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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Dec 01. 2018

언제는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고

”연말은 연말인가봐요. 시간이 정신없이 가요.”


  요즘 흔하게 들리는 이 인삿말로 시간의 흐름을 깨닫는다. 벌써 연말이다. ‘역시는 역시다’ 인가? 연말은 연말인가보다. 연말 그 자체로 정신없음이 증폭된다.

 

  올 해는 교회 섬김도 없고, 회사 송년회도 다른 팀이 준비하는지라 여느 해들에 비해 한가히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생일이 12월에 있다보니 개인적인 약속들이 많은 편이다. 올 해는 안 할 줄 알았는데 니팅 클래스의 제안이 와서 다시금 플랫폼 역할로 클래스 오픈을 준비하게 되었다. 겸사겸사 올 해도 내년 달력을 만들고 있다.


  사실 직전까지도 고민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준비해야 할 연말 행사들이 없어지면서 연말의 분주함이 없었다. 이런 느낌이 몇 십년 정말 몇 십년만의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편안했다. 그래서 올 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말의 일정들을 준비하게 되었고, 생선으로 운동권을 선물받아 한주에 3회나 운동을 가야하는 상황 속에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엉성하고 허술하게 준비되어지는 것 같아, 이렇게 할 봐엔 하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까지 시작함을 고민을 했다.


  그런데 ’고민보다 GO’라고 고민할 시간에 생각을 하며 몸을 움직이는게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지금 내게  알맞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 내가 고민을 해서 키가 한자라도 더 자라거나, 염려하던 상황이 사라진 적이 있던가?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언제는 내가 뭐든 잘했다고?!


  제 작년에 만든 달력은 받침대가 허접했고, 이를 보완한 작년 달력은 종이 선택의 미스로 흐물거림이 컸다. 커팅 선의 조잡함은 이루 말 할 것도 없지...

  그래서 올 해는 다이어리나 자신이 갖고 있는 공간에 붙일 수 있게 스티커로 제작 준비 중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시작했기에, 무언가를 했기에 내게 2회, 3회라는 기회들이 마련되었다.



  회사에서 미움도 예쁨도 받으면서 어려운 클라이언트들만 떠 맡고 있는 동생은 12월과 1월에 몰린 자격 시험에 이미 혼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모두가 선망하는 클래스를 배정받으면서 감사하지만 걱정이 쌓여갔다.


  “언니 정말 연말은 연말인가봐요. 시간이 정신없이 가요. 그런데 뭐 하나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어요.”


  “ 우리가 언제는 뭐 제대로 했니? 그냥 했던거지:P

 애당초 우리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닌데 제대로 된게 나올리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하던 대로 해. 너한테 무언가의 기회가 계속 온다는건 잘 하고 있다는 의미일테니까.”


  표현이 거친 나의 말의 핵심을 간파한 그녀는 웃었다. 이마를 탁! 치는 웃음 :)

  그녀나 나나 무슨 일을 할 땐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결과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사 누군가의 인정이 있다 해도 마음에 흡족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랬기에 스스로를 더욱 압박했던 내가 언제는 잘했다고, 그냥 하던대로 하라니까, 안 어울렸나보다. 하지만 매사 완벽하려고 낑낑거리던 내가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 순간 나는 내가 대견스러워서 웃었고, 그녀도 그 말을 듣고 결과에 조금 관대해지니 마음에 안심이 생겼나보다. 그 안심은 또 하나의 숨을 불어 넣어주었고 그 덕에 웃었다.

 우린 그렇게 즐겁고 편안하게 12월을 준비하기로 했다.




  조금 있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

아직 동기들의 성공이, 누군가의 결혼 생활이 부럽고 내가 한 게 뭣도 없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하지만 그럴 때면 주문처럼 ‘언제는 내가 잘했다고!’를 생각하려고 한다. 애시 당초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완벽해지려고 애쓰기 보단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늙고 싶다. ‘좀 더 좋은 사람’이란 말이 갖는 의미가 완벽하고 흠이 없는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젠 아니까.

  그런 사람보단 이렇게 실수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잘못을 용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줄어드는 기회에 시작을 두려워하기 보단 설레어 할 줄 알고, 겉 모습은 늙어 주름이 져도 마음 속은 신남으로 가득 차 하늘을 붕붕 떠다니는 팽팽한 풍선처럼 즐거웁고 싶다.


  제대로 하고 있는게 없어보여도 그것들은 해나가는 과정에 한 부분이니까. 이전처럼 지금도 널 응원하고 있어. 무엇보다 우리가 언제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었다고 :P








•혹시 글 중 언급된 “니팅 원데이 클래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instagram @by.ybo 또는 오픈카카오 open.kakao.com/o/qvdzq05 로 문의주세요. 함께 집취미를 길러봐요  


•2019년 달력 이벤트는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브런치 독자분들하고도 함께 하고 싶은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번거롭우시겠지만 인스타를 참고해주세요. (12월 둘 째주 경 업로드 예정:)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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