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는건 아닌데, 머리는 무겁고
체한건 아닌데, 속은 더부룩-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기분이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그런 날.
우울 열매 특대로 시켜서 먹은 것 같은 그런 날.
그렇게 무리한 것도 없는데... 지치게 할 이유가 없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한건지-
이런 날은 내가- 세상 가장 못난이로 느껴진다.
"기운이 없어, 우울해.
근데 왜 우울한지 모르겠어.
한심해서 짜증이 나"
"그냥 그런 날도 있는거죠-
날이 흐리니 기분이 처지는 것도 있고...
뭐 꼭, 다-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그럼 그냥 날씨 탓해요- 날씨 탓"
투박하고 못된 말투- 로 대답해줬다.
굉장히 우울했고 마음이 심란했기에
부드럽고 상냥하게 위로해주길 바랬는데...
언제나 그렇듯 투박하고 못된 말투였다.
그치만 안다.
걱정하고 신경 쓰고 있는 마음을-
나란 사람을 좀 잘 알아,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유였지만(적어도 내겐)
그 아이말대로 날씨 탓을 하기로 했다.
핑계-를 대보기로 했다.
사실 내 기분이 우울한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 또는
친구랑의 오해, 아침에 엄마와 다툰 일 등 등
그러나 이유들을 깨달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더 가라 앉는다.
답을 찾았으니 해결해야함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할까-
그냥 저냥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들켜버려서 그렇다고나 할까-
이런 이유들은 나를 무능하고도 못난 사람인 것 처럼 만들어
끝도 없이 파고 들어가게 만든다.
"날이 흐려서 그래"
"너무 지치는 목요일이라서 그래-"
"그래, 그냥- 이럴 수도 있지"
이런 내가 무능해서,
내가 특별히 무언가 못나서가 아니라,
오늘은 그럴 수 있는 날씨다-
오늘은 그럴 수 있는 요일이다-
그것 나름대로 이유가 되어주고
그것 나름대로 위로가 되줬다.
그렇게 잠시 핑계를 되고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핑계에 쉬다가 묻혀버릴 수 있기에
이렇게 가끔, 원인모를 우울함이 올 때만
잠시 쉬었다 가기로했다.
반대로 힘이 불끈 불끈 넘칠 때
기분이 이유모르게 업될 때도
"날이 좋아 그래-"
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