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타이밍일까
10, 20대 때 사진을 보면 예쁘다. 지금과 비교하면 스타일은 좀 촌스럽지만 젊고 앳된 모습이 참 예쁘다. 좌충우돌했던 시절, 어느 시기보다 많은 일에 부딪히느냐 하루하루가 치열했지만 그래서 추억할게 많은, 그 예쁜 시절을 내내 사랑해준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누군가의 오래고 긴 첫사랑을 보면서 저렇게 웃어주고 웃게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은 내 인생이 갑자기 쓰게 느껴졌다. (로맨스 영화를 이 시린 가을에 혼자 본 폐해...)
영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한결같았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건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하더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으며 그 때 우리는 머뭇거리다 놓치고 후회한 경험들이 많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사랑만 타이밍일까?
우연은 승희의 결혼식 전 날 낚시터에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가지 않으려했다. 청첩장을 보내주었지만 오지 않길 바랄지도 모른다 생각했고, 가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랐기에 친구들과 강 가운데 떠 있는 낚시터에 발을 묶은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는 새벽 동 터오를 무렵 그녀가 세겨두었던 그림을 보고 그녀의 결혼식이 놓치면 안될 타이밍임을 직감한다. 그녀를 제대로 보내줄 수 있는 타이밍.
그의 인생에 불쑥 나타난 그녀 덕에 그는 행복했다. 소중한 그녀에게 고마웠다고 그래서 너무 미안했다는 마음을 전했다. 덕분에 그녀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추억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을 맺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잡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서로가 기억하면 예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한다는 말만큼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에도 타이밍이 있단 생각이 들었다. 머쓱해서 고맙다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쳤을 때 고마운 사람에게 섭섭함을 느끼게 했다.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는 말의 타이밍을 놓쳤을 때 사소한 일이 었는데 큰 거리감을 만들었다. 놓친 그 한 타이밍으로 인해 상해버린 관계를 회복하기까지 배의 시간이 들었고 긴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치만 아직도 타이밍을 못 잡는다. 머쓱해서 쑥쓰러워서 자존심 때문에 타이밍을 놓친다. 그 순간 손을 내밀어 타이밍을 잡는다는 건 어쩌면 인연을 만나고 운명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운명적인 일을 만나는건 생각보다 쉬운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아직도 타이밍을 못 잡는다고 방금 전에 말했지. 세상 쉬운 일이 없구나. 그래서 운명은 운명이고 인연은 인연이 되는건가?
/ 캘리 인스타 계정 @by.y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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