아인 나 조차도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35부작인 원작을 20부작으로 줄여야 하니 스토리도 엉성 엉성할 수밖에 없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유로 드라마를 챙겨보지 못한 건 아니다.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짠해서,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못 봤다.


현세에서도 사랑과 우정에 배신을 당했는데 시간을 뛰어넘은 그곳에서도 해수는 사랑과 우정에 배신을 당했다. 그럼 진짜 아무도 못 믿을 텐데 해수는 어리석어 보이게도 항상 사람을 믿는 쪽을 택했다.  


역사에서는 왕소, 4 황자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인척을 죽인 잔인한 폭군으로 기록했다. 처음에는 해수도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그를 대하기를 무서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던 것 같다. 왕소가 어떤 사람인지를. 왜 그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래서 그가 받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그렇게 자신과 나눈 시간 동안 보여준 그들의 모습을 믿었다.

변해버린 사랑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연모하는 형태가 달라졌을 뿐 자신을 향한 마음만은 진짜였음을 알기에 마지막 욱, 8 황자가 황제가 된 왕소에게 해수와 자신이 혼인할 사이였음을 알린 행동의 본 의미를 해수는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해수는 황자분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여러 왕자들 사이에서도 해수는 줄곧 그래 왔다.

자신이 알고 경험한 그 사람을 믿었다. 그래서 이용을 당하는 순간도 있었고 상처 입고 마음이 찢기는 순간도 있었지만 같은 마음을 지켜왔다. 여러 황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겐 마음이 갈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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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누구도 감히 믿지 말라고 한다.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의심하고 경계할 수 있으면 경계하라고 한다.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했다면 더더욱 의심해줘야 하는 게 똑똑한 거라고 한다.

그러나 똑똑해지는 건지는 몰라도 나는 불행했다.


폭풍 같았던 시간이 조금씩 지나갔다.

거센 파도가 가라앉고 물안개가 걷히면서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화가 났던 거였다. 말이 지나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화는 나 때문이었다.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물론 그 사람의 말들에 상처를 받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를 속이고 기망할 사람은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걸 사실 내가 가장 잘 안다.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그 사랑을 의심한 죄로

나는 세상 모두를 잃는 듯한 슬픔과 절망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벌을 받았던 것 같다.



이렇게 되니 믿지 못하는 일이

믿어서 배신을 당하는 일보다 더 불행하단 결론에 이르렀다.

정윤 왕무도 3 황자 왕요도 주변 사람들을 믿지 못해 결국 미쳐 버리지 않았는가.

왕소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해수의 마음을 오해해 결국 그녀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고

평생 해수를 그리는 슬픔 그리움 속에 자신의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쓸쓸한 생을 보냈다.



생각이 이렇게 들어도 사실 끝까지 믿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믿지 못할 사람은 세상에 너무 많고 믿음을 지키기엔 흔들어대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더욱이 믿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이 구식스럽고 바보 같아 보여도

스스로 바보가 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알 것 같아, 그런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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