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Feb 03. 2017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배운 이별에 대한 배려

배려 : 네이버 통합검색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나는 배려라는 행동을 좋아한다. 당연히 배려적인 사람도 좋아한다. 상대를 도와주고 보살펴주기 위해서는 높은 관심과 적절한 센스 그리고 눈치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 삼박자를 갖추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배려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참 편하다. 이를 넘어서 대우받고 있다는 기분도 들게 해 준다.


그런데 이별 앞에서도 상대를 배려할 수 있을까?


인스타_하오/양보 손글씨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다 헤어지는 순간이 살면서 반드시 온다.

헤어지는 이유가 각양각색이듯 헤어지는 모습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마당에 정을 띄어야 한다며 더 모질게 군다.

누군가는 헤어지는 마당이니 좋게 끝내자며 어느 때보다 착하게 대한다.

하지만 하오(@haaaaaaaaaao)의 글처럼 좋게 헤어지고 나쁘게 헤어지고 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헤어짐은 다 아프기 마련인데.


그래도 이별에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

나는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별에 필요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착각하는 이별에 대한 배려로 "널 위한 이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가 있는 듯하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양보 손글씨


드라마를 보면 종종 나온다.

사업이 망하면서 흙길로 들어선 남자가 여자에게 사실을 숨긴 체 이별을 고하는 장면. 사랑하지만 자신의 곁에 있으면 힘든 일을 겪어야 할 테니 그녀를 위해 그녀와의 이별을 결심한다. 사실을 말할 수 없으니 맘에도 없는 모진 말을 한다. 밥 먹는 것도 보기 싫어졌다고 하거나 헤어짐에 이유가 어디 있냐며 밑도 끝도 없이 이별을 통보한다.


나는 시청자에 불과하니까 이별을 고하는 이의 속 사정을 알기에 그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알 수 없다. 드라마 속에서 이별을 당하는 고호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이별을 그저 통보받는다. 알고 겪는 이별도 힘든데, 갑작스럽게 납득되지 않는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여자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널 위한 이별"은 절대 배려적인 멋진 이별일 수 없다.


재미있는 건 상황이 풀리면 남자는 다시 여자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럼 왜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데?"
"모르겠어. 매달리고 싶어 졌나 봐. 너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나 봐."
안기는 순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조금도 다름없는 냄새와 체온에 당황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완벽하게 잊은 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다 잊지 못했어도 내가 달라져 있었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14회-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양보 손글씨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

에서 가장 눈에 뜨인 건 당연히 김영광이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물이 좋은 회사의 훈훈함이나 직장 내 상황들이 드라마를 보는데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헤어진 후 혼자 남은 여자의 감정을 대변한 고호 중심의 내레이션이 이 드라마에 별점 다섯 개를 매기게 했다. ( 공감 ★★★★★ )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 같은 상황이 온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헤어지는 게 맞을 거란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해가 좋고 바람이 좋은 날만 만나 우리가 사랑을 한 게 아니다. 우리가 사랑한 시간에는 비도 왔고 눈도 왔다.


어차피 헤어질 각오가 돼있다면 왜 이별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 줬으면 한다.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이라도 쉬울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이별을 선택한 이유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인지, 그 이유들 중에 자신을 위한 이유가 있진 않은지도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혹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말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은 아닌지? 혹 이런 나를 버리고 갈까 겁이 나서 그런 건 아닌지? 오히려 자신이 상처 받을까 무서운 건 아닌지? 혹 이 상황을 함께 가기에 사랑이 부족한 건 아닌지 말이다.


이번의 시련은 헤어짐을 통해 해결했다면 다음에 올 시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도 헤어질 것인가? 아니면 언제 올지 모를 시련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고 혼자서 살아갈 것인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련이 오면 그녀가 헤어져달라고 말해주길 바랄 것인가?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양보 손글씨


태양의 후예에서 위험한 남자 유시진과의 사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강모연이 그와의 사랑을 다짐하면서 한 대사가 있다.


"난 앞으로 이런 사소한 거 다 이야기할 거예요. 당신을 감당해 보겠다고요. 그러니까 당신도 내 수다 감당하라고.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요. 내가 불안해할 권리를 줘요. 대위님이 내 눈 앞에 없는 모든 시간이 걱정이고 불안일 수 없어요. 그러니까 진짜 내가 걱정할 일을 하러 갈 땐 알려줘요. 가령 백화점에 간다 그러면 힘든 작전이구나 알아먹을게요. 적어도 당신이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하하 호호하고 있게 하지 말아 달라고요."


사랑하는 사이에 배려란 이런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도 결정할 권리를 갖는 것.

처음 이 대사를 들었을 때 강모연의 당참과 지혜로운 생각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약점 투성이인 자신의 상황을 다 이야기하는 용기, 사랑하는 사람을 믿는 믿음, 어떠한 반응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진 유시진의 배려도 눈부시게 멋있었다. 그래서 이 둘은 헤어지고 나서가 아닌 곁에 있을 때 서로를 위한 진정한 배려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혼을 앞둔 나이라 그런가,

꼼냥꼼냥 하는 연애의 즐거움도 좋지만 조금은 우직한 바보스러운 성실한 사랑을 더 바라게 된다. 인생이 긴데 힘들면 도망가버리는 게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도록 서로 곁에 있을 때 좀 더 배려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목폴라의 패션이 더욱 돋보였던 김영광의 대사 짤은 서비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책임감을 일깨워준도깨비 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