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인생 드라마 한 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들이 사는 세상>을 택할 것이다.
흥미 있는 드라마국을 배경으로 그들의 일과 삶을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다. 나는 이 점이 좋다. 몇몇 드라마에 나타난 일이란 연애를 하게 만드는 장소(혹은 상황)이거나,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수식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장이 이처럼 분리될 수 있는 영역인가 싶기에, 자신의 인생과도 닮은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을 보며 하는 일은 달라도 나의 삶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설명할 때 '인생을 이야기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이유를 너무 잘 알겠다.
나는 이 드라마로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시작했다.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모두 개인이 갖고 있는 고민과 일이 연결되어 삶 전체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고작 한 두 번의 재탕만 했다. 인생을 녹인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감정을 대입하는 나는 자주 보기가 힘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본 <그사세>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내가 사는 세상이 되었다.
스무 살 초반 그저 현빈이, 송혜교가 멋있고 좋아 보였다면 지금은 준영이가 엄마와 그렇게 싸우면서도 엄마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질린 지오의 답답함이 무엇인지, 조직 안에서 일할 때 생기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아니까. 앎에서 오는 이해가 드라마 속 이야기를 내 곁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방영된 드라마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적는 이 매거진 이름도 이 드라마에서 비롯되었다.
결론을 다 아는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당시에는 스쳐 지나갔던 대사와 내레이션이 지금은 하나도 놓쳐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대본집으로 보는 것보다 손으로 써서 옮길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낀 대사와 내레이션을 가능한 전부 손글씨로 옮겨놓고 싶은데, 솔직히 너무 많다. 그래도 기쁘다. 마치 준영이가 내 나이만큼 자라 친구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보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 벌써 궁금해진다.
대사를 옮겨 적습니다. 스왑 주의. (7화까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