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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y 31. 2019

당신이라는 꽃나무

집 앞 작은 벽 틈 사이에 라일락 나무가 자란다.

늦 봄 라일락 향이 진해지는 밤이면 자주 그 앞에 서 있었다.


여름으로 향하는 지금은 향도 지고 꽃도 져버린, 푸른 잎만 가득한 나무가 되었다.

언 뜻 봐서는 다른 나무와 구분이 안 되는 초록빛이 만연한 모습.

그 모습이 반짝이는 시간은 지나고 평범해져 가는, 인생의 흐름과 닮아 보였다.


얼굴의 처진 주름이 사라지면 젊어 보인다며 머리를 높게 질끈 묶어보던 엄마가 민망한 듯 쑥스러운 듯 웃어버리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젊은 시절도 한참 거슬러 올라 엄마가 엄마의 립스틱을 훔쳐 발라보던 사춘기 시절 소녀 같아 보였다. 따라 웃는 내게, 젊은 시절이 부럽다는 엄마.



꽃이 졌다고 당신이 꽃을 피우는 꽃 나무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볼거리가 이젠 없다고, 아름다운 시절은 다 지났다고 말 하지만 지금 가진 푸른 잎은 한 가득 꽃을 피어낸 나무만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꽃나무는 다음 해에 다시 꽃을  피운다. 우리, 당신의 삶에 꽃이 가득한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지 말자. 지금 푸른 아름다움도 쉬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운 때이며, 꽃은 생에 한번만  피우는 나무는 없으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라일락을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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