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보 Jan 29. 2019

드라마 <남자 친구>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라는 책이 있다.

화가 김환기와 그의 부인 김향안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내 인생 최고의 맬로라고 뽑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읽을 필독서로 삼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향안과 환기가 서로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부분이다. 향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지은 이름을 환기에게 붙여준다. 환기는 그 자체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렇게 그녀는 남편의 남은 인생을 그가 꿈꾸던 것들로 채워줬다. 환기는 자신이 사용하던 이름을 향안에게 주었다. 향안은 그렇게 또 다른 환기가 되어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유명해지는 환기를 위해 향안은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평론에 까지 글을 확장하며, 서로의 호흡마저 공감해 나갔다. 이들에게 사랑은 핑계가 되어 서로 발을 붙잡는 것이 아닌, 의미가 되어 함께 더 큰 세계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배려를 보며 사랑은 이래야 하는 거란 마음이 들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의 명대사처럼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드라마 속 진혁은 1화부터 16회까지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평범하고 화목한 과일장수 집의 첫째 아들로 서글서글한 성격에 예의가 바르며 똑똑하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잘 자란 그는 어디서나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감정도 무시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강한 자존감도 있다. 수현이 아니라도 건강하게 자유로움을 누리는 진혁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모든 장면이 예쁘고 아름다웠으나,  진혁이 엄마에게 자신이 수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는 장면이 가장 좋다.


사실 마음 한 구석에 정우석, 수현의 전남편만큼 수현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답답함이 들었다. 수현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했으나, 우석처럼 자신의 기준에서 타인이 어떠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함께 이겨내자 했지만  자신의 생각으로 여러 번 뒤로 물러섰다. 그럴 때마다 기다려주고, 찾아와 준 진혁을 보면서 수현의 역할이 이렇게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아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진혁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

좋은 사람이야. 그 사람이 나를 더 근사한 남자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이 장면을 보고 나의 아쉬움은 사라졌다.

16회 동안 진혁은 한결 같이 바르고 순수했다. 더 나아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주변에 믿음을 주었고, 수현에게는 확신을 주어 그녀의 불안을 잠재워주었다. 현명하고 사려 깊은 수현을 만나 그는 사랑이 돈과 명예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믿음과 신뢰라는 것을 깨닫는 든든한 남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수현은 진혁을 통해 갇힌 세상을 벗어나 건강하게 자유로움을 누리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이들은 서로를 사랑함으로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셈이다. 수현이 진혁을, 진혁이 수현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 환기와 향인처럼  


예쁘게 말하던 모든 말들,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 감정을 합쳐 내가 삼는 사랑의 순기능을 감성적으로그려준, 드라마다.





                                                               드라마 대사입니다. 스압 주의 :)


나태주 시인, 그리움


드라마 <남자친구> OST, 이소라 ‘그대가 이렇게 내 맘에’




김광섭 시인 , 저녁에  / 때마침 나온 김환기 화가의 그림 :)


김연수 작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땐뽀걸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