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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10. 2018

미스터 션샤인

의병. 얼굴도 이름도 없는 아무개. 그들에 관한 이야기.


미스터 션샤인을 알리는 홍보물 중 하나를 전쟁기념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주했다. 역사의 이야기가 보관되어 있는 곳 그러나 평소 잊고 지내는 그곳에서 의병과 독립에 대한 글귀가 적힌 광고판은 지나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이 든다.


희생에 대한 숭고함, 치열한 투쟁 그로 인해 누리는 자유, 이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


"우리는 또 볼 것이다. 그러니 이게 이별이 아님을 명심하거라. 우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할지 모르니."

'작금'의 조선은 혼란하였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 그들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누군가는 총으로 누군가는 칼로 누군가는 정보로 누군가는 펜으로, 전면으로 나서지는 않아도 누군가를 숨겨주고 남들이 모르는 길을 안내해주면서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의병이었다는 생각에 회가 갈 수록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세드 엔딩이 될 것 같다. 그 시대는 슬프고 애초로웠으니까. 고사홍 어르신의 말처럼 죽지만 않았으면 한다. 살아 있길 바란다. 어쩌면 그것이 해피 엔딩일지 모르겠다. 임진년 의병이었던 자들의 자식들이 을미년에 의병이 되었고 을미년 의병의 자식들도 지금 아무개가 된 것처럼, 살아 있는다면 서로가 필요한 아무개들에게 아무개들이 되어줄 테니까. 살아 있어 빼앗기지 않으려 했기에 자유를 누리고 있는 지금을 생각한다면 해피 엔딩일 수도 있겠다.


드라마를 볼 수록 지난 역사에 관심이 커진다. 그렇기에 초반 역사적인 논란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을사조약, 을사오적, 정미칠조약, 정미칠적 등이 실검에 오르며 역사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나 역시 역사적 순서, 인물, 시대적 배경들을 찾아보며 드라마와 현실의 간극을 메꾸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선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고 있다. 드라마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이야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쓰일까? 아무래도 희성이 남긴 글로 회고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지금 역사는 또 어떻게 기록이 될까?


매회 눈물이 난다. 자주 재방해주면 좋겠다.

 


드라마 대사의 양이 많아 그룹으로 사진을 올립니다. 사진은 무단으로 수정, 사용(배포) 하지 말아주세요.

캘리 인스타그램 @by.ybo




바등쪼 중 가장 약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셋 중 가장 부유하나 그 부유함이 그의 강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힘이라 생각했던 집안의 부유함이 그를 눈치보게 했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도 눈길이 갔다.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고 책임이 무엇인지 알며 누구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이 짊어지려하는 모습, 그는 실상 강한 사람이었다.

시처럼 예쁘게 말을 하고 농으로 어딜 가든 웃음을 주었던 그의 재치는 암울했던 시대에 작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실없다 하기엔 그의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었고 그래서 묵직했다. 위로는 어쩌면 슬픔을 먼저 아는 자에게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기에.

그는 초이처럼 총을, 동매처럼 칼을 들지 않았다. 그는 펜을 들었다. 애신은 말했다. 펜의 힘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신을 믿는다고. 그의 심성은 곧다. 그렇기에 애국도 매국도 기록해야한다는 그의 펜은 그의 진짜 강함이 될 것이다. 사실 그에겐 총보다는 글이 더 잘 어울리기도 하고:)


허난설현 '연밥따기노래'




뛰어, 달려 오고 싶은 조국. 언제든 거기 있도록 정말로 크게 물어버린 :)


어느 댓글 중 고애신이 조선을 상징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이 말이 된다.

바등쪼의 희생에 머리가 아플정도로 울었지만, 함안댁을 부여 잡고 우는 애기씨를 지키기 위해 거리의 조선인들이 모여든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끼친다.

애신이 말했다. 두렵지 않은게 아니라고, 그래도 이 길을 선택했다고. 그 광장에 나와 서로 팔짱을 끼고 두려워 울면서도 도망치지 않은 모습은 3.1절 만세를 부르던 모습과 가깝지 않았을까?

모두가 의병이었다. 나라를 쉬이 팔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자신의 자리에서 불꽃이 되었던 많은 이름 없는 아무개들이 있었다.

역사가 스포였기에 세드엔딩은 짐작했지만, 눈치 빠르고 입이 무거웠던 소녀가 총포 훈련 맨 앞에 서 있고, 똘똘했던 소년은 유진초이를 잇는 의병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임진년 의병의 자식이 을미년 의병이 된 고애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그들이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나라를 지켰다. 그렇기에 짧은 말로 건넨 그녀의 인사처럼,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


잘가시오, 미스터 션샤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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