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지를 꺾지 않길

책을 읽고 페이지를 나누는 인친(@hyemi_1)의 게시글에서 처음 이 글을 읽고

나 역시 어린 누군가에게 함부로 이야기할까 두렵다는 댓글을 달았다.

경험해보니 사실 별 일 아니었다 거나,

내가 해보니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더라, 그것보다는 이런 걸 하는게 낫다고 답을 정해 말 할까봐 겁이났다.

이러한 조언을 하는 건

불필요한 경험을 줄여 조금은 빨리, 덜 힘들게 나은 결과를 얻길 바라는 마음일테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결과보단 경험을 통해 배우는게 더 많다. 과정이라는 시간 속에서 부딪힌 생각과 감정들이 주는 의미가 있기에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었다. 그래서 그 많은 조언들이 마음에 닿지 못한 채 꼰대 짓이 되버린 것은 아닐까?

나 또한 그러한, 내가 싫어하는 어른이 되는건 아닐까봐 겁이 났다.

하지만 글을 올린 인친의 댓글에서 내가 잊은 건 이 뿐이 아니라는걸 알았다.

“전 이미 저 스스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벌써부터 보이는 듯 해요.”

인친의 글의 하단에는 “시작도 안 한 내 의지를 내 스스로 꺾고-“ 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어째서 내게 유독 잔인한걸까?

걷는 길로만 걷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새로운 일을 찾는 빈도가 줄면서, 더욱 나를 작은 방 한 칸에 밀어 넣고 있었다.

종종 티를 거꾸로 입고 출근을 하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처럼 세상은 나의 엉성함을 기억하지 못 했다.

실수하고 허술한 바보같은 모습은 나만 오래 동안 기억한다.

내가 실패하고 사고를 좀 쳐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데, 나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길 두려워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것들을 느꼈으며, 그것들이 나를 더 나아지게 했는지를 잊었다.

내 안에 기쁨이, 웃음이, 순수하게 반응하던 것들을 전부 잊고 결과에 갇혀 실패만 기억했다.

그 결과가 나라고 믿었다.

남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온 갖 이유를 대면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고작 나를 작은 방 한 칸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어린 누군가의 의지를 꺾을까 그렇게 겁을 내면서,

나이가 들 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의지를 갖는게 얼마나 힘들지 아는 사람이

나의 의지는 왜 그리 쉽게 꺾고, 꺾었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할까?

나는 어째서 내게 이토록 잔인한걸까?

스스로에게 잔인한 사람이 타인에게 진정, 관대할 수 있을까?

연초부터 안타깝게도 극심히 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지난 연말, 병이 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몸 컨디션을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감기와 함께 대상포진이 재발을 했다.

덕분에 기다렸던 연초새벽예배도, 지오디 앵콜콘도, 기획의 박차를 가하던 원데이클래스도 모두 하지 못하게 되었다.

열심히 신경썼는데, 고작 한 달 스켸쥴이 많았다고 몸져 누워있게 되는건가,

건강염려증 아빠 덕분에 정말로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되자 억울하고 원통했다.

몸이 회복되면 작은 방에서 나를 어여 내보내주자, 건강할 때 뭐라도 하자, 어디든 가보자.

스스로를 격려중이다.

그리고 모두의 염려를 받고 있으나, 서점을 꾸리길 큰 꿈도 품기로 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짐한 것들을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