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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Nov 06. 2018

뷰티 인사이드

  달에  , 일주일 동안 모습이 바뀌는 여자가 있다. 사고로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을 앓는 남자가 있다.


흔하지 않은 설정은 여자의 사정으로 완벽한 '판타지'물이 되었다. 로맨스는 모름지기 공감이 가야 하는데 과연 영화도 보지 않은 내가 이 드라마에 빠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서현진 ) 이런 말을 했다.

너희 둘 말고 누군가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어. 나를 알아봐 주고 '세기야'하고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이.


도재(이민기 분)는 입 밖으로 이런 말을 한적 적은 없지만, 속으로 여러 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네가 가진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 그냥 아픈 거라고 말해주는, 내 아픔을 약점 삼아 공격하지 않을 사람이 한 명은 있으면 좋겠어.


숨기고 있는 사연으로 인해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렇기에 이들은 소망했을 것이다. 엉망진창인 나를 솔직히 보여줘도 되는 사람,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그리고 나도 그러했다.




회사에서 송년회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게임을 통해 선물을 나눠 갖는 형태로 진행되는 송년회는 그 해 입사한 직원이 준비하는 룰이 있었고, 그해에 그게 나였다. 본사와 떨어져 지냈기에 나를 송년회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내게 주어진 일엔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 열정적으로 송년회를 진행했다. 다행히 다들 재미있었다고,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다며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가 지금 뭘 한 건가, 나는 누구며 여긴 또 어딘가 속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얼마 후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누구 씨가 그러는데 양 대리 생각보다 어려운 사람인 것 같대’. 차가운 이목구비라 무표정한 얼굴로 있으면 기분을 오해받기도 한다. 사실 낯도 많이 가리는데, 송년회 때의 모습으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때와 다른 분위기에 나를 어렵게 느꼈을 수도 있다.


뭐, 이런 오해는 특별할 것도 특이할 것도 없다. 누구나 겪는 일이다. 내가 아는 나와 나를 안다고 말하는 이들이 아는 나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안다. 완벽히, 나로 이해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걸. 하지만 우습게도 비슷한 경험을 할 때마다 성실하게 서운해진다. 내 속을 나도 모를 때가 많은데 어이없게도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아는, ‘나’를 발견해 줄 누군가를 또 희망한다.


 


 그래서 , 도재를, 사라를, 은우를 이해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오해 속에서 자신을 변명할 기회도,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도 접어야 하는 경험들이 있으니까.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마음들을 한껏 이해하며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런 , 괜찮다는 말은 어쩔  없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일뿐 위로가 되지 못하는 그런 , 사라가 은우를 찾은 것처럼, 나는 엄마랑 이야기를 한다. 굳이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엄마는 아니까.  그렇게 행동했는지,  말을  수밖에 없었는지. 사실은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오해하지 않으니 엄마 앞에서는 모든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있다.


"응. 알아. 알지."

 콩나무 대가리를 따면서 대답하는 무심한 맞장구라도,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아"라고 수 없이 내뱉은 혼잣말보다 훨씬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발견해주는 사람, 나를 아는 사람, 오해 없이 들어줄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런 존재가 주는 힘을 알기에.

뷰티 인사이드.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나의 손가락으로 빠르게 쓸어내린 피드 속 누군가의 일상을 보고 내 멋대로 해석하고 결론을 만들진 않았는지를 생각하며,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이니 더욱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또 이런 결론에 다 달았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와

  그러니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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