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Oct 12. 2018

너무 한낮의 연애

한낮은 하루   중 가장 밝은 시간이다. 많은 해가 내려 비추는 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을 사랑한다. 따뜻하고 활기찬, 맑은 그 시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 한낮은 바라보기에 너무 밝다. 너무 밝아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다.

필용에게 양희와의 시간은 그런 한낮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요구하는 것이 없었다. 가난함도 가능한 선에서 흘려보냈다. 사랑하는 오늘이 중요할 뿐이기에 감정에 솔직했던 그녀는 그에게  사랑 또한 요구하지 않았다. 괴짜란 말이 어울릴 이해가 안 되고 어려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와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나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한낮 같은 그녀 앞에 서면 모든 게 들켜지기 때문이다. 밝은 빛에 눈을 감아버리듯 자리를 피하게 된다.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았을 뿐인데 양희의 연극에 참여하는 관객은 오열을 한다. 19년 전 사랑이 사라졌다는 양희의 말이 속에도 없는 말을 무례하게 뱉고 열병을 앓은 필용은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오열을 한다. 그녀를 대면하고 나니 모두 무너졌다.  술자리를 빌미로 거지 같은 평론을 쓴 대단하다는 평론가마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생겼다. 만약 그가 승진을 했었다면 그녀가 떠올랐을까?

필용은 다시 만난 그녀에게 묻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은 사랑하는지. 사랑한 게 맞는지.

그 시절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을 비웃을까 봐.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뒤에서 혼자 울지언정,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까지도 자신의 밑바닥을 대면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여전한 그녀를  다시 한번 마주함에 그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뛰처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한결같아 보이지만 양희는 흔들렸고 울었고 주저앉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비웃지 않는다. 나무를 바라본다. 그녀가 한낮 같은 이유이고, 뚫어져라 관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나조차도 울먹인 이유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오디오의 여백

인물에게만 집중될 수 있는 스토리, 오랜만에 천천히 흘러가는 드라마를 보았다.

하지만 아직 이 둘을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당신에게 <너무 한낮의 연애> 은 어떠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