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사이가 애정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작부터 소란했던 '나의 아저씨'
나는 이 둘이 서로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았다고 본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구슬픈 심정으로써의 애정(哀精) 말이다.
지안에게 동훈은 약한 자를 짓 밞으려는 어른들이 사는 강자들의 세상에서 처음으로 4번 이상 도와준 어른이었다. 동훈에게 지은은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알아준 사람이었다. 다른 환경 속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의 아저씨' 중에서 동훈이 후계팸 사람들과 함께 지안이를 집에 데려다주는 장면을 좋아한다. (할머니가 동훈이 사준 수육을 먹고 행복해하던 얼굴과 요양원이 결정되었다는 말에 할머니와 지안이 머리를 맞대고 미소 짓는 장면도 잊을 수 없지만 말이다.) 후계팸이 지안의 집 앞에서 건너편에 사는 동네 동생에게 지안이의 안전을 부탁할 때, 너를 도와줄 어른들이 네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동훈을 돕는 지안의 방식은 분명 정상적인 범주는 아니었다. 도청, 해킹, 도둑질에 납치까지... 하지만 동훈은 지안을 알았다. 어른스러운 아이. 그녀의 삶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녀의 살인마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기에 지안이 처한 상황에 마음 아파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처럼 보였다.
동훈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아버지가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스스로 선택하기를 기다려주며 자신의 마음까지 헤아린 '장 회장'같은 어른도 그의 곁에 있었다. 그래서 '어른 하나 잘 못 만나 고생'인 지안을 (어쩌면 광일이 까지도) 더욱 불쌍히 여겼을지 모른다.
그렇게 후계동 사람들과 그녀를 집에 바래다준 것처럼 동훈은 지안을 다시 후계동으로 돌아오게 해 준다. 그의 마음으로 인해 지안은 사람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상으로 조금씩, 제대로 나올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처음 본 빛을 계속 볼 수 있게 해 주려는 다른 어른도 등장했다. 그녀의 곁에 “괜찮은”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망한 듯 보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전혀 불행하지 않은 후계 패밀리들, 짙은 상처를 안고 있어 웃음이 더욱 매력적이었던 정희까지. 이들 덕에 상처 입고 찌그러진 또 한 명의 여인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어른이 어른으로써 자리를 지킨다는 건 쉽지 않다. 유혹에 흔들리고 혼자 울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한 어른이 그 자리를 지켜줌으로 우리는 춥게 다니던 한 아이가 마지막엔 햇빛 속에서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직되었다던 그 아이가 자연스럽게 웃게 되고 머리 숙여 감사를 표현하고 소리 내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게 되었다. 행복하고 평안에 이른 모습으로.
두리뭉실한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적어도 명확해진 것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애정이라는 것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이 어른에 가깝겠다는 정도.
애정 어리게 바라보았던 지안과 동훈 그리고 후계팸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오해했던 시작에 사과를 하며. 우리 어른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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