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우리 서로 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
유성을 보면서 내가 빌었던 소원 중 하나야.
- 1415, 평범한 사랑을 하겠지만 -
북카페에서 근무했던 시절 함께 일한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밀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먹고 마시다 매장 폐점 시간에 등 떠밀려 헤어졌다.
방향이 같은 친구와 잠시 걸으며 오늘의 만남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어쩌면 이럴까.
여섯 명 중 나만 유일하게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았다.(여전히)
한 없이 그들을 부러워하자 친구는 말했다.
“부러워 할 일 아니다. 다 연애를 하긴 하는데 나까지 포함해서 평범한 커플이 없잖아.
재회 후 문전박대를 당하는 팀, 남자는 결혼하고 싶은데 여자는 싫어해서 찢어졌다 붙었다 하는 팀.
언니네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팀. 사연 많은 롱디 커플까지.
순탄하게 물 흐르듯 가는 커플이 하나도 없어. 속 끓는거 생각하면 연애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넌 부디 평범한 사랑을 하길 바래.”
자매여, 평범한 사랑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어떠한 사랑을 평범하다 할 수 있습니까?
오랫동안 혼자인 나에게(잠시 울고ㅠ)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통한 저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특별한데. 그렇다면 더욱이 사랑이란 시작부터가 특별한 일이 아닌가? 평범한 사랑이란 존재하긴 하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자 근원적으로 평범하다는 것이 뭔지 궁금해졌다.
네이버에서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인 상태'를 평범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의만 보니 평범이라는 것, 참으로 매력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는 평범하기는 한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주 5일의 4대 보험이 되는 회사에서 조용히 자판을 치는 사무직, 이면 평범한 건가?
그러기엔 경제지에서 발표하는 근무연수에 따른 평균 급여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고, 이쯤 경제활동을 했으면 모았을 거라는 평균 저축액도 한참 미달이다. '평범'을 '평균'과 같은 선에 놓고 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균 아래에 평범이 형성된다고는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나는 평범하지도 못한데 평범함의 매력에 대해 말할 자격은 있는걸까? 경제지 하단에는 이러한 통계치를 낼 때 고액 연봉자들도 포함되어 있어 평균금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 설명이 내게 허탈감을 더했다. 삶의 모양이 제각기인 것을 나는 단순히 더해서 나누기를 한 수치에 자신을 맞추려고 했기에.
평범함의 기준을 삶에서 느끼는 바로는 사전적 정의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 기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가 단면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에. 평범하다는 건 때론 너무 매력 없고 또 언제는 너무나 특별해진다.
이런 생각이 들자 순간의 좌절들에서 자유해졌다. 세상에는 참 여러 삶의 모양이 있으니 괜찮다고, 나쁜 것 같아도 좋은 것이 되고 좋은 것도 한 없이 좋기만 하지 않는다며, 스스로를 옭아매던 자책과 쓴 뿌리들에서 천천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평범하든지 특별하든지, 뭐든지 간에 지금은 그저 연애를 하고 싶을 뿐 :)
기준에 휘둘리기보다는 지금 나의 삶에 집중하며 응원해주겠노라 마음먹자, 나는 조금 더 자유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