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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10. 2019

멜로가 체질 : 대사 편 3

스왑 주의 :)

인스타에 올린 짧은 코멘트를 달아 업로드합니다.


상황이 바뀐다고 사람이 꼭 바뀌는 건 아니다. 바뀌는 사람이 많을 뿐.

전에 없던 예의를 갖췄는데, 지지리 궁상 불쌍함과 건방짐의 간격이 너무 크다.

이제까지 봐 온 서로의 시간은 어디로 사라지고, 뛰엄 뛰엄 듣고 폴짝 폴짝 뛰어 보는 건지.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 따위.

하지만 세상은 사실이 아닌 그 이야기 뛰위에 신경을 쓰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시원시원한, 식상하지 않은. 이 둘의 케미도 좋았지.


걱정되고 미안해서, 오히려 피하고 싶은 마음을 안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또 마음 쓸 것을 염려함이다.

염려하는 그 마음과 그런 그를 또 염려하는 마음이 서로를 알아차릴 때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상담을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효봉의 권유를 은정은 한 번에 알아듣는다. 자신을 걱정하는 동생의 마음을 한 번에 알아차린다.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어린 동생을 안아주었을 때, 우리가 울컥한 이유다.


서로를 향한 이런 마음을 좋아한다.

다만 너무 오래, 깊게 염려하는 마음을 갖진 말아야지. 나는 자주 그 자리에 먼저 가있는다. 지레짐작보단 그냥, 이라는 말에 기대어 마음을 전하고, 마음을 받고. 그래야만 우린 조금 더 가볍게 서로를 의지하며 오래 걸을 테니.


재훈은 사랑스럽던 하윤이 미워진 현재가 자신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헤어진 듯 집을 나가선 허락 없이 다시 와 잠을 자는 하윤을 바라보는 재훈의 눈빛은 지친 건지, 지겨운 건지... 그녀의 뒤꿈치에 약을 발라준 건 미안해서인지 모르겠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는 마당에, 사랑이 미움이 되고 헤어지는 과정에 재훈만 잘못한 게 있을까? 그의 자상함이 호구스럽고 착한 그래서 안타깝다. 이별할 댄 자상함만큼 불필요하고 나쁜 것도 없는데.


부디 고슴도치가 다른 고슴도치를 만나 질리지 않고, 다치지 않는 법을 찾아가길. 그러니까 리뷰를 쓰는 와중에도 연애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이 드라마.  

이 무슨 개똥 같은 드립적 고백인지.

오늘도 범수는 홍길동이 되어 내가 정봉이다 말하지도 못하고, 드라마로 고백을 배운 그는 어딘가 모르게 정봉스럽고

범수같이 지질한데 귀여워. 정말 연애하고 싶어 지네.


고백이 백 분 토론으로 이어지다 끝장토론으로 향하는 과정.

결국 우쭈쭈와 오구오구를 지나 시래기를 먹으러 갔다는 말에, 나는 왠지 더 좋았다.

고백은 순간 우리를 다른 세계에 데려다 놓는데, 금방 또 현실로 돌아온다. 그 순간의 어색함과 민망함이 나는 왜 인지 부끄럽다.

이렇게 시래기를 먹으러 갈 정도의 유연함이라니, 질투마저도 귀여운 이 둘.


해당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난 뒤 오늘(10.10)까지 17,355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572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랑하는 이를 태그 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달고 알콩달콩(부러운 자만 속이 아파 혼났습니다.)


사랑의 향연 속 가끔 갸우뚱하게 만드는 댓글이 있었다.

화장실 갔다 나오면서 손 씻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그것도 좋아하는 이유랍치고 이렇게 주절이 적어놨어야 했냐, 남자는 화장실을 다녀와서 손 씻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이유가 되냐 라는 등의 댓글.


과연, 드라마를 보고 남긴 건지(속상해ㅠ)


요리를 잘하는 것도, 자상한데 어딘가 찌질한 것도 귀엽고 얄밉지 않은.

말이 잘 통한다는 건 맘이 잘 통한다는 거겠지, 이 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누가 멈추지 않으면 그를 떠올리면서 좋아하는 이유를 밤새 들 수 있는 진주의 마음이다.


‘손을 씻는다’라는 해당 문장만 떼어 보면 이게 칭찬받을 일인가 싶긴 한데, 진주가 범수를 좋아하는 감정을 자각하는 씬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그냥 사소하고 당연할 수 있는 뻔한 일까지 그 사람이라서 좋다고 말하는 거라고 느껴졌다. 가령 단정히 빗은 머리라던가 꽉 조여 묶은 신발끈도

다른 사람이 했음 그러던 말던의 관심도 없는 모습이었겠지만, 범수였기에 진주에게 의미가 되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 속 그를 사랑하는 진주의 마음이 고백처럼 들려,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던 장면이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니 샴푸향을 느꼈나보다. 하지만 이미 끝난 사랑이고 떠난 사람이다.

옛 사랑이 갖는 미련을 깔끔하고도 지혜롭게 끊어낸 진주가 현명해보였다.

진주가 환동이를 끊어낸 건, 자신을 위함도 있었겠지만 지금 사랑하게 된 그 사람과 지난 연인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험이었다.

그녀의 마인드가 멋있다. 언니 리스펙:)


입장 정리 확실한 진주는 역시 진주스러웠다. 한편 더 매달리지 않고 알아 들은 환동 덕에 둘의 대화가 더 성숙하게 들렸던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는 진주가 떠나고 남은 스테이크를 환동이 먹는 장면도 좋았다.

이 드라마의 매력. 기존 드라마들이 하지 않는 연출을 선택한다는 점. 약올리듯 센스있게 비트는 연출이 좋다.


그녀를 위해서는 심장이 터져 죽어도 보겠다는 범수. 세상에서 제일 좋은거, 하세요 :)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이 지안에게 알려준 마법의 문장.

“아무것도 아니다. 니가 아무것도 아니면, 그럼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슬픔과 눈물, 상처와 과거도 흘러 보내야 한다. 기쁨과 감격, 성취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별 일 아니야. 그러니 울어도, 슬퍼해도 괜찮아.

눈물이 흘러 가는대로 흘러 보내는 거야.


은정이 오랫동안 간직한 눈물을 쏟아 보낼 때, 지금 그녀가 느끼는 무너질 듯, 죽일 듯한 모든 감정을 잘 흘려보낼거란 믿음이 들었다.

그녀곁에 좋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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