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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24. 2017

이번 생은 (저도) 처음이라서


결혼식에 필요한 비용 2억 원 상당.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필요한 비용 3억 원 상당.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비용화, 수치화되면서

경제성이 없다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일들이 되어버렸다.


다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게 지금 꿈에 가까워지는 건지 아님 멀어지는 건지 감이 잘 안 와서, 먼저 살아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는 말에 이민기(세희 역)는 다른 사람한테 물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


모든 게 포화나 고갈 상태이기 때문에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거다,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결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선택한다.


사랑 말고 집. 이익과 이익이 만나는 것.

머리 하나 뉘일 곳 없어 밤마다 길바닥에 있는 정소희(지호 역)에게 애정, 사랑은 지금 당장 중요하지 않다. 남은 대출금을 갚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해 월세가 필요한 이민기에게도 애정,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


돈도 없고 갖고 있는 건 학벌, 대출 잔뜩 낀 집 밖에 없다.

이런 우리에게 결혼이 말이 되나, 아니 사랑이 가당키나 한가.

(주인공들이 나보다 낫다. 난 대출을 잔뜩 껴서라도 집을 구할 수 있으면 싶으니까.)


사랑-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이 감정은 허무맹랑함에도 불구하고 누리기에는 돈이 꽤 든다. 나아질 일 없는 세상 속에서 더 나은 내일보단 최악의 내일을 피하기 위해, 그저 평범하게 먹고살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그게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랑을 빼면 선택하기 편하다. 상황만 보면 되기에 복잡함이 덜 하다. 감정을 걷어내면 이렇게도 깔끔하다.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와 같은 생각이 극 중 내레이션으로 나왔다.


"사회학자 게리 베커에 의하면 결혼해서 사는 이득이 혼자 사는 것보다 커야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이익과 이익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
다만 우리의 이익에는 애정이 없을 뿐. 그러니 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5화-

이 나이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기보다 적당히 필요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 이 와중에 사랑이 웬 말인가 싶은 생각.


성경에서는 말하고 있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이 사랑이라고.

믿음도 소망도 가치를 잃은 시대 가운데 사랑은 오죽할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지혜로운 선택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다면 그 끝이 얼마나 비참한지
우린 수 많은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다.


눈에 보기 좋아서, 똑똑하고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되어져 사랑 없는 선택을 할 때

생각지 못하게 빚어지는 수많은 비극들 그로 인한 비참한 결말들을 우린 많이 알고 있다.

사랑이 없는 행동은 그 어떠한 만족도, 참된 결과도 가져다줄 수 없을뿐더러 더 가난하고 비참하게 만든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이 와중에도 사랑을 찾는 내 정신력이 새삼 대견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며, 사랑은 두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진심이 없으면 더욱 힘든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머리는 몰라도 우리의 본능은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거절하고 거부해도 우린 사랑을 찾을 것이다. 어쩌면 사랑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사랑 없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을 선택한 저 둘도 결국 사랑에 빠질 것이란 걸 우린 안 봐도 알 고 있지 않은가 :)

 

가볍게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돈과 꿈, 사랑과 결혼, 엄마와 가족 등 속으로 앓고 있던 묵직한 감정이 차올라 보는 내내 여러 곳에서 많이도 훌쩍였다.


이번 생은 나 역시 처음이라 가는 길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쉬운 길을 골라 가면 안 되겠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저 둘은 그렇게 사랑이 되겠지만 나의 삶은 드라마가 아니니까.


그렇기에 모두 처음인 인생에 각자가 세우는 새로운 기준들이 여럿이겠지만,

적어도 사랑은 잃지 말아야 함을 느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찌하다 보니 또 사랑지상주의자가 된 것 같네:)




• 드라마 대사는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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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세계인의 축제가 시작되던 그 날 나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세계가 지켜보늦 대한민국의 88둥이로 태어났다.
대한민국의 전성기에 태어나 우리 집, 우리 차가 있는게 당연했던, 고 성장의 풍요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물론 위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간절한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새 꿈에는 등급이 생겼고 우리는 88둥이가 아닌 88만원 세대가 되어 있었다.

스무살의 투표권에는 힘이 없었으며 세계는 더이상 대한민국을 주목하지 않았다. 무한경쟁 속 스펙 한 줄에 목을 메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나는 꿈을 쫓는 달팽이었다. 조금은 느려도 열심히 노력하면 꿈은 언젠가 이뤄진다는 말을 끈질기게 믿었다.

서른이 된 88년생 윤지호는 작가가 되는 대신 월세를 깎아주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진짜 결혼을 해버렸다.

-6화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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