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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23. 2015

핑계거리찾기

열이 나는건 아닌데, 머리는 무겁고

체한건 아닌데, 속은 더부룩-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기분이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그런 날.


우울 열매 특대로 시켜서 먹은 것 같은 그런 날.


우울 열매, 아이유 부름, 양보 손글씨



그렇게 무리한 것도 없는데... 지치게 할 이유가 없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한건지-

이런 날은 내가- 세상 가장 못난이로 느껴진다.


"기운이 없어, 우울해.

 근데 왜 우울한지 모르겠어.

 한심해서 짜증이 나"


 "그냥 그런 날도 있는거죠-

   날이 흐리니 기분이 처지는 것도 있고...

   뭐 꼭, 다-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그럼 그냥 날씨 탓해요- 날씨 탓"


투박하고 못된 말투- 로 대답해줬다.

굉장히 우울했고 마음이 심란했기에

부드럽고 상냥하게 위로해주길 바랬는데...

언제나 그렇듯 투박하고 못된 말투였다.

그치만 안다.

걱정하고 신경 쓰고 있는 마음을-

나란 사람을 좀 잘 알아,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유였지만(적어도 내겐)

그 아이말대로 날씨 탓을 하기로 했다.

핑계-를 대보기로 했다.


사실 내 기분이 우울한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 또는

친구랑의 오해, 아침에 엄마와 다툰 일 등 등

그러나 이유들을 깨달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더 가라 앉는다.


답을 찾았으니 해결해야함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할까-

그냥 저냥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들켜버려서 그렇다고나 할까-

이런 이유들은 나를 무능하고도 못난 사람인 것 처럼 만들어

끝도 없이 파고 들어가게 만든다.


"날이 흐려서 그래"

"너무 지치는 목요일이라서 그래-"

"그래, 그냥- 이럴 수도 있지"


이런 내가 무능해서,

내가 특별히 무언가 못나서가 아니라,

오늘은 그럴 수 있는 날씨다-

오늘은 그럴 수 있는 요일이다-

그것 나름대로 이유가 되어주고

그것 나름대로 위로가 되줬다.


그렇게 잠시 핑계를 되고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핑계에 쉬다가 묻혀버릴 수 있기에

이렇게 가끔, 원인모를 우울함이 올 때만

잠시 쉬었다 가기로했다.


반대로 힘이 불끈 불끈 넘칠 때

기분이 이유모르게 업될 때도


"날이 좋아 그래-"

하는 것 처럼


삶에서

잠시 쉬었다 갈 핑계가 하나 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양보 생각, 양보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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