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배우고 있다.
도구 없이 맨 손 체조처럼 보이는 요가를 사람들은 쉬이 가벼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정통 요가를 체험해보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어렵지 않은 동작처럼 보이지만 쓰지 않는 근육들을 자극시킨다. 굳어진 몸을 길게 늘어트리고 유지시키면서 고난도 동작을 추가시킨다. 잠깐의 쉼도 없이 호흡에 집중하여 동작들을 이어 나가다 보면 온 몸에서 땀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렇게 수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5초도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온다.
그때 카운트 소리가 들린다. 열을 거꾸로 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더욱 정신을 집중하라는 사인이다. 급한 나의 마음과 달리 천천히 숫자가 줄어든다.
그리고 얻는 사바나사나, 마지막 휴식은 꿀 같이 달다. 이대로 누워 잠들고 싶을 정도로.
연말이다. 벌써 1년의 마지막, 끝에 와 있다.
다이어리에 적어둔 올 초 세운 계획들을 보며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작심삼일에 힘입어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하나라도 더 완성하기 위해 올해도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인생에 대부분의 일들은 끝을 정하기 어렵다. 소망하는 일의 경우 더 그렇다. 부모님이 올 해보다 내년에 더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에 어떻게 끝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끝이 정하지 않은 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작도 없었다.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뒤로 미루다 놓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끝을 정해 놓지 않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한동안 삶이 지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던 것도 끝이 어딘지 알지 못하는, 무한정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망하는 일, 어렴풋한 바람들이 끝나는 시점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매년 바뀌고 있지만 요즘은 넉넉한 마음 그릇을 갖는 어른이 되는 모습을 그린다. 이상적인 모습이라도 목표를 정해 놓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올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이 한 달은 요가 마지막 동작처럼 버티기 조차 고되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버틴다. 그 후 맞는 달콤함을 알기에 조급한 마음을 잠재우며 숨을 고른다.
그리고 끝내야 할 나쁜 습관은 끊어내고, 이어가야 할 계획들을 조정하며, 내년에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끝내는 시점"을 설정한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살아 있는 시간을 보며 계획하는 게 아니라, 죽을 날을 생각하며 산다고 하지 않던가.
무한정의 것들에게 끝을 내는 시점을 정하여 지침을 회복하고 관계를 더우 깊게 하며, 좀 더 사랑으로 책임감 있는 내년이 될 수 있도록.
#2019년 12월 연말에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