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쓸쓸하고찬란하神(tvN,2016)
농담스럽게 풀어낸 진중했던 대사들, 몰입하게 만든 노래들 이 모든 게 합쳐져 모든 회가 아름다운 장면으로 가득했던 드라마였다. 드라마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 역시 구구절절 리뷰를 적어 놨으나 마지막 회를 보고 모두 지워버렸다.
나의 종교관은 윤회와 맞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워버린 내 머릿속에 단 하나가 남았다. 과한 해석일지 모르지만 어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가 삶에 대한 책임감, 성실함 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극 중에서 작가는 "사람의 인생에 죽음이 있기에 현재의 삶이 찬란하다"라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드라마의 시작부터 죽음 앞에 놓인 모녀가 나온다. 엄마인 그녀는 죽음 앞에 간절히 생을 원한다. 자신보다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 그 간절함에 정해진 운명이 바뀐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운명을 검색해 보아도 그렇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신과의 대화 후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질문에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전부터 지은탁은 운명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태어나면 안 되었던 존재, 주어진 생이 없었던 그녀는 그래서 항상 생을 간절히 원했다. 그 간절함이 그녀를 삶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로 눈물을 흘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살았다. 마지막 죽는 순간마저도 신의 계획대로 가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희생을 선택을 했다. 인간만이 가능한 선택.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최선을 다해 답을 했다.
신은 우리 곁에 항상 있는다고 했다.
우리의 삶에 운명이란 길을 결정한 초월적인 힘을 가진 그 존재가 우리에게 답을 찾으라고 한다. 그 존재는 아무 때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우리 각자를 유심히 보고 있다 필요한 순간에 던지는 질문이다. 그래서 꽤 결정적이다. 이 운명에 대한 답을 대충 찾는다면 아마 그렇게 정해진 운명을 살겠지. 찾지 않는다면 주어진 삶을 잃겠지. 신의 도움을 받고서 계속 신의 도움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었던 이들처럼. 그러나 열심히 찾는다면 정해졌다 생각된 것이 바뀌게 될 것이다. 변호사가 된 입양아처럼, 은탁이처럼, 도깨비처럼, 김선처럼, 저승이 처럼.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그대 삶은 그대 스스로 바꿔놓은 것이다."
현실은 매일매일 어제보다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을 것이다.(안 봐도 알 수 있는 뉴스다.) 그래서 지치지만 열심해 사는데 삶은 나아지긴커녕 제자리도 아닌 뒷걸음 혹은 아래로 더 빠져들기만 하는 개미지옥 같다. 이 속에서 과연 우린 얼마나 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걸까? 그냥 대는 대로 살면 안 될까?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좌절감 앞에 나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얼마나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매일같이 전력 질주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단 생각은 한다.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가장 죄를 지음으로 영원한 벌을 받고 싶지 않다. 모든 죽음 앞에서 후회가 남을 순 없지만 적어도 그 죽음 앞에서 신에게 "너의 삶을 응원했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재계 순위 1-10위만 신은 응원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달달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오늘의 삶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우리에게 던져진 운명이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생각하지 않는 자는 이끌리는 대로 밖에 살아갈 수 없으니 :)
+ 여담 한 그릇.
이미 배테랑 글 작가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그녀의 드라마에서 말하고 있듯이 이번 작품도 최선을 다해 열일을 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감정선이 무너진다는 그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5년이란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였다는 그녀의 노력이 느껴져서 더 감동적이었다. 특별히 자신의 것을 고치지 않아도 이미 탑의 위치인데 노력하는 그 자세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 와중에 농담과 진지함을 한 문장에 마치 힙합의 라임처럼 만들어가는 그녀 특유의 대사가 여전히 살아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양했던 신인들, 그녀와의 관계 속에 이번에도 재등장한 그녀의 배우들, 그녀의 작품 속에 나타난 그녀의 작품들.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만들어주고 미래의 기회를 주는 그녀의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작품을 볼 때마다 느껴져 반함에 반함으로 이어졌다. 특히 어느 누구 하나 악역으로 몰지 않는 그녀의 작품이 좋다.
지난번 태양의 후예 리뷰에 글이 왜 이렇고 PPL은 뭐냐며 밉다고 여러 번 안 볼 것 같다고.... 혹평을 써놨는데 (입방정-_-) 도깨비를 보면서 태후를 보고 또 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태후의 새로운 의미, 새로 받게 되는 감동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게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정말 "판타지 속에서 현실"의 의미를 찾게 하는 듯하다. 도깨비도 보고 또 보고, 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