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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16. 2018

지난 연애를 통해 배운 #한여름의추억

얼마 전 소개팅을 했다.

키가 컸고 체격이 좋았다. 첫 인사를 준비해 왔고 예의가 있었다.  내향적인 성격에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비슷한 성향이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와 달리 들어주는 걸 잘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내가 말한 아니 바랬던 모습들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신 뒤 배웅을 받고 버스에 올라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지난, 어쩌면 조금 많이 지난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도 들어주는 걸 잘했던 사람이었지만 나에 대해 물어봐준 사람이었다.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요.’라는 눈빛이 뭔지 알려준 사람이었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말해준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참 많은 말을 해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좋았음을 한 참 지나 알았다.

아니라고,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겁을 냈고 상처받기 두려운 마음에 몸을 사렸다. 평소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며 솔직하라던 나였지만 사랑 앞에선 서툴었다. 그 일을 후회하는 날들을 보내며 다음엔 두려운 마음마저 솔직하게 말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의없게도 소개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 소개팅 이후 나는 소개받는 일을 피하게 되었다.

생각과 다른 만남에 지쳐버렸다는 나를 동생은 달래어주었다.


“나는 평소 이상형이라고 부르짖던 자상하고 내향적인 남자가 생각만큼 언니 타입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으니

그런 의미에선 이번  소개팅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혼자서도 모든 잘 해내는데 왜 연애를 하고 싶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

허당에 실수가 많은 나를 그렇게 보는 시선이 있음도 신기했지만 나는 그 질문을 곱씹어보았다.

나는 왜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가족, 친구, 동료들과 있을 때와 다른 모습이 나온다. 나도 잘 모르는 낯선 내 모습.  셈도 많고 상처받을까 겁도 내는 낯선 모습. 딱딱하게 굳고 차가운 이성말고 따뜻하고 붕 떠오르기도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지닌 모습을 만난다.


책임감 성실함 의무감 들도 사람을 자라게 하지만 사랑만한게 있을까? 지난 연애, 애정과 관심 그 애매한 감정을 지닌 스쳐간 사람들을 통해 나는 배웠다. 이건 아니고, 그건 좋았고, 나는 혼자서 모든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이런 나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수록 , 혼자서도 모든 다 할 수도 있지만, 더욱더 사랑을 하고 싶어 진다.


나의 한여름엔 어떠한 추억이 있을까?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그도 한단계 더 나아갔을까?


이번 겨울이 너무나 길고 추웠다. 그런데 이런 겨울을 추억할 날이 올까?

봄이 오듯 사랑이 오길.



#한여름의추억,jtbc 단막극


#2회 대사,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인듯 :)


전요 외로워요.
외로워서 누가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줘도 울컥해져요 밥 먹었냐는 그 흔한 인사에도 따뜻해져요. 스치기만 해도 움찔하고 마주보기만 해도 뜨금하고 그러다 떠나버리면 말도 못하게 시려요. 그런 저한테... 이런짓 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한번 실패한 뒤에 무엇도 가지려고 들지 않는다는거 저도 알고 있어요. 그치만 왜 실패를 나아가는 성장판으로 삼지 않는거죠?

저는요.
어릴때 잠깐 만났던 남자한테선 마음 감추고 내숭만 떨면 아무도 내 진심 몰라준다는걸 배웠고요 스물살쯤 지겹게 싸워댔던 남자한테선 헤어지자는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걸 배웠어요. 그리고 가장 오래 만났던 남자한테선 내 욕심때문에 상대 진심 짓밞으면 벌 받는다는걸 깨달았어요. 그 외에도 비 오는 날에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은건지 와인은 어떤게 비싸고 맛있는건지 ... ... 다 모두 다 내 지난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그쪽을 포함한 날 간만보고 도망간 수많은 남자를 통해서는요
내가 상처받지 않게 치는 울타리고 다른 사람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배웠어요. 그런데 왜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본 오제훈씨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거죠?

그리고 지금 이 봉투를 통해 내가 깨달은건 나 진자 그쪽한테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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